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는 온라인

2011. 6. 10. 23:45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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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은 사람들을 요즘 사람들이 일컫기를 흔히들 수구꼴통이라고 하지요? 내가 나이는 어중간하지만 수구꼴통임이 분명합니다. 수구(守舊)의 사전적인 의미는 '옛 제도나 풍습을 그대로 지키고 따름'이고,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옛것을 고집하는 머리가 나쁜사람 정도라고 생각이 됩니다. 하기야 아직 환갑도 되지 않았는데 지금 막 하려던 일을 순식간에 잊어버리고 당황을 할 때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주위에서 그것은 병이 아니고 세월이 주는 당연한 훈장이라고 생각하라고 하네요!!

 

뉴스와 신문을 늘 가까이 하는 편입니다. 그저 내가 세상을 바꿀 힘도 거세게 항의 할 힘도 없는 민초가 세상을 알고 흥분을 한들 누가 알아주기나 하겠습니까? 진보와 보수를 얘기함에 있어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젊고, 머리좋고, 판단력이 좋은 사람은 진보이고, 세월가는 줄 모르고, 옛것에 집착하는 고루한 집단을 보수라고 하는 듯 합니다.

 

누군가 그런 칼럼을 쓴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나이가 젊어도 변화를 싫어하고 사고가 고루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늙었어도 사고가 유연하고 변화를 갈망하며, 신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도 있으니 그런 늙은이도 보수라고 싸잡아 비난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세상을 항해하면서 느낀 점이 바로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잣대! 늙으면 신 문물을 받아들이길 꺼려하고, 그저 안정만 바라는 노인네~~ 그런데 노인네라고 생각할 만한 사람들의 블로그를 탐방하면서 그것은 한낱 핑겟거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옛날이면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불리어야 할 분들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조금도 뒤쳐지질 않고 많은 이야기 소재와 자신의 전문적인 분야를 살려 블로그를 꾸미는 것을 보고, 감히 나이 많은 노인네~ 어쩌구 하는 소리를 못하게 되었습니다.

 

몇년 묵은 곰삭은 김치처럼  인생의 경륜에서 뿜어져 나오는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저 나이에 저렇게 할 수가 있을까?? 참 멋있는 인생입니다. 오래된 짱아찌에 배어있는 세월의 흔적으로 보이는 깊은 색깔과 특유의 향이 느껴집니다. 자기 자신의 일에 뼛속 깊숙히까지 땀에 젖을만큼 열심히 일한 당신, 지금은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한 어느 블로거의 글이 떠오릅니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사업, 전문업을 하다가 귀촌, 귀농하신 분들이 한적한 제2의 고향으로 귀향하여 자신이 생각했던 소박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주변사람들과 티 없이 맑은 마음으로 어울려 사시는 님들을 보노라면 나도 저렇게 삶을 아름답게 리모델링 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저 부러운마음으로 그들의 블로그를 통해 들어가 봅니다.

 

그들의 마음을 대신 표현한다면, 맥아더 장군이 트루먼에 의해 해임이 되어 고향에 돌아와서 말했다는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Old soldier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 라는 명언이 가슴 깊이 새겨지는 순간입니다.

 

그렇습니다. 노병은 죽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라졌을 뿐인데, 바라건대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현역에서 사라진 노병들을 간단히 수구꼴통이라고 폄하하여 부르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노병도 신병처럼 빛을 발하던 그 시절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신병은 반드시 앞서 걸어갔던 그 노병의 길을 따라 세월의 무게를 온몸으로 지고 또 자신이 그렇게 비난했던 그 길을 속절없이 따라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먼 훗날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글에 어울리지 않을 듯하지만,  갑자기 서산대사의 禪詩가 생각이 났습니다.

앞서 간 이의 발자국이 뒤에 따라오는 이들의 이정표가 분명히 되었을 것입니다.

인터넷을 돌아보면서 젊음과 늙음이 따로 없고, 오직 젊은 정신과 늙은 정신 만이 있다는 것,

그저 물리적인 젊음과 늙음이 젊은 정신과 늙은 정신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심연의 바다처럼 온라인의 깊이는 감히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禪詩

 

踏雪野中去하야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에는) 
不須胡亂行이라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今日我行跡은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이라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