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19. 21:27ㆍ취미이야기
전북 무주 설철면에 있는 무주 덕유산 cc에 1박 2일 일정으로 왔다. 클럽하우스 왼쪽 산으로 스키 슬로프가 약간 보인다. 숲이 울창하여 여름에 중간중간 시원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이어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클럽하우스 주변 경관이다.
지난 4월 27일 순천 주암면에 있는 어떤 골프장에서 공을 주우려던 50대 여성이 해저드에서 실족사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곳 수심도 제법 되는지 구명튜브가 비치되었다. 사람 심리가 이상한 것이 신품 유명 브랜드 골프볼뿐만 아니라 싸구려 로스트 볼이라도 페어웨이 바깥으로 나가면 주우려고 대부분 그 주변을 기웃거린다.
우리는 IN 코스로부터 라운딩이 시작되었는데 코스 이름이 참 특이하다. 가수 박일남이 부른 '갈대의 순정'이 생각나는 홀이다.
첫 티샷은 순조로웠으나 중간에 갈대밭으로 된 해저드를 끊어치고자 친 아이언 세컨드 샷이 그만 슬라이스를 냈다. 밖으로 나가지는 안했으나 세번 째 샷에서 그만 갈대의 순정을 생각했는지 공은 허무하게 갈대밭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11번 홀은 롱 홀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면서 올라가는 홀이었는데 앞쪽 페어웨이가 훤히 보이니 누구나 힘껏 드라이버를 치고 싶은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힘을 주어 친공은 왼쪽 두 번째 뒤로 서 있는 소나무로 지나가는 경우가 있었는데 거의 죽었다. 세컨드 샷에서 멀리 보내려고 우드를 쥐고 위로 보이는 그린을 목표로 힘껏 치려다 의욕이 앞서서 치켜드는 바람에 탑 볼로 멀리 보내지도 못하고~
왼쪽으로 도는 도그렉 홀인데 중간에 보이는 언덕을 넘겨야 좋은 위치에서 투온을 노릴 수가 있다.
12번 홀 그린 위 둔덕에서 지나온 곳을 보았다.
우리 동반자들은 하나 같이 이곳 골프장 거의 모든 그린에서 쓴맛을 보았다. 바람도 부는데다 평범한 그린은 하나도 없었다. 그린의 빠르기도 제트기 수준이고 경사도 장난이 아니었다. 핀을 꽂는 골프장 노동자의 심술도 상승작용을 일으켜서 쓰리 퍼트 포 퍼트도 간혹 했다. 결과적으로 2회의 라운딩을 통해서 12명이 버디를 잡은 것은 6회 정도에 불과했고, 그나마 첫날은 버디가 없었다. '보기'만 해도 다행이다 싶었던 그린 플레이였다.
나는 처음에 강원도나 춘양목으로 유명한 경북 봉화 춘양에 온 것으로 착각했다. 소나무가 이식(移植)한 나무가 아니라 자연 그 상태의 쭉쭉 빵빵 소나무가 많아서 감탄, 또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멀리 보이는 페어웨이의 경사가 강원도 비탈의 그것과 닮았다. 나무 그늘에서 치는 티샷은 환상적이어서 동반자들도 이구동성으로 탄성을 자아낸다.
이 홀도 멀리 치려고 힘이 들어가는 곳인데 평소 장타를 치는 동반자 한 명은 또 왼쪽 소나무 방향으로 들어간다. 멀리건을 주었으나 똑같은 코스로 또 들어간다. 오른쪽 작은 소나무 위로 날아가면 살 수는 있는데 아쉽게 되었다.
이 홀 그린에서는 참았던 욕이 나온다. 보시는대로 왼쪽으로 무지막지하게 흐르는 홀이다. 핀도 더럽게 박았다.
경사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그린 옆에 있는 나무에서 떨어진 씨앗(?)이 저렇게 많아서 공이 저것을 타고 넘다가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남자 캐디였는데 빗자루로 쓸라고 할 수도 없고, 좌우지간 나는 남자 캐디가 도무지 내키지 않는다. 남자 캐디와 같이 라운딩하게 되면 18홀 내내 짜증만 나고 스코어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맞바람이 심하게 부는 140여 미터 거리의 저곳 파 3홀에서 온그린시키기가 정말 어려웠다.
라운딩을 하다보니 '산넘어 산'이 실감난다. 경관은 수려했으나 스코어는 엉망이다.
라운딩 경험이 축적되니 전방의 저런 해저드는 이제 의식도 되지 않는다.
2회째 라운딩에서 자칫하면 홀을 살짝 비켜가는 '홀인원'을 할뻔 했다. 신의 손길이 조금 부족했나 보다. 아쉽지만, 버디로 만족하고~
앞의 내리막 페어웨이가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이지만 멀리 보이는 연못을 겨냥하거나 오른쪽 카트 도로 옆에 있는 작은 나무 위로 넘기면 되는데 동반자 중에서 오른쪽으로 슬라이스가 나면서 죽는 경우도 있었다.
안내석을 찍지 못했다. OUT 코스 1번 홀로 짐작된다. 왼쪽으로 흐르는 페어웨이다.
세컨드 샷이 떨어진 곳에서 티샷 방향을 본다. 주변 나무가 멋지다.
1번 홀 그린이 있는 곳인데 잘 보이지 않는다.
곧게 자란 소나무 뒤로 덕유산 향로봉이 수줍게 보일 듯 말 듯 한다.
정말 굉장한 언덕이다.
멀리 덕유산 향적봉이 보인다.
사모곡이란 홀 이름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모곡이 얼마나 슬프고 가슴이 아플까? 이 파 3홀은 거리가 못 미치면 턱이 높은 벙커가 있고, 그 정도까지도 못 미치면 세컨드 샷이 매우 어려울 수가 있으며 그린 중간 왼쪽으로 공이 떨어지면 왼쪽 계곡으로 사정없이 내려간다. 퍼트도 장난이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공치는 것은 뒷전이고 주변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이 홀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파노라마는 없고, 작은 틈으로 페어웨이가 빠끔히 보인다. 이곳의 페어웨이 상태도 장난이 아니다. 경사도 있거니와 대부분 트러블 샷을 각오해야 한다.
까딱하면 왼쪽 언덕 밑으로 공이 굴러 내려가는데 신통하게도 이곳은 오비가 없다. 재주껏 올리면 되는 것이다. 동반자 전부 주위 경관을 보면서 감탄사만 연발하는 중이다.
아무래도 덕유산 멧돼지 가족이 들어와서 그린을 평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린 앞의 바위로 이루어진 해저드가 엄청난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바람이 불어서 150m 정도를 쳐야 하는데 그린에 올리는 것이 그리 싶지 않았다.
이곳이 롱기스트 하기가 좋은 홀이다. 힘껏 쳐도 된다.
또 올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주와 대전에서 많이 온다고 했다. 정말 의미 있는 라운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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