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21. 21:51ㆍ잡다한 글
'좋다'라는 말을 부사로 꾸미는 데 있어서 "아주 좋다", "매우 좋다", "정말 좋다", "대단히 좋다", "굉장히 좋다", "참 좋다", "엄청 좋다", '무척 좋다' 등의 아름다운 우리말이 즐비한데도 불구하고, 너~무 좋다. 너~무 행복하다. 너~무 사랑한다. 너~무 훌륭하다. 너~무 맛있다. 너~무 감사하다. 너~무 고맙다. 급기야는 딸 결혼식장에 온 하객이 '따님의 결혼을 "너~무 축하합니다" '라고 해서 황당했던 적이 있었다.
국어사전에 '표준-말 標準말'을 찾아 보니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단어.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카톡에서 흔히 사용하는 너무를 축약한 '넘'이란 단어를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하는데 이게 "너~무"라는 부사를 "너~~~무" 남발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시사상식사전을 보니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뛰어넘은 상태를 뜻하는 부사다. 종전에는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는 뜻으로 부정적인 상황을 표현할 때만 쓰였다. 그러다 2015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 ‘한계에 지나치게’를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라고 그 뜻을 수정하면서 긍정적인 말과도 함께 쓰일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너무 좋다’, ‘너무 멋지다’ 등처럼 사용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 엉터리 결론을 낸 국립국어원은 개인적으로는 함량미달 조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얘기하자면 국립국어원이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이다.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에 너무 매몰되어 아름다운 다른 우리 부사인 "아주, 정말, 매우, 대단히, 참, 굉장히, 무척"라는 부사가 퇴화하는 것 같아서 정말로 안타깝다.
국립국어원은 앞으로 MZ 세대가 사용하는 이상한 조어(造語)도 서울에서 널리 사용된다면 한국 표준말로 하려는가? 그래서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라지는 데 앞장서서 한몫하려고 하는가? 지하에 계신 세종대왕의 탄식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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