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25. 21:57ㆍ여행이야기
아리시야마로 가서 끝없이 늘어진 대나무 숲길을 걷는다고 했다. 여행코스 만드느라고 고생했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일본까지 와서 대나무 숲길을 걷는다고? 그렇게 한가하냐? 가이드가 오른쪽에 보이는 다리로 갈까 봐 몇 번이나 주의를 준다. 그쪽으로 가지 말라는 것이다. 다리 이름을 말하는데 제대로 듣지를 못했다. 여행 확정서를 보니 '도게츠 교'라고 되어 있다. 오른쪽 끝으로 보이는 저 다리가 도게츠교(渡月橋)라고 직감했다. 앞 작은 하천의 이름이 가츠라가와(桂川)강인 모양인데 얼핏 보니 목조다리로 보인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콘크리트 다리에 지지대(사실 이것은 콘크리트 교량에는 지지대가 필요 없지만)와 난간을 목재로 만들어 붙여서 마치 목조다리처럼 보이게 했다는데 일본 사람들의 사고가 조금 이상하다. 혹시 다리를 건너가다가 실망할까 봐 미리 가이드가 그렇게 얘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일행들은 먼저 가고 뒤에 남아서 강 건너편을 감상하는데 마침 갓 결혼식을 올린 부부가 이곳에서 기념 촬영을 한다. 미처 양해도 구하지 않고 한 컷 찍었다.
대나무 숲길을 따라서 노노미야 신사를 간다고 모두 정신없이 걷고 있다.
일본에는 대체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기르는 대처승(帶妻僧)이고, 작은 사찰은 승려도 세습(世襲)이 되고, 가업을 잇는다고 했다. 이렇게 많은 납골당을 모신 공동묘지도 그 세습 승려가 돌본다고 했다.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일본이 조상의 가업을 이어 백 년, 이 백 년 하였다는 것은 먼 과거에는 그들의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무사 계급의 종용(慫慂)과 강권에 의해서 억지로 하지 않을 수가 없는 형편에서 세습했다는 표현이 맞는다고 본다. 조선시대에도 그렇지 않았던가? 백정과 갖바치는 특정 계급에서 세습해서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죽임을 당 할 수도 있었기에~
https://blog.naver.com/chhistory12/222028577577
울산 태화 강 주변의 대나무 숲길만도 못한 길을 따라서 한참을 가니 '노노미야 신사(野宮神社)'가 나왔다. 첫눈에 보아도 아주 오래된 신사의 시발점이 되었음 직한 아주 작은 곳이다. 순수 우리말로 읽으니 '야궁 신사'가 된다. '野宮'을 그대로 풀이하니 바깥 들판에 있는 '궁전' 또는 '종묘'쯤으로 해석된다. 그러니까 이름에서 일본 천황가와 관계가 있었을 것이다.
오른쪽 입간판에 소화 55년 3월 18일(1980년)에 황태자가 다녀갔다니 아마도 지금의 천황인 '아키히토'일 것이다.
월계관(げっけいかん [月桂冠]) 청주 술통이 나의 눈을 사로잡는다.
아마 초기 황실과 관계가 깊은 오래된 일본의 신사였나 보다. 빨간 울타리가 쳐진 규모로 보았을 때 200~300평 남짓으로 보인다. 비가 추적거리며 오는 밤에 저곳에서 홀로 밤을 지새울 만한 담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쓸데없는 상상을 한다.
노노미야 신사 구경을 하고 큰길로 나오니 인력거가 정차되어 있고, 인력거를 모는 사람의 명찰이 붙어 있다. 한국인이다. 유학을 온 유학생인지 아니면 재일교포인지 몰라도 마음이 짠하다.
일본인 인력거꾼이 사진 찍어도 되느냐고 양해를 구하니 흔쾌히 포즈를 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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