2011. 6. 16. 20:28ㆍ지난 날의 추억
첫날 유격훈련장에 도착하자 조교들이 허름한 군복을 입고 올빼미 번호를 단 채 연병장에 앉아 있는 병사들 앞에서 공갈을 친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가 5공이 막 들어서서 전국 각지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잡혀온(게중에는 죄도 없는 사람이 누명을 쓴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삼청교육대 훈련이 군기가 센 전방지역 군부대에서 강도 높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아마도 그런 분위기가 각 부대에서도 조성되지 않았는가 싶다.
"만약 탈영을 시도하면 사살해 버리겠다"
"????????!!!!!!!!!!!!!!!!"
유격훈련장에 갈 때면 배속이란 표현을 사용하는데~ 사회에서는 파견명령이라고 하지만..
훈련 인원에 대한 모든 책임은 소속부대가 아니고 유격훈련부대에서 책임을 진다.
만약 훈련 중에 전사를 하거나 사고가 생겨도 그 뒷처리를 유격훈련부대에서 하고, 죽어도 그 부대귀신이 되어야 한다. 밥 먹는 것도 유격훈련부대에서 보급을 타와서 먹여야 하고(우리가 훈련가면서 쌀을 싸가지고 갈 수도 없을 것이니) 하여간 그래서였던지 빨간모자의 공갈치고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선착순과 얼차려 등을 경험하다 보니 나름대로 요령이 생겼다. 선착순을 첫번에 등수에 들려고 하는 것은 무리이겠고, 한번을 대충 달리다가 다른 병사들이 헉헉대고 있을 때 두번 째 선착순에서 전력질주를 하여 등수 안에 들어 쉬는 방법을 택했다. 선착순 등수에 들면 다른 병사들이 선착순이 끝날 때까지 땡볕 연병장에서 대오를 갖추어 쉬게 하는데 그것도 엿장수 마음대로다. 조교가 마음이 안들면 선착순 등수에 든 사람들에게 또 피티체조를 시키니 차라리 어영부영 선착순하는 것이 때론 나을 때도 있다.
단체기합으로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이것은 국군창설이래로 똑 같은 표현이고 행동양태란 생각이 드는데) 조교가 이것을 읊는 것도 귀찮고, 목소리도 아끼려고, 아예 손가락으로 까딱 까딱 지시를 하면 자동으로 앞으로 엎어졌다 뒤로 엎어졌다 한다. 그러다가 "자동"이란 구령이 나오면 자동으로 앞으로 뒤로 난리가 난다.
그리고 좌로 굴러, 우로 굴러, 선착순에 정신없이 돌다보면 어느새 무리의 바깥에 위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죽 둘러선 빨간모자들이 그냥 있을 수 없다. 사정없이 발길질을 해대는데 아무래도 중앙으로 비비고 들어가야 워카 발 한번이라도 피하는데 역시 고문관들은 중앙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주변에서 히프짝을 군화로 걷어차이기 다반사다. 한 여름 가뭄에 바짝 단 연병장의 열기와 사병들의 열기, 조교의 고함소리, 자욱한 흙먼지가 어울려 거의 생지옥을 연상시킨다. 워낙 많이 돌리니 제 정신들이 아니어서 몰골을 보면 넋나간 사람같다.
자대에서 유격훈련부대로 파견을 갈 때 가져가는 군장품이 전부 고물들이다. 잃어버려도 상관없는 것들!! 특히 밥을 얻어먹는 반합은 부대에서 폐기직전에 놓인 페인트가 다 벗겨지고 여기저기 부딪쳐서 곰보탱이 같이 생긴 것들인데 점심 식사시간에 배식을 하는데 반합에다가 배식병사가 밥을 넣으면, 다른 병사가 국을 넣고, 그 다음 깍두기를 넣는 식이다. 식판이 아니니까 그것이 싱겁든 짜든 반합통에 돼지 죽처럼 섞인 것을 숟갈로 휘휘 젓어 바닥에 대충 앉아서 먹는데 모양새가 얻어먹는 거지꼴이 따로 없다. 군모와 왼쪽 가슴에는 계급장과 명찰대신 대충 꿰맨 흰 천쪼가리에 올빼미 번호를 써 놓았는데 까맣게 그을린 얼굴들과 그 번호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름도 없고 그저 " ** 번 올빼미"가 내 이름을 대신한다. 군대에서 통 성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올빼미로 지내다 보니 옆부대 병사들 이름 한자 모르고 그렇게 올빼미들만 지겹게 보다가 귀대를 한다. 지금도 그러려나??
조교가 처량하게 허리를 구부려 허기를 달래려고 열심히 먹고 있는 우리들에게 또 위대하신 한 말씀을 하신다.
" 밥은 5분 만에 먹는다!! 알았나?? 실시~~ "
이건 뭐든 '실시'다 실시 안하고는 아무 것도 못한다. 자기 의지하고는 상관없다.
