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은 괘씸하지만,
2024. 7. 2. 20:39ㆍ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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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농사일하느라고 고단한 농심들이 곤히 잠든 밤 9시 무렵에 마을과 가까운 곳에서 난데없는 총성이 울린다. 일반 소총 소리보다 더 큰 것 같다. 짐작은 하지만, 확인하고 싶은 충동은 말릴 수가 없다. 멀리서 분주한 움직임이 보이고, 숨이 아직 떨어지지 않은 어미 고라니의 외마디 비명이 적막을 뒤흔든다. 혹시 고라니나 멧돼지로 오인할까 봐 플래시를 켜고 조심조심 다가간다.
짐작한 대로 그들은 '유해조수구제단'이었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고라니 어미와 새끼가 사냥꾼의 총에 맞았다. 어미와 새끼는 조금 전까지 복숭아밭에서 복숭아를 따 먹고 있다가 엽총의 산탄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죽어가는 새끼를 보니 가슴이 아리다. 왜 작은 새끼까지 쏘았냐고 하니 어미가 없으면 어차피 죽을 목숨이란다. 어제 본 새끼고라니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된다. 소행은 괘씸하지만, 꺼져가는 생명을 보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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