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8. 00:29ㆍ지난 날의 추억
논산훈련소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받기 전에 신병대기소란 곳에서 정밀 신체검사를 하면서
대기하는 곳, 일명 "신병 대기소"란 곳이 있었습니다.
정밀 검사결과 부적격자는 다시 집으로 복귀를 하고, 나머지는 2~3일씩 대기하다가 훈련소로
들어가게 됩니다. 신병대기소와 훈련소까지의 거리는 가까웠다고 생각되는데~
별달리 하는 일없이 시간을 보내다가(주로 사역병으로 차출이 많이 되었다) 집합명령이
떨어져서 모이면 몇명씩 호명을 하고, 이름이 불린 장정은 그 길로 어디론가 따로 불려서 갔습니다. 여기 저기서 보안대다, 수경사다 뭐다 하면서 저마다 추측을 하였는데 아마 뒷 배경이 있는 자제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회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다 갑자기 바뀐 환경 탓인지 첫날 첫 짬밥은 모든 장정이 거의 먹지를
못합니다. 허기는 졌으나 사회음식과는 다른 독특한 냄새가 식욕을 잃게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와중에 내가 가지고 갔던 미원과 소고기 장조림은 내가 먹어보기도 전에 거들이 났지요
두끼 정도를 굶으니 냄새나는 짬밥도 조금씩 목에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국민학교를 같이 다녔던 이웃동네의 동기와 같이 입대를 하였습니다.
그는 3대 독자인데도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시골의 부유한 집에서 자란 그는 딸 부잣집의
유일한 아들이었으나 군대 제대 후에 일찍 결혼을 하고, 딸만 셋인가 낳은 후 30대 초반에
암으로 그만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자손이 귀했던 집안은 결국 대가 끊기고 말았지요
그 친구는 정말로 씩씩하였습니다. 풀이 죽어 웃지도 않고 지내는 나를 비웃기나 하듯이
군대에 놀러온 사람처럼 그렇게 재미있게 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연병장에 집합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연병장에 앉아서 교관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뭔가 수상쩍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안경 쓴 사람, 격렬한 운동을 하면 몸에 이상이 생기는 사람, 그리고
1급 갑종이 아닌 사람은 이쪽으로 나와!!" 하고 교관이 소리칩니다.
왜 안경을 쓴 사람은 안 데려가나? 운동을 심하게 하면 이상이 나타난다? 곰곰히 생각하다가
번쩍하고 머리에 뭔가 스쳐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입대 전에 형이 "절대로 하사에 차출되면 안된다. 6개월간 하사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하사훈련과정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니 무조건 차출되지 말아라"라는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나와 같이 입대했던 중학교 동기 2명이 내 옆에 바짝 다가앉아서 나의 눈치를 봅니다.
"무조건 튀자!" 고 제안했지요 친구들은 겁 먹은 얼굴로 "잡히면 맞아 죽는 것 아니야?" 하며
불안해 합니다. 잠시 조교들이 한눈파는 틈을 타서 그 대열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친구 2명도 뒤따라 나옵니다. 그길로 내가 지내던 내무반으로 가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 온 병력
내무반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동태를 보았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우리 내무반으로 조교들이
들이닥쳐 잡히면 죽이겠다고 한다면서 화장실에서 만난 같은 내무반 전우가 알려줍니다.
이젠 이판사판입니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탈영하려고도 마음먹었습니다.
낮동안에는 우리보다 늦게 들어온 병력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내무반 침상밑으로 기어들어가
통일화를 베게삼아 잠도 자면서 숨어지냈지요
그들이 탈영보고를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내무반 동기들이 밥 먹을 때 분명히 보았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를 하니 탈영보고도 못하고 이틀을 찾아다니다가 포기를 하였습니다
그런 사연으로 나는 일주일 이상이나 신병대기소에 머무는 신세가 되어 동기들보다
늦게 훈련소에 투입되었습니다.
