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창공대 cc

2022. 8. 20. 11:12취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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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노성면 송당리에 있는 육군 항공학교의 창공대 체력단련장에 정말 우연히 기회가 생겨서 아침도 먹지 않고 헐레벌떡 온 길이다. 어디를 가든 골프 인구가 많아져서 부킹하기가 힘들다. 이곳은 노캐디로 운영한다.

 

 

 

 

아직도 어제 마신 술로 인한 숙취로 정신이 없는데 생전 처음 접한 물건을 배정한다. 주마간산 격으로 작동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하면서 일단 채를 실었다.

 

 

 

 

나는  공군 출신은 아니지만, 육군 방공포 부대(K-2)에서 군대생활 하였으니 적어도 적기와 아군기는 구분할 줄 안다. 이 헬기는 UH-1H다. 멀리서 '퍽퍽' 거리며 다가오는 소리가 정말 장난이 아닌데 이젠 이 헬기도 퇴물이 되었다. 월남전에서 미군이 대량으로 운용하였다. 월남전에 맹호부대 기갑연대 소속으로 참전했던 형이 들려준 얘기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당시 월맹 정규군이 638고지에 있는 맹호부대 제 1기갑연대 1중대를 기습하여 일어난 전투로 안케 패스 작전으로 불렸는데 이 헬기를 조종하는 사람은 미군이고, 그 헬기에 한국군을 태우고 638고지 주변으로 날아가서 내려주는 임무를 맡은 미군 조종사는 밀림에 다다라 갈대숲이 무성한 곳 위에서 호버링하며 적군에게 자신의 헬기가 피격당할까 염려한 조종사가 헬기의 고도를 조금씩 높이면서 사단이 났다고 하는데 맹호 한국군 병사에게 자꾸 뛰어내리라고 재촉하니 뭣 모르고 완전군장으로 처음 뛰어내린 병사가 너무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져서 비명을 지르며 나 뒹구니(실제 골절상을 입었다고 함) 그 꼴을 보던 육군 하사 분대장이 자신의 M16 소총에 실탄을 장전하여 미군 조종사의 머리에 대고 고도를 낮추라는 몸짓을 보이니 겁에 질린 미군들이 고도를 낮추어 모두 무사히 착지하여 전투에 임했다고 한다. 헬기에서 점프하여 뛰어내려서 보니 키가 큰 갈대 밭 밑은 온통 울퉁불퉁하였고 커다란 돌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그 맹호부대 분대장 정말 대단했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또 한 가지 안타까웠던 소식은 2008년 2월 20일 경기도 양평 용문산에서 일어난 UH-1H 헬기 추락사고다. 그 당시 순직한 군의관의 아버지는 나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던 직장 선배였다. 밤에 머리를 감다 수도꼭지에 부딪쳐서 뇌출혈을 일으킨 병사 1명을 국군수도병원에 데려다주고 홍천 철정 병원으로 되돌아가다가 경기도 용문산 8부 능선에 헬기가 추락하여 조종사, 군의관, 간호장교 등 7명이 모두 순직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그 당시에도  UH-1H 헬기가 워낙 노후하여 조종사들이 자비로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구입하여 헬기에 달고 다녔다는 기막힌 뉴스를 본 것이 생각난다.  

 

훌륭한 직장 선배 부부는 당시 어린 아들을 가진 역시 의사였던 며느리에게 재혼을 권하여 그렇게 재혼하게 하고, 자신과 부인이 손자를 키우던 그런 분이었다. 그 인품이 훌륭했던 선배는 2년 전 코로나 초기에 심하게 감염되어 사경을 헤매다가 요양병원을 거쳐서 결국 아들 곁으로 떠나고 말았다. 그들의 명복을 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3048541

 

용문산 헬기 추락 … 운무에 가려진 1157m 산 못 본 듯

<!--img_tag_s--><!--img_tag_e--> <!--관련컴포넌트-->육군은 20일 오전 발생한 육군 헬기 추락 사고가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뇌출혈 증세를 보인 윤모(22) 상병을 경기도 성

www.joongang.co.kr

 

 

 

 

우리 일행은 창공 코스 6번 홀부터 시작한다. 

