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 21:25ㆍ살아가는 이야기
아마 작년 말부터인가 보다. 이 검은색의 작은 암컷 유기견이 산책로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근처에는 친구가 될만한 개가 두어 마리가 있어서 친구도 할 겸 놀러 가서 덤으로 사료도 같이 취식할 수가 있어서 굶어 죽는 것은 면했다.
길손이 산책길에 위협하지 않고, 인근 산으로 난 둘레길을 따라 몇 번 같이 산책을 하였더니 제가 기거하는 곳에서 많이 벗어난 곳까지 길손을 따라왔다. 경계가 심하여 만질 수는 없었다. 빨리 돌아가라고 재촉하니 짐짓 모르는 척하면서 길손의 시선을 피한다.
흰 개와 주변 산을 쏘다니니 작은 소 참진드기가 목덜미나 등을 타고 다니는 것이 눈에 띄어서 어떻게 해서든지 검둥이 유기견 '깜순이'를 잡아야 하는데 도무지 곁을 내주질 않는다. 오늘도 그들이 노는 곳을 지나다가 흰 개를 유인하여 닭장에 같이 들어갔고, 경계가 심한 깜순이는 길손과 흰둥이가 먼저 안에 들어가서 유인하니 몇 번이나 망설이던 끝에 결국 닭장에 들어왔다가 길손에게 생포(?)가 되었다.
물까 봐 무척 걱정되었지만, 목줄을 거는 데 성공했다.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니 그 손길을 받아들인다. 워낙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다가 낯선 닭장 안에 갇히니 출입문에 납작 엎드려서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 틈을 타서 흰개 주인이 분말로 된 진드기 퇴치제를 지저분한 깜순이의 몸에 뿌리기 시작한다.
검둥이에게 심장사상충 약을 먹여야 한다는 흰둥이 주인의 말에 아직 안정이 안 된 상태에서 입을 벌리고 먹이려다 물릴 수도 있기에 하룻밤이 지나고, 안정이 되는 내일 오후에 이곳에 다시 들러서 심장사상충 약을 먹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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