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12. 00:44ㆍ살아가는 이야기
이번 추석은 어쩌다보니 내가 맡아서 하던 조상님 벌초도 하지 못하고, 4일 연휴지만 추석날 여러가지 별로 유쾌하지 아니한 이유로 고향에서 보내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고향의 어머님을 만나뵙고 성묘라도 하기 위해 가족들과 고향땅을 다녀왔다.
고개를 숙인 벼들이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기다린다. 먼 산에는 구름이 걸려 있다.
누이들의 손톱을 장식했던 봉숭아꽃이 제 할 일을 잃고, 호박넝쿨과 사촌해서 피었다.
담벼락에 보일듯 말듯 숫소 *알처럼 달려 있는 젊은 호박
원래 꽃에 대해 문외한인지라 당근 이꽃 이름도 모른다. ㅋ~ ^^
길옆 사과나무에 달려있는 열매들이 익기를 기다리다 지친 프라스틱 박스들~
어릴적 여름 한철 우리들의 놀이터였던 작은 저수지!! 저 앞쪽 건너편에서는 친구의 남동생이, 좌측에서는 여동생의 친구가 익사하였다. 그들의 원혼이 있거나 말거나 신나게 멱을 감았던 기억밖에 없다. 지금은 부레옥잠인지 연인지 지저분하게 떠있고,
발가벗고 맨발로 뛰어다녀 반질거렸던 둑에는 나무들이 자라나서 세월의 무상함을 보여준다.
어릴적 다녔던 작은 길이 이제는 논둑으로만 행세를 한다.
감히 올라갈 엄두도 내지 못하게 엄청나게 컷던 고목 감나무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윗부분 반쪽은 어디 가고, 여름장마에 지쳐 이끼에 뒤덮힌 아랫도리만 남아있다.
지금은 연로하신 어머님의 열정과 땀과 눈물이 서려있던 산비탈 밭, 지금은 칡넝쿨과 온갖 잡초만이 옛얘기를 들려준다.
예전에는 훤하게 보였던 밭이 지금은 우거진 참나무때문에 보이지를 않는다.
사진 중앙에 있는 밭 언저리를 돌면 작은 골이 있는데 옛날 늑대가 많이 출몰하였다고 전해져서 저녁늦게까지 밭에서 일하는 날이면 왠지 모를 두려움에 떤 적도 있었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청산에 잠들어 계신 유택을 찾아 가는길 농로는 포장이 되어있고, 좌우에는 사과와 복숭아가 지천으로 달려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개울가에 함초롬히 핀 물봉선화~
산도야지들 때문에 농심이 멍든 고단한 삶의 현장, 전기철조망이 그것을 대변한다.
외진 곳에 아무도 돌보는 이 없이 버려진 산골 음침한 저수지의 물넘이로 쓰이는 이 작은 물길이 속세와 내세를 구분짓는 듯하다. 저곳을 건너면 온몸의 잔털들이 전부 기립하려고 난리다.
외진 곳에 홀로 조성되었으나 지금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작은 저수지, 사진 중앙에 조그맣게 물위로 돌출되어진 시멘트 구조물이 "물종대"라고 불려지던 수문조절기인데 고장난지가 40년도 넘어 이제는 제구실도 못하고 오로지 작은 물넘이로만 물을 밖으로 내보낸다. 만의 하나라도 관리되지도 않는 부실한 이 저수지가 큰 호우에 붕괴라도 되면 아랫마을에 살고 계신 노모는 어찌되나?
짐승들만 다니던 산길에 몇몇 벌초객이 이미 다녀갔나 보다 이곳은 북망산을 가신 고운님들의 유택도 별로 없어 더욱 호젓하다.
난 좌측으로 들어가야 한다.
왼쪽길 초입으로 들어서니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솟는다. 여차하면 도망가라고~ 몹쓸 산돼지넘들!!
할머니 산소 두발짝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코로 파서 작은 구덩이를 만들고 몸을 비볐던 흔적이 있다. 어제 저녁쯤에 저 짓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진흙 목욕을 위해 몸을 비볐던 곳에 억센 산돼지 털이 붙어있다.
털의 길이와 발자국의 크기로 보아 중간크기 쯤의 산돼지로 보인다. 산소옆 나무사이를 자세히 보니 그들이 애용하는 길도 보인다. 그곳에 올가미라도 한개 놓을까??
선친의 유택 작은 구멍에 사이좋게 살림집을 차린 귀뚜라미 부부
죽은 나무덩걸에 핀 노란버섯과 녹색이끼가 묘한 형상을 연상시킨다. 노란 삵쾡이등에 녹색 거북이가 올라 탄 듯하다.
뒷모습을 보인 옆지기와 딸
모기발에 워카~~ ㅋ~ 저 신발은 어머님 신발이다.
난 얘들 이름을 유감스럽게도 모른다. 난 잎이 저렇게 변종이 되면 비싸다고 하던데...
지금은 작고하고 없는 친구집 앞뜰을 장식한 곰보처럼 얽은 바위~ 친구는 군대를 다녀온 후 정신줄을 놓았고, 요양원을 들락거리다 총각의 몸으로 요절하고 말았다. 고향 뒷산에는 "얼금 바우"란 곳이 있는데 아마 이 돌처럼 얽은 바위란 뜻이 아닌가 싶다.
이것은 애기똥풀이라고 옆지기가 얘기해준다. 줄기를 따니 애기똥물처럼 노란 즙이 나오는 것이 특이하다.
정말 탐나는 바위이다. 친구동생에게 부탁하여 저런 돌을 한개 구해야겠다.
시멘트 길에 애처롭게 핀 씀바귀꽃
좌측의 거처는 작가의 영감을 자극하는 작은 공간, 옆에는 개울이 흐르고, 주변은 병풍같이 높은 산, 간혹 지나가는 산새와 산짐승을 벗하며 살아가는 그가 부럽다. 서울에서 사는 그는 글을 쓰기 위해 가끔씩 이곳에 머문다고 하는데 오늘은 부재중이다. 추석을 지내려고 가족들에게 갔나보다.
지금은 부농의 꿈을 키우는 고향모습!! 항상 연구하는 자세로 앞서간 그들에게 땅은 정직하게 그들에게 부로써 보답하였다.
겨울이면 이곳에서 친구들과 스케이트도 많이 탓는데~ 사진에는 작아보여도 상당히 큰 규모의 저수지다. 근동에서는 낚시터로도 알려진 모양인데 난 낚시를 좋아하지 않아 별로 관심이 없다.
수문근처의 파랗게 보이는 물, 워낙 깊어서 수영하기도 겁이 무지하게 났던 곳이나, 고향을 떠나기 전, 혈기왕성한 친구들과 야밤에 술한잔 걸치고 달빛을 가로등 삼아 깜깜한 저 곳을 겁도없이 건너다녔던 기억이 있다. 아마 술의 힘때문이었으리라~ 속된 표현으로 "죽을려고 모두 환장들을 했다." 지금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무섭고 수영할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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