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 23:06ㆍ살아가는 이야기
2011년 6월 13일, 14일, EBS에서 "목조각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목조각장, 박찬수"란 제목으로 방송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수 나훈아를 얼핏 닮고, 눈빛이 형형한 목조각장 박찬수선생이 관객 앞에서 큰 자귀로 무대에 가져다 놓은 생 통나무를 "퍽, 퍽~" 쫍니다. 아무렇게나 쪼는 것 같은데 조각칼로 휘리릭 둥글게 마무리를 하니 웃는 사람의 조각이 그곳에 있습니다. 아마 1분의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또 나무 한개를 양다리 앞에다 세워서 또 아무렇게나 짜귀질을 합니다. 이리 저리 흠집이 처참하게 난 나무조각들 사이로 또 사람의 형상이 있습니다. 참 대단한 짜귀질입니다. 입신의 경지이더군요!! 그분이 이미 이룩해 놓은 작품세계는 굉장히 정교하고 섬세하여 제가 이곳에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겠고, 다만 그분을 내가 굳이 표현한다면 현재는 '퓨전 조각'을 지향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관객과 함께 같이 숨쉬는 공간에서 조각가와 관람객이 함께 하는 조각, 여러장의 나무판자를 이어 그위에 현대적인 페인팅을 한 후에 평면조각을 하여 주택의 벽에 걸어놓을 수 있도록 하는 시도~ 참으로 신선하고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가진 조각가였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보니 '이순분의 세상그리기' 란 블로그에 박찬수선생의 작품세계에 대해 자세히 포스팅한 것이 있어 여기에 퍼다 날랐습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 박찬수
그는 여주에 있는 작업실에서 나무를 만지고 있었다.
내년 4월에 영국 런던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전시를 위해 작품을 다듬고 있는 그에게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의 눈에는 열정이 가득 담겨 있다. 자신의 목조각과 닮은 모습의 박찬수관장은 시원 시원하고 우렁 찬 목소리로 지금하고 있는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빠르게 이어갔다. 작품을 만드는 손길을 멈추지 않은 채 힘차고 빠른 손놀림만큼이나 빠른 어조로 그의 작품들과 나무이야기를 들려준다. 목조각장의 작업실 벽면에는 완성된 작품들과 작업 중인 목조각들로 자연스러운 하나의 전시장이 되어져 그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박찬수의 부처는 우리가 보아온 입을 다문 채 미소를 띈 모습이 아니라 입을 벌려 웃는 인간적인 부처의 형상이다.
무슨 일이든 열정적인 작가의 성품처럼 활짝 열려진 작품세계가 인상적이다. 동자승과 부처상, 행복한 미소를 짓는 필부필녀들과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작품들이 작업장 곳곳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전통을 전승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작품세계를 그 안에 녹아들게 하는 작가의 손길이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전승은 현재를 담는 전통이다.
삼각형.네모.동그라미 형태의 얼굴들에 표정을 담고, 한글을 새기며 작품을 다듬고 있는 작가에게 그의 작업 특징인 자귀에 대해 질문을 하니, 곧바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또다른 작업을 하며 놓아 둔 자귀를 들고 온다.
자귀는 나무를 다루는데 있어 大木 ,小木에 구분없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도끼와 함께 인간 도구사용의 시초부터 보이는 연장이라고 그의 저서 '불모의 꿈'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 자귀로 다듬은 나무의 맛은 다른 도구들이 따라올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거칠고 투박할 것 같이 나무를 내려치지만 그 자귀가 만들어내는 면들은 조각칼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은 맛이 있다. 삶의 자취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노인의 손이 거칠지만 아름다운 것처럼...
그는 자귀의 멋을 보려면 불국사 대웅전의 마루판을 보라고 한다. 그는 불국사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귀로 나무를 깍아 만든 그 마루판에 있다고 한다. 장인의 정성이 그대로 드러난 그 솔직하고 인간적인 마루판의 아름다움을 느끼러 경주 불국사로 여행길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자귀로 만든 작품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자귀로 작품을 다듬고 있다.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제일 먼저 마주쳤던 다듬다만 나무 세둥치. 그 거친면이 묘하게 다가와 눈여겨 보았는데 그것이 자귀로 나무의 겉작업을 한 것이었다.
