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새끼의 생존 본능
2024. 7. 2. 20:21ㆍ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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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하루 시작은 일반적으로 도시보다 다소 빠르다. 지금처럼 더운 때에는 동이 트기 전, 시원할 때 일을 하는 것이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새벽 5부터 사과나무 과수원에서 농약 치는 기계의 엔진소리가 요란하다. 나도 덩달아 일찍 일어나서 특별히 할 일은 없고, 집 앞에 있는 논길을 산책하려고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작은 벼가 뿌리를 내린 논에서 뭔가 후다닥후다닥하고 도망친다. 커다란 고라니였다. 주변을 살피다 보니 멀리 마치 소똥 무더기처럼 보이는 것이 시멘트 농수로에 놓여 있다. 자세히 보니 고라니 새끼가 숨을 죽이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으려는 생존본능이 작동한 것이다. 가까이 가서 보아도 숨도 쉬지 않고, 눈동자도 깜빡이지 않는다. 마치 망부석을 보는 느낌이다. 숨을 참다가 한계를 느꼈는지 벌떡 일어나서 후다닥 농수로를 따라 도망친다. 아마 이 새끼 고라니는 어미를 따라다니다가 이 농수로에 빠졌고, 농수로의 높이가 새끼가 뛰어오르기에는 너무 높아서 밤새 이곳에 남았을 것이고, 어미는 그런 새끼를 버리지 못하고, 근처에서 대기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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