 

 

 

 

페어웨이 중간에서 왼쪽으로 해저드가 있는데 그 앞까지 대충 220m가 된다고 한다. 같이 친 젊은 친구는 우드로 해저드 코앞까지 보낸다. 

 

 

 

 

나중에 보니 갓 70이 된 친구들이라고 하는데 쉬는 시간에 교수 운운하는 것으로 보아 대학교 강단에 있다가 퇴직한 사람들로 추정된다. 이 사람들 얼마나 더디게 라운딩하는지 날씨도 더운데 페어웨이에서 뒤팀이 서서 기다려도 페어웨이에서 어거정 거리면서 도무지  떠날 줄을 모른다. 충청도가 느려 터져서 그러려니 했는데 이것은 정말 아니다. 굼벵이나 거북이 심지어 지렁이가 골프를 쳐도 이렇게 느리지는 않을 거다. 동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마디 한다. "교수들은 알고 보면 아주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내가 보기에도 겉으로는 선비, 신사처럼 행동하는 것 같아도 속에서 보면 고급 양아치나 다름없다. 

 

이곳은 캐디가 없고, 코스 진행자도 잘 보이지를 않으니 라운딩 시간이 고무줄 같다.

 

 

 

 

7번 홀 그린에서 티샷 박스를 본다.

 

 

 

 

오른쪽으로 보내야 지름길인데 볼은 헬기 소리에 지쳤는지 내가 지쳤는지 자꾸 왼쪽으로 간다. 이곳에서 조종훈련을 받는 학생들을 위해 헬기가 잠시도 쉬지 않고 엔진음을 토한다. 대구 K2에서는 잠깐씩 찢어지는 소리가 나다가 조용한 시간도 있는데 이곳은 온종일 헬리콥터 엔진 돌아가는 소리다. 이륙했다가 착륙하고, 또 이륙했다가 착륙하고, 지상에서 계속 엔진 시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치면서 날아다니는 것을 보니 국산 헬기 수리온, 구닥다리 MD 500, AH-1 코브라 공격헬기, 또 어쩌다가 UH-60 블랙호크도 온다. 

 

 

 

 

페어웨이 잔디는 헬기 소음이 있거나 말거나 잘 크고 있다. 

 

 

 

 

앞팀 느림보 거북이들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어떻게 저런 태도로 교수 생활을 하며 학생을 지도했을까?

 

 

 

 

드라이버 거리가 좀 난다고 하면 이곳에서 마음껏 휘둘러도 되겠다. 다만 크게 훅이 나면 왼쪽 농장에 폭격을 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하라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1번 홀 그린에서 티샷 박스를 본다. 이곳에서 또 예의 그 훈장들이 이 그린 플레이에서 대책 없이 꾸물거려 젊은 장타자는 페어웨이에서 7분 이상을 기다리는 벌을 섰다. 그중의 한 명은 급한 용변이 있었는지 숲 사이로 들어가서 한참을 있다가 나온다. 배탈이 났나? 정말 가지가지 한다.

 

 

 

 

4번 파 5홀이다. 정말로 길다. 드라이버, 우드 모두 힘을 빼고 원 없이 때려도 된다.

 

 

 

 

이곳도 페어웨이가 워낙 넓어서 역량을 다하여 치면 된다. 이곳에 와서 느낀 점은 코스가 비교적 평탄하고, 전장이 길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리도 잘 된 편이다. 그러나 노캐디를 하다 보니 진행이 순조롭지 못하고, 온종일 들리는 헬리콥터 소리와 더위에 몸과 마음이 정말 지쳤다. 언제 다시 오겠나? 이곳에 온 사람들은 전북이나 가까운 대전, 천안, 아산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