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에피소드(7)
2011. 6. 21. 13:55ㆍ지난 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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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대하였을 때 우리보다 일주일 정도 늦게 서울병력이 들어왔습니다. 서울병력은 역시 때깔부터 약간 달라보였고, 특히 당시의 유명가수였던 "김만수"씨가 들어왔었지요. '하늘과 땅사이에~에에 꽃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공원에서 어~어~ 소녀를 만났다네~ 수줍어 말못하고 얼굴을 숙이는데~~' "영아"라는 곡으로 당시 젊은이들의 우상이었습니다. 그런 유명가수하고 같은 중대에서 지내다보니 고달픈 훈련 중에도 쉬는 시간이면 반주도 없는 육성으로 김만수가 부르는 노래를 감상할 시간도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김만수의 노래를 내 바로 코앞에서 들을 수가 있었을까요? 그때 김만수를 좌지우지하는 조교가 하늘같이 위대하게 보였답니다.
그때 주위의 전우들이 내가 김만수를 조금 닮았다고 해서 조금 기분이 좋았습니다. 비슷한 것은 아마 얼굴이 약간 넙적하고, 둥그렇게 생겨서 그랬나 봅니다. 그러나 저의 눈에는 김만수가 훨씬 나아보였습니다. 내게는 없는 커다란 쌍꺼풀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지금 김만수씨가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이 궁금해 집니다. 얘기가 옆으로 빠지는데 '라나에로스포'멤버였던 "은희"씨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여 여기저기 뒤지다보니 미국에 사시다가 한국에 들어와 자연과 더불어 염색같은 것을 하면서 사신다는 얘기를 듣고 꼭 한번 만나봐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으니 아직도 마음 속으로만 실행 중입니다. 그녀는 아마 60대일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만나면 누나라고 부르면 되겠지요 ㅋ~ 은방울 구르는 노랫소리도 한 소절 육성으로 듣고 싶습니다.
훈련소에서 정말 고통스런 시간도 있었습니다. 바로 제식훈련하는 곳에서입니다. 제식훈련은 모든 훈련의 기본인 것인 만큼 첫째 주에 훈련소 내에서 실시하는데, 제식훈련 전에 무슨 일을 잘못해서인지 모르지만 내무반에서 모두 단체기합을 받았습니다. 흔히 푸샵이라고 하는 팔굽혀펴기인데 이것은 왠만하면 운동으로 치부할 수가 있겠으나, 난생 처음인 이런 방식에는 답도 없도 방법도 없으며, 도무지 적응이 안됩니다.
팔을 굽혀내리다가 엉거주춤한 상태로(절반 구부린 상태) "동작그만"으로 약 1분정도 그대로 둡니다. 그리고 완전히 굽혔다가 올라오는 순간에 또 그런 "동작그만" 자세로 엉거주춤 하는 동작을 반복하며, 약 30~40분간 하다보니 온몸은 진땀으로 뒤범벅이 되었고, 체력은 소진되어 실신직전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날 일어났습니다.
아침 배식 시간에 수저를 들려고 하니 양쪽 손이 안으로 굽혀지지를 않는 것입니다. 근육에 알이 단단히 박혀서 숟갈을 입으로 넣을 수가 없으니 밥먹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사람끼리 서로 먹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으나 군대에서 그게 용납이 되겠습니까? 전부 그런 것이 아니고 몇 사람이 특히 그런 증상이 심했습니다. 수저 끝부분을 오른쪽 엄지와 검지로 겨우 붙잡고, 입을 수저 쪽으로 돌려서 천천히 먹어 그런대로 민생고는 해결하였는데..
진짜 고통스런 일은 거수경례하는 훈련이었습니다. 팔이 제대로 굽혀져야 경례가 되는데 조교는 제대로 안 한다고 난리이고, 그렇다고 기합 때문이라고 그렇게 말할 형편도 아니어서 비명이 나올 만큼 큰 통증을 무릅쓰고, 거수경례를 하는데 그 몇 시간이 몇 년처럼 느껴졌습니다. 군대에 갔다 오신 분들은 대체로 수긍을 하시겠지만 우리의 선배 군인들 때부터 특히 앙숙처럼 지내는 지역출신끼리 군대 내에서 부딪치는 일이 잦았습니다.
어느 지역 출신이 왕고참이 되면 상대지역은 죽었다 복창을 하고, 그 반대면 상대방이 죽었다고 복창을 하는 그런 형편이었는데 우리 지역출신들이 훈련대상으로 바글거리니 상대지역 출신 조교가 물 만난 고기와 같았겠지요 나중에 사격장까지 따라다니며 갈구는 그 조교 때문에 저에게는 나쁜 편견이 생겼습니다. 바로 그 지역 출신이라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일단 고개를 가로 젓는 버릇입니다.
정말로 나쁜 버릇이지만 지금도 고쳐지질 않습니다. 군대에서 경험했던 뿌리깊은 피해의식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 군대에서는 그런 일이 사라져 옛 일이 되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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