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지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

2023. 3. 8. 20:33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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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지 주변을 자주 다녔는데도 오늘 처음 발견했다. 두꺼비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했으면 두꺼비가 내려오거나 올라가는 길목에 무수한 CCTV가 설치되었다. 

 

 

 

 

빈틈이 없다는 표현이 옳겠다. 정말 촘촘히 설치되어 수성구청에서 앉아서도 현장에 있는 것처럼 리얼하게 두꺼비를 관찰하게 되었다. 이제 한시름 놓아도 되겠다. 대상이 누구든지 두꺼비를 해코지하려다가는 경을 치게 생겼다.  

 

 

 

 

늘 수성구청 칭찬에는 인색하였는데 오늘 모든 두꺼비를 대표해서 자칭 망월지 '두꺼비 할배'가 수성구청장을 비롯한 녹색환경과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한 가지가 있다. 두꺼비 새끼가 올챙이보다 커다랗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내가 보기에는 올챙이 때보다 훨씬 몸이 작고, 검은 색을 띄기 때문에 절 마당을 기어가는 것을 보려면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신경을 집중해야만 겨우 보인다.  4월 말이나 5월 초순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 두꺼비 새끼가 이곳 절 마당을 가로질러 간다. 내가 몇 년간을 이곳에서 관찰해보니 스님이나 신도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이곳을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가뜩이나 세력이 적은 두꺼비 새끼가 부주의한 인간의 발아래에서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사그라진다. 

 

절 마당에서 미필적 고의로 두꺼비를 살생한다면, 누웠던 부처님도 벌떡 일어나서 호령할 것이다. 이곳은 원래 두꺼비의 고향이었다. 그곳에 불광사와 경북불교대학이 생기면서 두꺼비 새끼에게는 히말라야보다 큰 엄청난 축대가 생겼고, 그것으로 인해서 망월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거의 막혀버렸다. 두꺼비 새끼가 쇠락하는 이유에도 불광사가 한몫했다. 

 

불광사 들어오는 입구에 보니 이곳에 주석하면서 불광사를 일으킨 돈관 큰 스님(키가 커서 큰 스님이 아니라)이 동국대학교 이사장에 취임하셨다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비록 '중 벼슬이 닭 벼슬(닭 볏)보다 못하다'라는 경책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돈관 스님은 두꺼비의 적극적인 응원을 받아 속세로 말하면 엄청난 출세를 하여 소망하시던 총무원장 벼슬에 한 발 더 전진하였으니  상좌스님과 졸병스님에게 명하여 두꺼비 새끼가 올라갈 즈음에 절 마당에 부직포로 모두 덮고, 물을 뿌려서 두꺼비 새끼들이 산으로 올라가다가 뜨겁게 달궈진 시멘트 보도블록에서 말라 죽는 비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처해 주시길 바란다.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