참 웃기는 군대입니다 이글을 보고 군대 명예훼손이라고 덤비는 당국은 없겠지요
화장실에 가서 큰일을 볼 때도 모자를 쓴 채로 보면 안됩니다. 화장실 문을 벼락같이 열어젖히며
갑자기 나타난 호로자슥넘이 갑자기 모자를 탈취하여 달아나기 때문이지요
따라가려고 해도 그럴 형편이 못되었습니다. 언제 바지 걷어올리고 따라갈 수가 있을까요?
설령 뒤처리도 하지 않고 따라간들 그 많은 장정들 틈에 섞여버리면 그넘이 그넘같아서
분별을 할 수가 없지요 그러면 나도 그런 방식으로 네다바이를 해야 합니다. 참 더러워서~~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작은 모자정도가 아니라 커다란 식판을 들고 튀는 넘도 있습니다.
짬밥은 솥에 하는 것이 아니라 직사각형의 알미늄 식판에 쌀을 붓고 스팀으로 찌는 것입니다.
밥을 퍼고난 다음 취사병들이 사역병을 차출하는데 그 사역병들이 수돗가에서 큰 식판을 씻을 때
한눈팔면 옆에 깨끗이 씻어놓은 식판을 들고 튑니다. 그넘을 따라갈라치면 옆의 그넘 패거리들이
온갖 진로방해로 그넘을 깨끗이 놓치고 맙니다. 하늘이 노래지지요~
식판을 잃어버렸으니 취사병에게 당할 일이 파노라마처럼 선명히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나중엔 식판을 씻을 때는 보초도 여러명 세워놓고 씻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미스터리한게 왜 애초에 식판이 없어졌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어딘가 모자랐기에 훔쳤을텐데 그 고물 식판을 어떤 넘이 엿하고 바꿔먹지 않고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는데 좌우지간 불가사이한 일이 벌어지는 곳이 군대이니 어이 없습니다.
한번은 화장실에 가니 중사인지 상사인지 하사관 한명이 핏대를 세웁니다.
수세식 화장실에 장병 중에 누군가 이물질을 투입하였나 봅니다. 변기가 막혀서 화장지와
떵이 둥둥 떠있고, 옆으로는 떵물이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네요
" 야 임마 이거 빨리 못뚫어?"라고 다그치자 붙들려온 불쌍한 두넘이 거의 죽어가는 표정으로
어쩔줄을 모릅니다. " 야 이새끼야~ 빨리 소매 걷지 못해??"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러더니 "빨리 변기에 손 집어넣어서 막힌 것 빼내!! 알았나??"
불쌍한 그 병사는 변기를 그의 명령대로 뚫었습니다. 아마 그는 그 경험을 평생 잊지못할 것입니다.
아~~ 불쌍한 전우여!! 정말 온몸을 던져 큰일을 했다 정말 장하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이미지, http://cafe.daum.net/loveyou3040]
정겨운 추억의 사진이 있군요 ㅋ~ 원산폭격(일명 꼬라박아!!)은 이마를 땅에 닿게하고, 손은 뒷짐을 지는 형태인데, 뒷짐도 안지고, 이마를 땅에 대지 않은 것을 보면 원산폭격도 아니고, 깍지끼고
엎드려 뻗치기로 보기엔 자세가 엉성하나 아마 시간이 조금지나 깍지낀 손이 아파서 저렇게
낮은자세가 나온 것 같군요.^^
깍지를 시키는대로 곧이 곧대로 낀 사람은 죽어납니다. 나는 깍지를 겉으로 보면 멀쩡한데
사실 중간 두손가락이 한꺼번에 안으로 들어가도록 요령을 부려 다른 전우들 콩죽같이 땀을
흘리며 고통에 몸부림쳐도 나는 괜찮았습니다.^^
옆 전우에게 알려줄 수가 없는 것이 전부 그렇게 하다가 들통나면 나도 고통받을 것이 뻔하기에
전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런 방법을 전수하여 주지 못했습니다. 훈련받을 당시엔~~
밑의 사진은 M1 소총을 총구 끝을 손에 잡고 거꾸로 들고 오리걸음 시키는 기합을 주고 있습니다.
아~ 옛날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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