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어디 가고, 흔적만 남았는고?

2020. 4. 20. 18:00살아가는 이야기

728x90





욱수지 물 들어오는 곳에 홀로 앉아 있는 바위 위에서 못 둑을 본다. 우한 폐렴이 극성을 부려도 이곳은 조용하다. 춘래불사춘(春來) -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봄이 와도 봄이 온 것이 아니다.







겨울이 가고, 해동하면 늘 저곳에서 낚시하며 소일을 하던 80대 중반의 노인이 최근 보이지 않는다. 소쩍새와 올빼미가 우는 여름밤이 이슥해지면 등산객이나 산책하던 사람이 모두 보금자리로 떠나가고, 외지고 음산한 이곳, 낮에 밥 대신 마신 막걸리의 취기에 기대어 홀로 저 낡은 야전침대 위에서 곤한 잠에 빠져 다음 날을 맞았던 그 노인! 길손에겐 그의 주식(主食)이자 기호 식품이던 복분자, 더덕 막걸리를 권하던 그 노인! 아내와 사별하여 외로움을 이 호젓한 저수지에서 보냈던 그 노인이 없는 그 자리는 그래서 더욱더 쓸쓸하다.








야전침대 옆에는 지난해에 사용했던 낚시도구들이 겨울을 나고, 봄이 되어 주인을 기다렸지만, 그 주인은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해를 넘기지 못하고 작고하셨는가? 길손에게 그냥 심심한 막걸리는 못 마시겠으니 복분자, 더덕 막걸리를 사다 달라고 했던 그 선량한 눈빛의 노인이 자꾸 눈에 밟힌다.






쓸쓸한 길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암컷을 찾아 고함을 지르는 수컷 고라니도 야속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