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에피소드(4)

2011. 6. 7. 19:44지난 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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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군생활 에피소드는 현재의 군생활 이야기가 아니고, 1978년도 말의 얘기이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군대에서는 때로는 강심장도 되어야 하고, 때로는 요령도 있어야 한다.

첫번 째 난관이 집에서 용돈으로 가져간 돈을 잘 간수하는 것이다. 돈을 가지고 있으면 돈으로

로비를 할 수도 있고(사실 어려서 그렇게 할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생각되지만) 돈을 분실하면

또 다른 억측도 생기고, 야외훈련장에서 비위생적인 떡을 사먹을 수도 있고, 그래서인지 신병대기소에서 사복을 군복으로 갈아입을 때 모든 장병을 모아놓고 몇명의 조교가 공갈을 친다.

 

"지금 좋은 말 할 때 돈 가진 것 모두 앞으로 내놓는다 실시!!!!!!!!!"

 

".........................???!!!!"

 

"이 새끼들이 귀먹었나??  2초안에 내놓는다 실시!!  만약에 소지품 수색해서 나오면 죽는다!!!!"

 

기질이 약한 장정이 하나, 둘 주섬주섬 돈을 감은 실꾸러미를 슬금 슬금 내놓는다.

숨기는 곳도 가지 가지였다.

 

나는 바지 앞쪽의 쟈크 재봉선을 면도칼로 띁고 그 속으로 만원권을 길다랗게 접어서 5장 정도를

접어 넣었었다. 속으로 뜨끔하였지만 아무래도 훈련받을 때 빵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 같아서

어금니를 깨물었다.

몇번 장정들을 상대로 공갈을 치던 조교들이 내놓은 돈을 각자의 집으로 부친다고 한명씩 주소를

받아서 갔다.

 

미련하게 전부 내놓은 장정들은 나중에 훈련소에 들어가서 낮 훈련이 끝난 다음 꿀맛같은 휴식시간에 PX에서 돈을 남긴 병사가 맛있게 빵과 우유를 사먹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만 보아야 하는 서글픈 신세가 되어버렸다.

내무반에서 돈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돈 보관을 잘해야 하는데, 요리조리 궁리하다가 행정반에 가서 철제 압정을 구해와서 야밤 내무반 보초설 때 내가 자는 침상아래 판자에 돈을 접어서 거꾸로 압정에 꽂아 놓았더니 분실하지 않고 훈련기간 동안 군것질을 잘도 하였다.

 

형으로부터 만약 훈련받다가 보급받은 보급품을 행여 잃어버리더라도 절대 당황하지 말고, 주변에 잃었다고 말하지 말고 똑 같은 방법으로 남의 것을 슬쩍하여 채워두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실제로 나에게도 일어났다. 난데없이 전투복 바지가 1개 없어진 것이었다. 보급품을 분실하면 유급시켜 훈련을 더 받아야 한다고 훈련병들이 얘기들을 하는데 형의 말처럼 겉으로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참~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바로 실행에 들어갈 수가 없고, 곁눈으로 주변내무반을 돌아보았지만 군복바지가 그넘이 그넘 같아서 도대체 알아낼 수가 없다

 

속은 쓰리지만 내가 내무반 불침번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옆 내무반에 들어가서 가져오려니

불침번들이 군기가 바짝들어서 근무하는 통에 도통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가고..

애라 나도 모르겠다. 근무 끝나기 전 한 내무반 전우의 것을 슬쩍하였다.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밤을 지내고 다음날 그 전우의 기색을 살피니 바지가 없어진 것을 알고, 그도 말은 못하고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미안한 마음이 요동을 쳤지만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아마 그도 다른 전우의 전투복을 슬쩍하였으리라~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보급품을 분실해도 유급같은 것은 없었다.

 

 

 

위의 동영상은 미군 신병들이 훈련중에 가스실에서 방독면 탈착훈련을 받는 모양인데

앞으로 벌어질 사태를 짐작하지 못하고, 밖에서 키득거린다~!!

가스가 자욱한 가스실에 들어와서 교관이 방독면을 벗기고, 구령을 하면 복창하는데 콧물범벅이다.

에구~ 그 속에 처자들도 있네 그려!! 연기피운 오소리굴이 따로 없다.

유격훈련장 개스실에 방독면을 하고 들어갔는데 조교가 난데없이 병사들의 방독면을 아래에서

위로 사정없이 당긴다. 경험없는 신병들은 순식간에 방독면이 벗겨져서 조교의 손에 들어간다.

방독면끈을 느슨하게 조인 덕분이다. 그것을 보고 나는 방독면끈을 조이는 동시에 입을 크게 벌려서

방독면이 벗겨지는 것은 면하였지만  곧 이어 조교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전부 방독면을 벗는다 실시~!!" 

 

 "............"

 

"이 새끼들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벗는다 실시!!" 

 

고양이 앞의 쥐처럼 두려움에 휩싸여 전부 방독면을 벗고 콜록대기 시작하자

 

 "군가를 부른다,  군가는 '멸공의 횃불!!,  반동 간에 군가한다. 반동 시작~ 하나, 두~울, 셋,  넷"

 

"아름다우~~쿨럭 쿨럭 운 이 강사안~을 쿨럭, 콜록 지키는 우우리~~쿨럭~ 캐캑~~쿨럭"

 

"어쭈~ 군가소리 봐라~!!  큰 목소리로 부를 때까지 계속한다. 알았나? 이 ** 들아!!!"

 

반동도 제 각각 군가도 제 각각 눈물, 콧물, 구역질을 하면서  몇번의 다그침 뒤에 간신히

군가를 마치고 가스실을 나왔던 기억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