나무는 각기 둥글고 네모지고 세모난 술병 모양을 하고있다. 그의 발상이 기발하고 재미있다. 술을 적당히 마시면 웃는 얼굴이 동그란 형태에 담겨 지고, 술을 많이 마실수록 세모와 네모의 형태속에 일그러진 얼굴형태를 하고 있다. 작품으로 술 권하는 사회에 대한 경고의 문구를 던진다. 작품 설명을 하면서도 그의 손길은 여전히 나무를 다듬고 있다. 자귀로 형태를 만들고 있는 그에게 다른 조각도구에 대해 질문을 하니 바로 연장을 바꿔 작업을 하여 눈 앞에서 도구들의 특징을 볼 수 있었다. 조각도와 나무망치가 지나간 자리에 나타나는 그 자욱들이 순식간에 얼굴의 표정을 만들어 간다. 얼굴 중에 눈을 만들어 가는 그의 조각도를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눈동자가 만들어진다. 나무의 동심원에 정확히 자리하고 있어 그 결따라 눈동자가 만들어질 수 있게 나무의 모든 것을 내 안으로 다 들여와서 작품으로 풀어내는 철저한 분석이 놀랍기까지하다.
작업과정을 설명에만 그치지않고 실연을 보여주는 그의 성품은 말이 앞서지않고 몸으로 실천하는 그의 생활습관이요, 진솔함이 묻어난 그의 작품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일상의 모습인 듯하다. 작품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가슴으로 나무를 다듬고, 사랑의 손길로 작품을 만들어 간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 속 부처의 입으로,동자의 모습으로, 지게를 짊어진 범부의 모습으로, 아이를 업은 어미의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따뜻한 메세지를 전한다. 그 메세지는 작품 속에서 형태뿐만 아니라 문자로 나타내지기도 한다.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문구로 세상에 전하고픈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화하여 세상의 한 부분을 정화하고 아름답게 만들려는 수도자적 모습이 보인다. 작품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순화시키고 설법 아닌 설법으로 사람들의 가야 할 방향을 짚어주는 수도승 역활을 하는 느낌이다. 작품속에서 여러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사회를 풍자하기도 하고' 마음이 부자인자! 베풀줄 아는 사람'이라는 문구로 사람들의 자비심을 일으킨다. 또한 그는 학점제 인가학교로 인정받아 학생들을 받고 있지만 제도에 대한 인식부족과 여러가지 여건들이 제도를 활성화 시키지못하고 있다. 힘든 것은 피하고 쉽게 가려는 마음도 예술의 길에는 통하지 않는다. 그는 작은 것 하나라도 소홀함이 없는 성실함으로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12살부터 조각의 길로 들어선 그의 인생역정은 그의 성실함으로 하나 하나 길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지인의 소개로 김성수 은사를 만난 그는 공방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어깨너머로 조각을 배우기 시작하여 그 특유의 성실함을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목조각수업을 받게 된다. 중학교때 이운식 선생님(현 강원대 미대 교수)을 만나 석고,브론즈,철조,목조등 다양한 조각분야를 접하게 된다. 예술가의 길과 목조각에 대한 기능을 알게해 준 김성수선생님과 조각 전반에 걸친 기초와 이론 교육을 해 주신 이운식선생님과의 만남으로 박찬수 자신의 작품을 체계화 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196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조각가로 정식입문한 그는 1972년 신상균선생님을 만나 불교목조각을 접하며 그의 목조각세계를 넓혀간다. 목조각밖에 모르고 살던 박찬수는1977년 유류파동으로 인한 어려운 시기를 넘기는 것으로 일본 유학을 택한다. 나무를 이용한 불교미술품의 제작기술이 발달된 나라이고, 우리나라의 고대 미술이 전해진, 예술품과 그 영향이 남아있는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가또오선생에게 나무 무늬를 보는 법, 나무를 선택하는 법,접목하는 법등 목조각의 많은 분야를 배웠다고 한다.끊임없는 공부와 작품활동으로 그는 이제 목아 박찬수라는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놓았다. 한글 사랑이 각별하여 자신의 작품에 한글을 새기는 것 뿐 아니라 10년째 한글새김전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취재를 간 그 날이 마침 전시 기간중이어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의 소중한 문화를 널리 알리고 발전시키는 일에 마음 쏟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작가의 마음이 귀하게 느껴졌다. 진정한 장인이 장인의 마음을 아는 것이리라. 남대문이 화재로 소실되었을 때 사람들이 슬퍼하고 세계가 안타까워 한 것은 불타버린 문화재와 함께 600년전 남대문을 만들었던 그때의 나무, 그 시대 장인의 혼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과거 장인들의 시간은 쌓이고 이어져 전통이 되어 현재가 된다. 중심을 모르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그는 항상 초 단위의 시간까지 사랑하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하루를 시간단위로 생각하지 1초 1초의 개념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은 것을 소중히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큰 것을 사랑하는 넉넉한 세상이 마음 속에 있다. 