그런데 갑자기 뭐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식사중지를 외치더니
" 반합에 꼬라 박아한다. 실시!!!!"
또 실시이다. 모두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였다 반합에 꼬라 박아 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뚜껑이 열려있고, 밥과 국과 반찬이 잡탕이 된 반합에 어떻게 꼬라박아 하지?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반합 윗 테에다가 하라는 것이다. 이 것 큰일났다 그 부분에 이마를 대려고 보니 자칫 균형을 잡지 못하면 반합이 넘어질 것이고, 그러면 코뼈나 입이나 뭐나 무사할리 없을 것 같고~
머리통 전체를 반합 뚜껑 열린 곳에 균형을 잘 잡아 조심스럽게 대고 꼬라 박아 하는데 성공을 했다.
아~ 머리 살 속으로 반합테가 들어간다. 그런 자세로 20초 가까이 있으니 죽을 지경이다. 죽을 각오를 하고 일어났다. 머리에 반합자국이 생겼다.
그런데 저 옆에 꼬라 박아 하는 병사를 보니 내가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머리를 반합에 올리자 마자 고통으로 앞으로 넘어졌는데 그만 먹던 꿀꿀이 죽이 그의 면상에 엎어져서 꿀꿀이죽 범벅이 되어있었다. 폭소가 튀어나오려고 했지만, 그랬다간 또 어떤 기합을 줄지를 몰라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그 불쌍한 고문관 병사 여러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오후 훈련이 끝나고 부대 옆에 흐르는 개울가에 갔더니 흐르는 물이 상당히 맑다. 도착을 하여보니 장교들이 먼저 훈련을 마치고 개울가에서 워카를 벗어놓고 세수도 하고, 발도 씻으면서 담소를 한다.
우리 병사들은 그들 밑 개울가에서 그들이 씻고 닦은 물에 다시 씻고 있는데 물이 맑으니 마시고 싶어서 병사 몇명이서 용기를 내어 장교들이 쉬고 있는 윗 개울로 올라가려고 하니 그 중의 어느 장교가
" 임마 너들 거기서 씻지 않고 어딜가려고 해??" 하는 고함이 들린다.
"물 마시려고 위로 갑니다"
"너희들 맘대로 위로 올라가려고 해? "야 이** 들아 그냥 밑에서 마셔~~!!!!"
더러워도 할 수가 없다. 장교들이 발을 담그고 있는 냇물을 아래에서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꿀맛이다 ^^ 전시에 그런 장교들이 돌격 앞으로 하면 돌격할 병사가 있을까? 그 당시에는 장교나 하사관 중에 병사들에게 진심으로 존경받는 사람들이 매우 드물었는데 가뭄에 콩나듯이 집안 형편이 넉넉한 ROTC 출신 장교들은 그래도 병사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해주는 면이 있었다. 여기서 굳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그 당시를 경험하신 분들은 장교출신 별로 어떻다는 것을 대충 경험을 하였을 것이다.
요즘에는 나약한 아이들을 방학기간 중에 해병대 유격캠프 같은 곳에 보내서 단련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은데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된다. 나도 지원을 함 해볼까나?? ㅋ~
[출처:http://bemil.chosun.com/nbrd/gallery/view.html?b_bbs_id=10044&num=148535]
해병대원들의 유격훈련 후, 막간 휴식시간인가 봅니다. 올빼미 번호가 오른쪽 가슴과 철모(?)에 새겨져 있군요. 우리 때는 전투모를 사용했는데, 아마도 추측컨대 80년대 후반 쯤인 것 같습니다. 군화와 전투복을 보니 훈련을 아직 제대로 하지 않았나 봅니다. 구정물에다가 완전히 튀겨야 강한 군인이 되는데 조금 아쉽네요. 노숙자 꼬라지가 되어야 제대로 된 유격훈련인데... 쩝~~ ㅋ~~
하여간 내가 군대생활하던 당시 해병대 병사들은 외출이나 외박 나오면 꼭 싸움 못걸어 환장한 양**들처럼 한잔 걸치고 패거리 지어 다니면서 他軍을 보면 시비나 걸고, 상의 군복 밖으로 내어 놓고, 전투모 뒷주머니에 꽂고, 뭐 한건 없나 하고, 몰려다니던 꼴 사납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요즘은 그런 무분별한 행동을 하는 해병대원들이 절대 없더군요. 모두 예의 바르고, 씩씩하였습니다. 지금 해병대 화이팅!!! 1970년대 해병대 노 굿!!! ^^ )
'지난 날의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생활 에피소드(8) (0) | 2011.07.01 |
---|---|
군생활 에피소드(7) (0) | 2011.06.21 |
군생활 에피소드(5) - 유격훈련장에서 (0) | 2011.06.13 |
군생활 에피소드(4) (0) | 2011.06.07 |
군생활 에피소드(3) (0) | 2011.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