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공설 숭조당(崇祖堂)

2020. 7. 8. 17:07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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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공설 숭조당은 경북 구미시 옥성면 초곡리 산6-1에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숭조당 2관을 개관했다고 보도가 되었는데 1관은 언제 개관되었는지 길손은 잘 모른다. 이 숭조당은 대구·경북 최대 규모의 장사시설이라고 하고, 2019년 7월 16일 2관을 개관했는데 지상 3층, 지하 1층(연면적 3천615㎡) 규모로 최대 3만 기를 안치할 수 있는 대형 봉안 시설이라고 한다.

 

 

 

추모공원의 규모가 한마디로 어마어마하다. 이곳을 조성할 때도 아마 인근 주민들은 혐오 시설이 들어온다고 꽤나 반대했을 것으로 본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지 않고 영생한 사람이 있으면 한번 나와 보라고 해봐라!!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 것인데 주검과 시신(屍身)에 대해서 공포감도 느낄 뿐만 아니라 부패하면,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정나미가 뚜~욱하고 떨어질 것이다. 위로 쳐다보니 정말로 많이도 죽어서 묘지에 묻혀있다.  

 

이곳은 재단법인 '선산공원묘원'이 37년째 운영하는 곳이라는데 건물에 안치하는 납골당(숭조 1관, 2관)은 구미시 공설이고, 매장이나 건물 밖의 소규모 가족 납골당은 '선산공원묘원'이 관리 주체라고 한다. 이 전역을 묘원 측에서 관리한다. 

 

 

 

 

숭조1관 주차장에서 밑을 내려다본다. 망자(亡者)들이 보는 벌판과 세상은 참 아름답다. 

 

 

 

숭조 1관의 모습이다.

 

 

 

 

 

작년에 개관했던 숭조2관이 길손의 목적지다. 길손은 이런 납골당 방문이 머리에 털 나고 처음이다. 길손은 부고(訃告)를 받았을 때 장지(葬地)가 선산(山)이라는 것을 볼 때마다 막연한 부러움을 느끼곤 했는데 선산을 물려준 그런 조상을 가진 그 망자와 후손에 대한 부러움이다.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선산이 없다.  선산(山)이 애초 없었던 것이 아니라 못난 조상이 그 선산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죽을 때가 되면 죽어서 선산(山)에 몸을 눕히고 싶지 이런 곳에 오고 싶었던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길손의 조부모와 선친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그것은 그들의 선택도 아니고 길손의 선택도 아니다.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숭조관은 그야말로 망자들의 아파트다.

 

 

 

 

숭조 2관 주차장에서 밑을 보니 숭조 1관이 보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가히 환상적이다. 

 

 

 

 

 

망자가 구미 시민이라면, 15년 동안 봉안하는데 약 1/4 가격으로 모실 수가 있다. 이곳에 이장(移葬)해서 모신 우리 조상은 이곳 구미 시민이 아니어서 관외 요금을 냈다.

 

 

 

 

길손은 이곳의 사연을 잠시 보다가 눈시울을 붉혔다. 가슴이 아리고 슬프다. 한창 자라는 자식을 두고 떠난 어느 엄마의 웃는 사진이 가슴을 친다. 어디서 사시다가 어떤 사연으로 떠나신 지는 몰라도 길손의 감정을 저 밑바닥부터 북받치게 한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했다. 망자(亡者)의 아파트에는 갖은 사연이 있다. 사랑하는 지아비를 잃은 지어미, 어린 자녀와 사랑하는 남편을 두고 떠난 젊은 엄마, 태어난 날은 다르지만 인생 졸업 일자가 같은 젊디 젊은 부부, 군복을 입은 사진으로 남은 청년, 화사한 웃음을 띈 채로 셀카로 가족모임을 찍은 새색시, 교복을 입은 어느 여학생과 남학생, 정말 많은 사연이 길손의 감정을 흔든다. 이런 사연을 읽고 있는데 뒷편에서 여인의 조용하지만 진한 흐느낌이 들린다. 납골당 제일 윗단에 그녀의 남편이 있다. 아!!~ 길손보다 10년이나 젊은데 무엇이 그리 바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그렇게 허겁지겁 떠났는가? 이곳에 안치된지도 4개월이 지났는데 단아한 체구의 젊은 여인의 눈은 붉게 충혈되고 부어 있다. 이 풍진세상에 대들보 같았던 지아비를 잃고 혼자서 아이들과 세상을 살아가려니 얼마나 힘이 들까? 그래서 길손은 이젠 그만 놓아주어야 하지 않겠냐고 어줍짢은 위로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