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3. 16:46ㆍ살아가는 이야기
올해는 내가 늦었다. 2월 18일쯤에는 이곳에 왔어야 했는데~ 사실 왔어도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욱수천 아늑한 바위 웅덩이 산란처가 저 모양이 되었다. 맞은 편에서 밭을 만든다고 중장비가 며칠 동안 지랄을 떨더니만, 개울에 있던 버드나무 둥치를 도롱뇽 산란처에 저렇게 처박아 놓았다.
꿩 대신 닭이라고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은 생각했겠지만, 앞의 웅덩이는 비만 오면 그냥 쓸려나가는 곳이다. 결론은 이곳이 산란터로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그런 것을 모르는 북방산개구리는 그만 이 웅덩이에 알을 낳고 말았다.
봄비가 조금만 내려도 이곳은 물길이 되는 곳이다. 내가 도와주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다. 두꺼비 산란지인 망월지에 옮긴다고 해도 상당한 품이 들것이고, 그곳에 가져다 놓는다고 해도 큰 입 배스와 블루길의 입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냥 쳐다보고만 있다.
작년에 이곳에 산란했던 경험이 있는 북방산개구리가 용케도 버드나무 뿌리를 피해서 산란했다.
이곳의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초보 북방산개구리 엄마는 개울 큰 물길에 알을 낳고 말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난개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먹고살기가 팍팍해서 그런가? 아니면 넉넉해서 그런가? 하천이 보기는 좋지만, 자연생태계는 파괴되고 말았다.
버들강아지도 움이 트고 있다.
사진 중앙으로 보이는 작은 돌로 만들어진 축대 밑이 도롱뇽과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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