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에피소드(15)

2011. 12. 13. 21:36지난 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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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한 지 6개월이 지나니 일병이 되었다.

내무반에 들어가면 고참 병장들은 일과 시간이 끝나고 저녁을 먹은 후에 자유시간이 되면

흑백 텔레비젼이 잘 보이는 곳에 매트리스 위에 모포를 펴놓고 떡하니 누워서 TV를 본다.

 

그보다 밑의 병장은 차마 매트리스 위에는 눕지못하고, 침상에 걸터 앉아서 TV 를 보고,

고참 상병은  TV 를 보고는 싶은데 앉아서  TV 를 보다가는 어떤 경칠 일이 기다릴지 몰라서

애먼 졸병들을 모아놓고,

 

"야 !!  전부 이리 와서 총기 수입하자!!"

군복은 입은 채로 맨발로 우루루 침상 가장자리에 있는 총기보관대로 황급히 이동해서는

며칠 전에 닦은 광이 나는 총기를 침상에 편 헌 모포위에 모두 내려놓는다.

총기 수입용 기름과 꼬질대를 가지고 옹기종기 모여서 총기를 수입한다.

 

저 멀리 잘 보이지도 않는 15인치 흑백 텔레비젼을 흘깃거리면서..

분주하게 억지로 일을 만들어서 왔다리 갔다리 하다 보면 9시 30분이 된다.

이제는 점호준비를 해야 한다.

 

30분만 지나면 침상에 깔고 잘 매트리스며, 모포를 반듯이 줄을 맞춰서 정렬시키고,

모포는 반합뚜껑 2개씩 들고, 마치 다림질하는 것처럼 각을 세우고,

관물대 한쪽으로 속에 두꺼운 종이로 각을 잡은 전투복과 내의, 팬티 등을

같은 규격으로 보기 좋게 정렬한다.

 

고참들도 이 시간에는 일어선다. 더는 누워 있을 수가 없다.

10시 정각 선임하사나 장교가 점호를 위해 내무반에 들어온다.

그렇게 하루 일과가 저물고, 쫄병의 고단한 하루도 끝난다.

 

 

아래는 산천초목도 떤다는 실제 '해병대 순검'이 녹음된 것이다.

 

 

해병대 순검!!

해병대 순검!

해병대 순검은 산천초목이 다 떨고

떨어지는 추풍낙엽도 동작그만!

순~~~거~~~엄

번호!

하나 둘 셋...... 순검번호 끝!

오늘도 말없이 수고했다.

해병대의 긍지를 갖고 그대로 취침! 취~치~~임

악! 악! 악!

( 이 소리는 해병대 실무부대의 순검시간 상황입니다 )



순검의 목적

순검은 그날의 최종과업으로써 인원 이상 유무,취침 상태,

청결 정돈 및 명일의 전투준비에 만전을 기함에 있다.

 

[출처 : 유용원의 군사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