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12. 12:20ㆍ살아가는 이야기
이젠 나도 순발력이 많이 떨어졌다. 산책을 하러 나가다가 인도에서 발견된 비실거리는 시궁쥐에게 차도까지 따라가며 발길질을 여러 차례 했음에도 발은 허공을 차고, 제대로 시궁쥐의 엉덩이도 제대로 차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어설픈 발길질이 시궁쥐의 등을 스치는가 싶더니 이놈은 꾀병인지 뭔지 차도에 드러눕는다.
엉성하게 만들어진 '두지(뒤주의 경상도 방언)'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서 농사꾼의 귀한 곡식을 밤낮으로 훔쳐먹었던 도적과 진배없는 이 시궁쥐에 원한을 가진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고, 진하다. 그래서 시궁쥐를 발견한 순간에 평소 무고한 살생을 피하는 나의 성정은 쥐꼬리만한 자비심이 생기기가 무섭게 증오로 무섭게 달궈진다.
'시궁쥐'의 사전적 의미는 쥐과에 속하는 대형쥐로 몸의 길이는 23∼26cm이고 꼬리는 몸길이보다 약간 짧고 귀는 두껍고 짧음. 인가와 그 부근 시궁창 등에서 서식하며 패스트 등을 옮김. 중앙아시아의 페르시아, 서부중국이 원산지이며 거의 전세계에 분포한다고 되어 있다.
요즘 구경하기도 어려운 천연기념물 급 시궁쥐가 어설픈 나의 발길질에 큰 타격을 받았나 보다. 그 녀석의 임종을 내가 한다. 국민학교 다니던 무렵 학교에서 나눠준 쥐약을 가져다가 초가집 주변에 뿌려두면 쥐들이 그것을 먹고 죽으면 낫으로 쥐꼬리를 잘라 학교에 가져가서 담임 선생님에게 눈도장을 찍은 것들이 생각난다. 쥐를 잡으려다가 쥐약을 먹고, 눈알이 시퍼렇게 되어 죽어가던 누렁이의 생각도 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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