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의 귀향( 歸鄕)
2023. 3. 5. 15:41ㆍ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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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산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왼쪽 산에서 낙엽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산토끼가 있는가 하고 보았더니 반가운 두꺼비가 산에서 망월지 쪽으로 기어간다. 내일이 경칩(驚蟄)이다. 달력을 보았나 보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망월지까지 족히 하루나 이틀은 걸릴 것이다.
작년에, 망월지에서는 망나니를 닮은 인간 때문에 두꺼비 올챙이가 큰 수난을 겪었다. 그때 겨우 살아간 1% 정도의 두꺼비 중의 한 마리인지 아니면 몇 년이 된 개체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정말 반갑다. 이대로 가다간 로드킬을 당할 수도 있어서 망월지까지 축지법을 내가 대신 써주기로 했다.
축지법으로 하루나 이틀 걸릴 거리를 단축했다. 부처님의 가피를 받아서 무사히 짝을 찾고, 후손을 퍼뜨려서 안전하게 산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또다시 축지법을 써서 망월저수지 그늘 밑으로 왔다. 두꺼비가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동료들이 보이지 않자 본능적으로 뒷다리로 아래를 헤집고 순식간에 안으로 몸을 숨긴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 경칩까지 이 굴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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