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든 안 보든 스스로 핀 소박한 자귀나무 꽃

2020. 7. 1. 11:03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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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수골 봉암 폭포 옆에는 팔각정이 있고, 지붕 오른쪽으로 아주 커다란 '자귀나무'가 꽃을 피웠다. 

 

 

 

 

폭포 옆으로 난 좁은 작은 절벽 위에 누군가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세운 돌탑(?)이 길손의 눈길을 끈다. 

 

 

 

 

처음에는 작은 나무가 절벽 끝에 자라났고, 그 나무를 자른 뒤에 돌을 얹은 것으로 보이기도 했고, 또 어떻게 보면 바위 위에 기다란 돌이 자란 것으로 보이기도 해서 유심히 보는데 누군가 눈썰미 있게 긴 돌을 찾아서 그것을 세우고 위에 갓처럼 생긴 돌을 얹었다. 보통 정성이 아니다. 좀 과장하면, 남근(男根)처럼 보이기도 한다.

 

 

 

 

1960년대 말 너나 없이 헐 벗고, 배고팠던 시절에 여름 오후가 되면 동네 악동들은 재산목록 1호인 황소나 암소를 몰고 마을에서 2~3km 정도 떨어진 산세가 비교적 험한 산으로 소를 먹이러 갔다(우리는 사투리로 "소를 뛰끼러 간다"고 했다)  당시에 소는 여름을 제외하고는 볏짚이나 콩깍지 등을 커다란 가마솥에 넣고 삶아서 먹였는데 여름에는 들에서 꼴을 베다가 생으로 먹이고, 낮에는 소를 몰고, 산으로 들어가서 소를 방목한 다음에 어스름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면  골짜기로 들어간 소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그 일상이 방학 내내 반복되었다.

 

그 시절에 소를 먹이러 간 산에서 볼 수가 있었던 저 자귀나무꽃은 어린 동심에도 신비스럽게 보였다. 보랏빛을 내는 가느다란 솜털이 보송보송한 꽃이 슬프고 배고픈 나를 위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막연히 어떤 피안의 세상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던 저 꽃이 오늘도 흐드러지게 피었다. 갑자기 돌아가신 할매가 생각난다. 자귀나무꽃의 꽃말은 '환희'라고 하는데 왜 나는 막연한 서러움과 슬픔을 느꼈을까?

 

이파리도 여느 나무와는 다르게 이국적으로 생겼고, 꽃도 특이하며, 꽃 냄새를 맡아도 그저 특징도 없는 저 꽃을 볼 때마다. 막연한 외로움과 슬픔을 느끼게 했던 자귀나무의 '자귀'는 목수나 시골 가정에서 나무를 쪼아서 평평하게 다듬거나 뾰쪽하게 만들때 쓰는 연장으로 한 쪽은 넓적하게 날이 섰고, 다른 쪽은 마치 망치처럼 생겼는데 그 손잡이를 만드는 나무자루가 이 자귀나무로 만들었다고 해서 자귀나무라고 했단다.

 

두산백과에 보니 자귀나무는 

 

자귀나무는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나무로 합환수()·합혼수·야합수·유정수라고도 한다. 이런 연유로 산과 들에서 자라는 나무를 마당에 정원수로 많이 심었다. 자귀대의 손잡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나무였기 때문에 자귀나무라고 하며 소가 잘 먹는다고 소쌀나무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나무의 줄기는 굽거나 약간 드러눕는다. 높이 3∼5m이고 큰 가지가 드문드문 퍼지며 작은 가지에는 능선이 있다. 겨울눈의 아린 (, 겨울눈을 싸고 있는 단단한 비늘 조각)은 2-3개가 있지만 거의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잎은 어긋나고 2회깃꼴겹잎이다. 작은잎은 낫 같이 굽으며 좌우가 같지 않은 긴 타원형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작은잎의 길이는 6∼15mm, 너비는 2.5∼4.0mm 정도로서 양면에 털이 없거나 뒷면의 맥 위에 털이 있다.

꽃은 연분홍색으로 6∼7월에 피고 작은 가지 끝에 15∼20개씩 산형()으로 달린다. 꽃받침 화관은 얕게 5개로 갈라지고 녹색이 돈다. 수술은 25개 정도로서 길게 밖으로 나오고 윗부분이 홍색이다. 꽃이 홍색으로 보이는 것은 수술의 빛깔 때문이다. 열매는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익으며 편평한 꼬투리이고 길이 15cm 내외로서 5∼6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특이한 점은 신경초나 미모사는 외부의 자극에 잎이 붙어버리지만 자귀나무는 해가 지고 나면 펼쳐진 잎이 서로 마주보며 접혀진다.

한방에서는 나무껍질을 신경쇠약·불면증에 약용한다. 한국(황해도 이남)·일본·이란·남아시아, 인도, 네팔, 중국 중부와 남부, 대만에 걸쳐 분포한다. 과거에는 목포 유달산에 자생하는 종으로 자귀나무보다 소엽(작은잎)이 매우 큰 (길이 20∼45mm, 너비 5∼20mm)인 것을 왕자귀나무(A. coreana Nakai)라고 하였으나 지금은 중국 중남부, 대만 북부, 일본 큐슈 남부에 자생하는 종과 동일하게 Albizia kalkora (Roxb.) Prain. 이라는 학명을 사용한다.

자귀나무의 껍질은 합환피()라고 하여 약재료 사용한다. 약재의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다. 정신을 안정시키고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며 부기를 가라앉히고 통증을 멎게 하며 근육과 뼈를 이어준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귀나무 [silk tree, mimosa, cotton varay] (두산백과)

 

 

 

 

           자귀 사진 : 사진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251694&cid=51293&categoryId=51293

 

 

 

 

봉암 폭포에서 아래로 조금 내려오면 누군가 개울가에 참한 농막을 만들어 놓았다. 세월이 지날수록 잘 다듬어지더니 지금은 무릉도원으로 만들었다. 

 

 

 

 

무릉도원 앞에는 개울이 있는데 작은 폭포에서 떨어진 물을 가둔 작은 웅덩이에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농막 주인 왈 "대구 농고 저수지(가천지)에 사는 수달이 물이 많이 내려오면 이곳까지 올라와서 물고기를 모두 잡아먹는다고 했다. 아니 이 아래는 욱수지(旭水池)라는 큰 저수지가 있는데 그 높은 못 둑을 어떻게 타고 올라왔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거리도 족히 4km는 될 것인데~ 눈 앞에 보이는 저 위의 상류로는 올라가지 못하는 듯하다고 한다. 아니 큰 저수지 뚝방은 넘었으면서 저 작은 폭포를 거슬러 못 올라가는가? 농막 주인에게 수달이 올라오면 사진을 찍어달라고 당부하고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