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15. 22:32ㆍ맛집과 요리
새로 두부집이나 순댓집, 막걸리집, 칼국수집을 개업할 요량이라면 반드시 '할매'를 넣기 바란다.
다른 곳에는 할매가 별로 인기가 없는데 이런 집들은 할매가 상한가를 기록하니 말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간판을 연산 할머니로 하지말고 '할매' 나 '할망구'나 '할마이'로 하면 더 정겨울 것을~~ 쩝~~ ^^
충남 논산을 인생에서 잊을 수가 없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내 사랑하는 반려자의 태어나고 자란 곳이 논산 상월면 석종리이고, 1978년 5월 19일 40년 만의 가뭄으로 온 대지가 타들어 갈 때
33개월 간의 고된 군대생활이 시작된 논산 제2훈련소 28연대가 이곳 논산에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장모님과 장인어른은 9년 ~11년 전에 돌아가시고 처가집은 주인없이 외롭게 지내다가
올 2월 급속히 변해가는 학교 현실에 환멸을 느낀 손위 동서와 처형, 초등교사 부부가 정년을 5년이나 남겨두고 미련없이 용감하게 명퇴하고, 대전집과 논산 시골집을 오가기 위해 대대적인 수리를 하여 잘 꾸며놓고 우리 부부를 여름휴가에 초청하여 기쁜 마음으로 옛 처가집을 찾아가는 길이다.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묵으려면 주안상이 빠지면 안되는 법!! 그래서 근동에 이름난 순대집에 찾아간다. 충남 논산 연산면 소재지에 있는 주변 지역에서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연산 할머니 순대'집을찾는다.
작은 시골에 이 정도 규모라고 하면 대전에서 오는 사람이나 국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연산순대
이야기를 듣고 잠깐 들리는 곳이 아니라면 저 정도 규모가 필요 없을 것이다.
종업원이 주인장 할머니를 비롯해서 얼추 6~7명으로 보였다. 대부분 베트남 출신들로 추정이
되지만~
뚝배기에 담긴 순댓국으로 봐서 상당한 사람들이 온다는 것이 짐작된다.
순대를 보니 갑자기 막걸리 생각이 간절하다. 1인분에 5,000원이니 가격도 착하다. 5인분 25,000원을 내고, 대구에서 왔다고 하니 할매가 덤으로 두 웅큼을 손크게 넣어주신다. 국물하고 같이 포장을 하여 식기 전에 처갓집으로 부리나케 달려간다.
밥을 마는 여성종업원이 어딘가 낯설다 했더니 역시 베트남 사람이란다. 순대와 베트남 처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궁합이지만, 주인 할머니가 착한 가격을 유지하는데 일조를 하니 예쁘게 봐주기로 했다.
저 친구들 폼새로 봐선 이 연산면 출신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시중에 팔리는 순대들은 '찰순대'라는 이름을 달고, 안에는 당면만 잔뜩 들어있고, 돼지창자를 대신하여 식용비닐로 겉을 감싼 무늬만 순대, 난 항상 이런 순대를 경멸하였고, 먹지도 않는다.
충남 천안 병천면의 '병천순대'와 대전 중앙시장의 순대, 그리고 이곳 연산 할머니 순대가 그래도
기본을 갖췄다. 병천, 대전 중앙시장 순대와는 달리 속에는 숙주나물, 두부 같은 재료가 보이지 않고
선지가 많이 보인다.
다음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러서 4인분을 샀다. 이넘들을 보니 또 쐬주생각이 난다. ^^
멀리 가져간다고 하니 주인 할매가 냉장고에서 식은 통순대를 가져와서 그대로 넣어준다. 집에서
썰어 먹으라고 하면서~~
돼지뼈를 푹 고아서 만들어 놓은 국물
포장하여 가져가는 사람들을 위해 국물을 이렇게 비닐봉지에 담아 놓았다.
집에 도착하여 옆지기가 한 그릇 내온다. 그런데 뭔 사진에 밥은 없고, 밥자리에 새우젖갈이 왠말이냐?? 사실 밥은 먹지 않고 이것과 소주만 한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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