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쟁이 두꺼비, 외갓집을 찾아서

2020. 5. 16. 18:00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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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디 어린 새끼 두꺼비 앞에 거대한 인간의 발자국이 있다. 다행히 밟히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그 기대는 그 갓난쟁이의 생사를 확인하고 산산히 부서졌다.





어제 비가 내릴 때 망월지의 새끼 두꺼비가 산으로 이동했다는 기사를 오늘 오후에 접하고, 그들의 근황을 살피고자 오는 길인데 불광사(佛光寺) 경내에 들어서면서 맨 처음 본 것은 가슴 아픈 장면이었다. 이 갓난쟁이 두꺼비가 산으로 향하다가 중간에 비가 그치고, 강렬한 햇빛에 노출이 된 것 같다. 걷는 자세로 그대로 말라 죽었다.







사찰관계자에 의하면, 어제 오전 7시경 비가 내릴 때 저 밑 저수지 가장자리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밑에서 이 언덕을 올라오는 데 근 2시간이 걸렸다니 고행도 이만저만한 고행이 아니다. 이곳에 상주하는 스님들이야 성인이 되어서 고행의 길로 들어섰지만, 이 갓난쟁이들은 엄마 젖도 떼기 전에 이렇게 고행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사찰에서는 보행인의 편의를 위해 시멘트로 만든 디딤돌을 마당에 깔았겠지만, 한낮 땡볕에 달궈진 그 시멘트 위에 앉은 두꺼비 새끼는 그냥 불에 달궈진 돌판 위에 내동댕이쳐진 것이나 진배없다. 그 작은 몸으로 버티다가 결국 작은 몸뚱이는 몸속의 수분이 모두 증발되고, 삽시간에 미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길손이 찾은 시간은 오후 4시 30분 경이었기에 그런 불상사는 면했다.






길손이 갓난쟁이들을 구조하여 산 입구까지 운반해주다가 이곳을 찾은 사람에게 SOS를 치니 그도 갓난쟁이 두꺼비 구조에 나섰다. 사람의 기준으로 본다면, 겨우 30~50m의 거리지만, 새끼 두꺼비에게는 온종일 걸리는 거리다.






성체 두꺼비는 개구리보다 훨씬 크지만, 새끼 두꺼비는 정말로 크기가 작다. 붙잡으려 하니 오줌을 싸면서 도망치려고 한다.






사찰에서는 사람이 다니는 통로에 부직포를 깔았는데 워낙 작아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맨바닥보다는 움직이는 새끼 두꺼비가 빨리 눈에 띄어서 피하기가 훨씬 수월해 보인다. 참 신기한 것이 오른쪽이 저수지 쪽인데 움직이는 방향이 저수지 반대 방향인 산 쪽으로 머리를 두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어미 두꺼비가 알만 낳고, 산으로 돌아가서 어미에게 교육받지도 않았을 것인데 정말로 신통하게 산으로 향하는 것이다.






저 작은 두꺼비는 왼쪽 산으로 진행하다가 길손의 인기척을 느끼고 저수지로 도망간다.







저렇게 잡아서 산 밑으로 부지런히 가져다주었다. 나중에 나에게 은혜 갚으러 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친구는 고난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수지를 떠난 지 얼추 7~8시간을 지났을 것이다. 개활지에서 참새와 지빠귀들의 위협과 햇볕에 굴하지 않고, 높은 언덕을 넘은 것이다. 고지가 앞에 보인다.







갓난쟁이 두꺼비가 떠난 자리다.






악당 블루길과 배스의 공격에도 살아남은 개체들은 저 멀리 보이는 외갓집으로 외할머니와 엄마를 만나러 가야 한다.







사찰 측은 두꺼비에게 감사해야 한다. 두꺼비 때문에 망월지 청산위원회가 저수지 매립을 못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저수지가 매립되고 앞에 큰 건물이 선다면 사찰 측으로 봐서는 큰 낭패가 아닐 수가 없다.  


사찰의 축대가 두꺼비에게는 가히 에베레스트에 버금가는 직벽이자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다. 예전에는 이곳에 천으로 경사면을 만들어 주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보니 미물에 대한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보시오!! 돈관 큰 스님!!

상좌들에게 지시해서 5월 한 달만이라도 이곳에 베니어 판 경사로를 만들고, 부직포를 덮어서 두꺼비들이 쉽게 산으로 올라가게 하는 것이 어떻겠소?? 섬섬제(蟾蟾祭) 보다도 그게 먼저라고 생각되오!! 근데 '섬섬제'는1회만 하고 종(鐘)을 쳐 버렸소?? 오늘도 6시 30분에 일주문 옆의 종각에서 범종소리가 우렁차더만, 그래서 매일 종을 쳤나? 하기사 그렇게 하고 싶어도 그렇게 했다가는 망월지 적폐청산위원회 제위들에게 어떤 봉변을 당할 지 염려도 될 것이니







저 앞쪽 중간으로 올라와서 길손이 사진을 찍는 이 방향으로 두꺼비들이 이동하는 공간이다. 이곳을 지나는 것이 갓난쟁이들에게는 두꺼비들의 생사가 걸린 곳이다. 사찰이 들어서기 전에는 저곳이 밭으로 쓰여서 두꺼비들의 고난이 심하지 않았는데 저렇게 보도 블록을 깔아버리니 새끼 두꺼비들의 생존율이 엄청나게 떨어지고, 그 결과로 이 저수지로 알을 낳으려 돌아오는 성체 두꺼비의 개체수도 엄청나게 감소했다. 두꺼비의 생사도 자연의 섭리니 그 섭리에 맡기자고 하지만, 그것은 아닌 것 같다. 두꺼비가 온전히 살 수 는 공간이라면, 인간인들 온전히 살 수가 있을까?








잔뜩 긴장한 갓난쟁이가 몸을 움추리고 있다.




















새끼 두꺼비가 지나는 길에 작은 개미들이 일렬로 길을 건넌다. 저수지를 갓 나온 두꺼비가 개미를 처음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위협으로 느꼈는지 개미 줄을 넘지 못하고, 주춤거리면서 평행으로 진행하더니 더는 못 참겠는지 폴짝 뛰어 넘어간다. 미물이라고 우습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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