남들을 행복하게 하면 자신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늘 입 벌려 웃고 행복한 미소를 짓나보다. 각자 자신의 몫이 있어 자신의 길을 성실히 살아가면 이 세상은 아름다운 무릉도원일 것이다. 예술가의 길을 묵묵히 걸아가는 작가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는 자유와 부자유의 예술에 대해 말한다. 작가가 하고싶은 세계를 마음대로 펼칠 수 있게 지원해주는 이가 있어 어떠한 구속도 받지않고 자유롭게 창작의 세계를 펼칠 수 있는 자유예술은 작가라면 누구나 바라는 세상일 것이다. 상대방의 기호에 따라,필요에 따라 주문에 의해 맞추어진 작품을 해야하는 부자유예술, 그 또한 많은 작가들이 그 속에 얽매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자유와 부자유 사이에서 갈등하는 작가들이 자신만의 창작세계를 온전히 펼칠 수 있는 문화풍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리고, 현대작품은 현대화된 기계,재료로 만들어져 새로운 메세지를 전해야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전승은 평론가가 없다. 현대작품은 현대적 평론가가 쓴다. 전통에 현대를 작품 속에 스며들게하여 그것이 새로운 전통이 되는 것. 그의 조각세계일 것이다.그의 목조각이 오늘의 세상을 담고, 목조각은 브론즈틀에 의해 목조각의 결이 살아있는 브론즈조각으로 다시 태어나듯이..."조각가의 길이란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천직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야된다.라는 김성수선생을 가르침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는 박찬수목조각장은 전통문화를 지키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가며 그만의 한국적인 조각세계를 확고하게 만들어나간다.
지난 프랑스전시에 이어 내년 봄 영국 런던 트라팔가광장에서도 한국의 전통이 유럽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아리랑 쓰리랑 얼쑤'란 테마로 108점의 작품을 전시하여 세계인의 마음에 감동의 여운을 남겨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중요무형문화재 108호, 자신을 온통 다 쏟아부어 만들 것 같은 108점의 작품이 기대된다. 불교의 108배 절을 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질 작품이 4월의 봄날,영국의 트라팔가 광장을 환히 빛나게 할 것이다. 그 아름다운 시간들을 위해 작업에 전념하고 전통을 지키기 위해 많은 일로 바삐 움직이지만 사유의 시간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쉬지않는 목아 박찬수의 삶은 그의 작품에서도, 목아 박물관 곳곳에서도 나타난다.
목아박물관 ...그가 담겨 있는 곳.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이호리. 신륵사 근처에 목아박물관이 있다. 주차장에서 목아박물관으로 가면서 만난 커다란 돌에 새겨진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발길을 멈추게한다. 여고시절 애송하던 시를 만나니 반가움 마음으로 발걸음도 햇살좋은 날씨만큼이나 가볍다. 세월의 연륜이 묻어있는 육중한 나무대문을 지나서 들어오니 돌조각,목조각, 브론즈등 소재의 다양함뿐 아니라 전통과 현대, 종교,장르등에 있어서도 경계가 없는 푹넓은 작품들이 자연 속 곳곳에 자리잡고 오는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목아의 열려진 세계관을 보는 듯하다. 3층으로 이뤄진 본관 전시장의 방대한 작품과 자료들을 자세히 둘러보자면 하루 나들이 길이 짧다. 개인이 이렇게 광범위한 자료와 작품으로 일반인에게 전통을 알려주는 귀한 장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고 이 운영을 어떻게 해갈까 염려가 되기도 했다. 주차료도 안되는 입장료로 방대한 자료들을 볼 수 있는 목아박물관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관광지가 안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평범한 진리처럼 들여다보면 보여지는 박물관의 그 많은 문화유산과 작가들의 작품들을 그냥 놓치고 갈까 저어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3층까지 전시장을 둘러보고 목조각장의 박물관답게 나무의 종류와 연장등 세세한 부분까지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정성때문이다. 개인의 박물관이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문화지킴이 터이기에 우리 모두가 아껴주어야 할 공간이다. 아름다운 공간, 목아박물관의 곳곳에 있는 현판은 한글로 되어있다. 마음의 문, 훈민전, 향기로운 아름다움 등 한글 현판이 눈길을 끈다. 시나브로 사람들에게 한글사랑을 심어주고픈 장인의 마음이다. 한글사랑은 우리 문화에 대한 사랑이고 나라사랑이다.
목아박물관의 작품들 보며 다니다보니 등에 아이를 업은 아낙네의 목조각 앞이다. 나무로 만든 의자에 앉아 잠시 쉬며 햇살 받은 작품들을 바라본다. 어미의 마음처럼 넉넉한 햇살이 목아박물관을 비춰주는 기분 좋은 오후다.
목아와 목아박물관... 꿈꾸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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