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보다 무서웠던, 산감, 술조사, 순사!!!

2011. 5. 31. 23:29지난 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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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전으로 생각이 됩니다.

"전통주 만들기" 까페를 보고, 가입한 다음 직접 술만들기에 도전한 적이 있습니다.

내손으로 술을 만들어 먹고 싶었지요. 물론 만드는 방법은 까페에 있는대로 합니다.

시골에 살면서 우리집은 아니지만 곁눈으로 막걸리를 만드는 것을 대충 본 적이 있었지요

 

시골에서 베이비 붐 세대라면 공통적으로 겪은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승사자보다 무서운 것!!!

 

첫번째는 "산감山監"입니다. 산을 감시한다는 것인지, 산에 들어가는 사람을 감독한다는 것인지

엄청 무서웠답니다. 온돌방의 난방과 재래식 부엌에 밥짓기를 위해서는 반드시 땔감이

필요하였지요.

 

땔감용 나무를 장만하기 위해서는 지게를 지고 뒷산으로 갑니다. 낙엽을 긁어 모으는 방법과

죽은 나무를 톱으로 베거나 줄기는 없고 썩은 나무뿌리 덩걸, 우린 그것을 "고자배기"라고도 

불렀는데 그것을 도끼로 후려쳐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위에 나열한 방법으로 채취한 나무는 관계가 없는데, 겨울산에 가면 참나무가

쭉쭉빵빵으로 줄을 지어 서 있습니다. 그넘을 톱으로 1m 정도 길이로 자른 다음에 도끼로 패면

짝짝~ 갈라지는 것이 군불때는 것보다 더 한 희열을 느낍니다. 때론 생소나무(청솔)가지를

잘라와서 때기도 하고, 낙엽을 긁어모아 큰 덩어리로 만든 것(인 나무라고 했습니다)을

마당에 크게 쌓아놓고 그 위에 내리는 비에 맞지 않도록 청솔을 덮습니다.

 

동네에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칩니다.  "산감이 왔다. 빨리 나무 치워라~~~"

그때부터는 가족들 모두 제정신이 아닙니다. 생나무 잡아다(잡았다는 표현을 사용함)

뒤 안에 널부러진 것을 한 곳으로 급히 쌓고, 볏집으로 보이지 않도록 단단히 숨겨야 합니다.

 

두번째는 "술조사"입니다. 어릴 때라서 어느 관청사람인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읍내에 있던 세무서직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 누군가 "술조사가 왔다~~아~~~" 외칩니다.

우리 집은 술 마실 사람이 없어서 상관없지만, 이웃집 고주망태 아저씨 집은 밀주 빚는 것을

밥먹듯이 하니 초비상이 걸립니다.

 

집 가까운 곳에 있는 두엄더미에 집안에 만들어 놓았던 누룩과 막걸리를 맨발로 옮겨서

감추어 놓습니다. 그리고 술조사가 동네를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는 비상사태이었지요

밀주를 만들다 적발되면 벌금을 물어야 하는데 시골형편으로는 큰돈이니까 그렇게 무서워

했습니다.

 

다음은 순사인데 생략하겠습니다. 그들의 활약상은 우리가 익히 경험을 했으니까 굳이

이곳에 나열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그렇게 술조사와 이웃집 눈치보면서 몰래 만들어 먹던 "밀주"를 내손으로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가끔씩 들렀던 전통주 만들기 까페에서 힘을 얻었구요 http://cafe.daum.net/Homebrewing

우선 왠만한 것들은 구입할 수가 있는 칠성시장을 갔습니다.

큰 주방용품을 파는 가게로 들어가서 고두밥을 만들고, 술을 담을 용기인 큰 찜통을 구입하고

동동주 담을 뚝배기와 잔을 같이 사왔습니다. 누룩은 인터넷으로 만원을 주고 온라인으로

구입을 하고, 손수 고두밥을 쪄서 거실바닥에 식혀서 말린다음 인터넷에서 구입한 효모를

골고루 섞고 물을 부은 다음 안방에 모셔놓고, 모포를 덮어 두었습니다.

 

회사에서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면 제일 먼저 술을 앉혀놓은 찜통으로 가서 찜통에 귀를 대어

봅니다. 뽀글, 뽀글 술익는 소리와 술냄새에 온갖 시름에 잠겨있던 마음이 풀어집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니고, 다시 찹쌀 고두밥을 쪄서 효모를 섞고 물을 부어 덧술을 만들고,

이틀 정도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 이미 만들어 놓았던 밑술에 덧술을 섞으니 동동주 마실 때

보았던 찹쌀알들이 농익은 술에 동동 뜹니다.

 

내가 만든 술에 내 스스로 감격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만들면 도수가 17~18도 정도라고 합니다.

막걸리는 물에 희석을 시키지만 나는 원액 그대로 먹기로 하였지요

7일 가까이 지난고 발효작용이 끝나 조용해진 찜통의 위에 형성된 청주를 조심스럽게

패트병으로 옮겨서 냉동실에 넣었고, 탁한 밑부분은 흔들어서 그냥 마시기로 하고 냉장실에

보관하였답니다.

 

일절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씁쓰레 한 술맛이 내 오감을 자극하여 행복감에 젖도록 하였지요

냉동실에 있는 큰 패트병 6개는 6개월 동안 제 혀끝에 더 없는 극치감을 주었습니다.
그후론 술을 담그질 않았지만 시간이 나면 다시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술조사가 없으니 밀주를 담는데 긴장감을 다소 떨어지지만 직접 만들어서 마셔본다는 것에

작은 의미 부여를 합니다. 자신이 직접담아서 판매를 하지 않고 마시는 것은 주세법에 저촉

되지 않는다니 큰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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