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에피소드(9)

2011. 7. 7. 15:18지난 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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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벌판을 정신없이 걷고, 눈물 젖은 아리랑 고개를 넘어다니다 보니 어느 듯  세월은 흘러 이등병을 달 때가 되었습니다. 그새 같은 소대 한 내무반에 있었던 동기들은 정이 들어서 PX에서 돈이 없는 동기들에게 빵이나 우유도 같이 나눠 먹기도 하고 더운 여름밤 서로의 땀 냄새에 부대끼다가

기상나팔소리에 고향산천 친구들과 부모님과의 꿈속 만남은 졸지에 깨어지고 남정네들끼리 소란스럽게 살아가는 현실이 눈앞에 닥칩니다.

 

한달이 지나도 자다가 일어나면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생각이 안납니다. 조교들의 고함소리에 아차~ 이곳이 군대지  그렇지~~!!! 참으로 서글픈 마음이 듭니다. 언제 세월이 흘러서 제대를 하여

그리운 가정으로 돌아갈까 모포를 이리저리 개면서도 기가 막힙니다.

 

논산훈련소의 특과병이란 공병, 병참, 병기, 행정, 화학, 기갑, 통신 등 병과로 가는데 흔히 100 주특기(보병)는 아니기에 논산에 간다면 일단 말단 소총수는 면할 수 있으니 좋다고 했습니다.

이제 가수 김만수와도 작별입니다. 이렇게 헤어지면 언제다시 그의 무반주 생음악을 감상할 수가 있을까요?

 

드디어 이등병 계급장을 받고 서투른 바느질로 전투모와 전투복 상의에 답니다. 집에 편지는 했는가 도무지 기억은 없습니다. 아마 했던 것 같기고 하고, 안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무지하게 집에 가고 싶습니다. 그 심한 가뭄 속에서 훈련을 마치고, 마침내 훈련소를 졸업할 것인데 동기들과 또 헤어질 생각을 하니 가슴들이 미어집니다. 훈련을 마치면 바로 자대로 가는 병력도 있겠지만 주로 후반기 교육을 받기 위해서 병참학교, 병기학교, 공병학교  뭐~ 이런 저런 학교란 곳으로 갑니다. 군대서 학교라니 조금 생소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지만 분명 병사들에게 뭐라도 가르치니 학교는 분명히 맞습니다.

 

각자 주특기를 불러주는데 나는 병참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병참학교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내 주특기는 960 부대보급병반 주특기입니다. 900은 사단이나 연대규모의 보급이라면 960은 그저 대대나 중대급의 작은 물량을 취급하는 보급병입니다.

 

900이 대규모 물류창고를 운영하는 것이라면 960은 동네 창고 비슷한 것을 운영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일선 중대, 소대원의 워카짝이나 군복, 런닝, 팬티, 양말, 치약, 치솔 등 병사들과 부대끼면서  그런 소소한 물품을 보급합니다. 병사들이 전출가거나 전출오면 일일이 대장기록을 하여야 하니 상당히 귀찮은 일이지요~ 보급행정병이라고 하니 그것도 행정병이라고 기분이 좋습니다 ㅋ~

 

입대 시 도착하여 옆눈으로 흘깃거리며 보았던 강경역(?)인가 논산역(?)인가로 전부 갔습니다.

전부 뿔뿔이 주특기 따라 흩어져야 합니다. 따블백을 하나씩 어깨에 메고 나도 열차에 올랐습니다.

(군대 제대한지가 오래되니 어느 정도가 보안에 걸리는지 감각이 없습니다. 혹시 이글을 보시고 보안에 문제가 있다면 댓글로 주의 부탁드립니다.)

 

원래는 대전에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항구가 있는 곳으로 간다고 합니다. 막 이전하였다고 하더군요. 전부 논산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말자고 맹세를 하면서 떠나는 길입니다.

모포를 석장이나 뚫는다던 모기와도 탈영하면 안심 시켜놓고 신고한다던 무서운 논산사람들과도

이별입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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