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성깔머리 하고는~ ㅉㅉ

2020. 11. 11. 20:31취미이야기

728x90

골프에 늦게 입문하여 4년째 연마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새벽에 연습장에 나가서 연마를 하는데 2~3개월 전에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새로운 친구가 들어와서 뒤에서 연습하는데 그 집요함과 집념이 상상을 초월한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자기 직장에서 직위를 가진 직급으로 승진하였다고 하니 사실 어깨와 고개에 힘도 들어갈 일이다.

 

처음에는 그저 예의 바른 사람이라고 속단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겪어보니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표리부동해 보였다. 마른 체격에 안경을 끼고, 머리는 곱슬머리로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죄 없는 골프채를 바닥에 두드리거나, 머리를 뒤로 젖히고 진한 한숨을 연신 내뱉는다. 제 성격을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제 성격도 제대로 컨트롤 못하면서 골프공은 어떻게 컨트롤하나? 골프가 제 뜻대로 되면 얼마나 좋으랴? 그게 힘드니 프로도 아마추어도 연습장에서 많은 시간을 연마하지~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국회나 행정부가 아닌 제3의 권력기관으로 아주 보수적이고, 연공서열을 중시하고, 두 신분(고시를 통과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일반 직원 그룹)이 공존해서  반드시 혁신되어야 할 어떤 고리타분한 조직에서 비록 아래 일반 신분의 집단이지만, 그곳에서나마 사무관 반열(그 집단에서는 4급이 되어야 관리자 직위를 받고, 일반 직원은 아무리 직급이 올라봐야 고시 출신 1년차 보다도 권력과 권한이 없음)에 올랐으니 스스로의 좁은 소견으로 우쭐대는 생각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대하는 것이 수평으로 고르지 않고,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응대하는 것이 눈에 뜨이게 해서 거북했다. 

 

그래서 그를 멀리했더니 오늘 저런 사태가 났다. 공이 제대로 맞지 않는지 고개를 몇 번이나 젖히고, 한숨을 뱉으며 중얼거리더니 급기야는 자신의 캐디백을 나와 그 사이의 빈 타석에 세워놓고야 말았다. 이것은 무언의 시위다. 깨놓고 말한다면 니 모습이 보기가 싫다는 것이다. 그래서 캐디백을 중간에 놓고, 니 골프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아니라면 한자리 건너 타석의 사람이 신경 쓰인다면 정신과에 가서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 전형적인 야누스의 모습이다.

 

나도 인간이기에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해도 힘이 든다. 같이 대응하면 소란이 벌어질 일이고, 낫살이나 많은 내가 무안을 당할 지경이었다. 평정심을 잃으니 공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 골프는 에티켓을 중히 여기는 스포츠다. 옆도 돌아보지 않고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서 기고만장하였다고 해도 골프란 운동은 기고만장하면서 할 운동이 아니다. 저런 성격으로 앞으로 어떻게 골프를 한다는 것인지 참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저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골프 하기 전에 인간부터 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