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 22:10ㆍ지난 날의 추억
나는 내가 명사수인줄 알았습니다. 시골에서 비록 내 공기총은 아니지만 새나 꿩을 잡는데
공기총 사격술이 능하여 총 잘 쏜다는 얘기를 동네 형들이 하였기 때문입니다.
사격장은 아리랑 고개쪽이 아니고, 다행이 우리 28연대와 30연대 뒤쪽으로 가면 호남고속도로 위로
큰 인도교가 가로 놓였는데 그쪽으로 사격훈련을 가니 정문입구에 있는 부대는 이제 평소와 달리 멀리서 행군을 해와야 되고, 우리는 바로 옆이라서 좋았습니다. 항상 그래야 하는데 하루만 호강하네.. 쩝~
나를 유난히도 따라 다니면서 갈구는 일등병 조교가 있었습니다. 얼굴은 넙적하고, 피부는 흰편인데 머리를 짧게 깎은 것이 특징입니다. 피가 나고 알이 배고 아야 소리가 난다는 PRI 훈련장부터 나만 따라 다니면서 내 일거수 일투족을 다각도로 보면서 간섭을 합니다. 지척에서 쳐다 보니 안 할 실수도 하게 되더군요. 자칫하면 멀쩡한 넘이 고문관 되게 생겼습니다.
사격장에 드디어 도착을 하였는데 전부 오리걸음부터 시킵니다. 그리고 얼마나 정신없이 뺑뺑이를 돌았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사격 주의 사항을 알려주는군요
사격할 병사들은 뺑뺑이를 돌다가 중지하고, 소총을 가지고 실탄을 수령하여 사대射臺에 들어가는데 긴장감이 흐릅니다. 먼저 올라간 일행들이 사격하는 동안 우리는 밑에서 진한 화약냄새를 맡으면서 열심히 기합을 받습니다. 군기가 바짝 들어야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고약한 교관이나 조교들의 신념과 믿음이기 때문이지요
드디어 내 차례가 왔습니다. 사대에 올라서서 250미터 표적지를 보니 가물 가물하게 보이는데
그곳을 명중시켜야 합니다. 아~~ 그러나 운명의 여신이 또 나를 괴롭힙니다. 예의 그 지긋지긋한
넙적조교가 또 내 옆에 위치를 하고, 이넘이 어떻게 하나 감독을 하려나 봅니다. 그 사람 취미도 고약한 것이 내가 실수할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든지 아니면 오르가즘을 느끼려고 그러는지 엎드려 사격자세를 취한 옆에 떡 버티고 있습니다.
"사수 엎드려 쏴!! 실탄 1발 장전, 준비된 사수부터 사격한다!! 사격개시~~!!" 교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빠~방"하고 소리가 납니다. 아마도 저건 제 정신에 사격한 것이 분명 아니겠지요. 긴장을 잔뜩하고 있다가 교관의 고함소리에 잠깐 제 정신이 출장을 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빨리 조준이 끝날 시간이 아닌데~ 특등사수가 와도 그렇게 빨리 조준하여 사격할 리가 없는데~~
그리고 여기 저기서 빠방거립니다. 나는 가물가물한 표적신경쓰랴, 조교 신경쓰랴~ 가슴이 쿵닥거리고 표적도 멀어서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한 두발 쏘았는데 이미 옆에는 다 쏘았는지 잠잠해지니 갑자기 마음이 더 급해집니다. 꼭 소변 마려운 것 같은 느낌이지요. ㅋ~
소총의 가늠자와 가늠쇠를 일치시켜 목표에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길 때는 처녀 젖가슴 만지듯이 자신도 모르게 살짝 당겨야 한다는데 나는 온통 신경이 방아쇠로 갑니다. 그럭 저럭 사격은 했는데 기분이 영 찜찜합니다. 모든 사수들이 일어나 앉고, 건너편 표적지 있는 곳을 보니 언제 그쪽에 대기하였는지 병사들이 표적지 주변의 참호에서 나와 표적지를 보고 표적지 명중 숫자만큼 둥근 원을 그립니다.
역시 내 표적지의 병사는 돌리는 것이 힘이 많이 들었는지 몇개 돌리지를 못하네요. 쩝~
" 야 임마!! 어디다 대고 쏜거야? 옆 표적지에 쏜거야? 아니면 그냥 허공에 갈긴거야??"
예의 넙적 조교가 다그치네요.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아마10발 씩 2회에 걸쳐 사격을 한 것 같습니다. 두번 째 사격에는 아예 내 실탄 5발을 뺏어서 사격을 제법 잘하는 옆 사로의 병사에게 건넵니다. "네 것 중에 남은 몇 발은 이 넘의 표적지에 쏘고, 이것으로도 이넘의 표적지에 쏘거라!!"
그렇게 해서 간신히 합격점을 받았는데, 조교가 나를 생각해서 그렇게 해주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조금 이해가 안됩니다. 그 조교도 제대를 하고 고향에 돌아가서 지금은 아들, 딸 낳고 오손도손 잘 살고 있겠지요.
미군들 사격장인 듯 한데요~ 신사군대라서 그런지 의자에 앉아서 사격을 합니다.
전쟁터에도 저렇게 의자를 가지고 다니며 총을 쏘려나? 심지어 선글라스까지 끼고 말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의 미군들이 선글라스를 끼고 전장을 누비면서 적과 교전하는 것을
인터넷 동영상으로 가끔씩 봅니다. 제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판에 선글라스를 끼고 전투하는 것이
영 낯설고, 전쟁을 마치 장난질하는 것처럼 이해가 안될 때도 있습니다.
위 동영상은 민간인이 미군사격장에서 사격체험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머리판을 어깨에 대는 폼이나, 조준을 하는 폼이 영락없는 고문관이 될 소질이 다분하네요 ㅋㅋ
심지어 실탄을 장전하고도 안전장치를 풀지 않아서 처음 격발은 실패도 합니다.
이런 동영상을 올리는 사람도 웃깁니다. 제 친구 총 잘 쏘는 것으로 착각했나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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