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공곶이 비밀정원(3/23)

2013. 4. 8. 10:47살아가는 이야기

728x90

 

죽은 자들과 산 자들이 공곶이에서는 공존을 한다. 공곶이를 내려가기 위해서는 이 천주교 묘지를 통과하지 않고는 못 내려가니 그렇게 생각된다.

 

 

 

입구부터 만개한 동백꽃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오늘은 엄청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올라오는 관광객의 거친 숨소리가 느껴진다.

 

 

 

 

 

  황사로 희미해진 바닷길을 통해 어렴풋이 멀리 좌측으로 모습을 드러낸 해금강

 

 

 

거제도는 60여개의 부속도서가 있는데 제일 바깥쪽 섬이 '외도'이고, 안쪽 섬이 '내도'라고 한다. 보이는 것은 내도이고, 외도는 내도에 가려서 공곶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강명식 선생의 오래된 고택, 사는 곳은 옆에 지어진 슬라브즙의 안채가 있다.

 

 

 

녹슬고, 바닥이 부식된 큰 가마솥이 이곳의 역사를 말없이 설명한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 가마솥과 함께 여생을 함께 보냈을까

 

 

 

돌담 밑으로 수선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대문간에는 여전히 불개와 다른 잡종이 있다.

 

 

 

 

불개가 나를 기억하는지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는데 방해꾼이 한넘있다. 바로 엉덩이만 보이는 까칠하게 생긴 젖비린내 나는 어린 넘인데 계속 불개 뒷다리를 공격한다. 불개는 그래도 어린 넘에게 화를 내지 않으면서 길손을 반긴다.

 

 

 

"아저씨 이넘 좀 말려줘요!!"

 

 

 

 

뒷다리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까칠하게 생긴 저넘이 고약한 넘이다. 빨리 목줄을 채워야 하는데 막내라 주인이 봐주는 모양이다.

 

 

 

 

마당에는 파를 누군가  가지런히 다듬어 놓았다. 참한 색시가 그랬나?

 

 

 

한없이 선량한 미소로 길손을 맞은 이분이 파를 다듬은 장본인이다. 함께 막걸리라도 마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데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다. 누군가 젊은 사람이 나와서 갑자기 집으로 들어온 길손에게 눈을 흘긴다. 그러자 이분이 턱으로 마당 어느 곳을 가리키는데~

 

 

 

 

이것은 소음을 제거하는 방송용 카메라의 마이크가 아닌가? 커다란 삼각대도 있고, 인간극장을 촬영하나?

 

 

 

궁금한 것을 못참는 길손이 급기야 현관으로 들어서니 저런 풍경이 나온다. 사모님은 "또 왜 사진은 찍어요?" 하시면서 역정을 내신다. 에라 모르겠다. 사진을 찍고, 불호령이 떨어지기 전에 신속히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어느 방송에서 나왔나? 이것이 전파를 타면 공곶이도 조만간 人山人海 이루겠다.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많은 수선화가 꽃을 피웠다.

 

 

 

밭둑 위의 노란 나뭇잎과 수선화의 노란꽃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몽돌이 있는 해변에 엄청나게 큰 대구의 뼈가 놓여있다. 파도를 따라 이곳에 밀여왔나 보다.

 

 

 

 

바닷가에서 올려다 본 공곶이 비밀정원 오른쪽 부분

 

 

 

 

과거에 나의 상사가 한분 계셨다. 어디든지 조직사회에서는 인기있는 사람이 있으면 인기가 없는 사람도 있다. 특히 원칙적이고 성격이 까칠하면 더욱 그러하다. 인사철이 되면 인기있는 사람은 여러곳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해서 가랑이가 여러갈래로 찢어지는데 인기없는 사람은 천덕꾸러기다. 속된 말로 아무도 데려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분의 지론은 담장을 쌓으려면 둥근 돌도 필요하고, 모난 돌도 필요하단다. 둥근 돌로만 담장을 쌓으려면 자꾸만 굴러 떨어져서 도저히 쌓을 수가 없단다. 그 사이사이에

모난 돌을 끼워야만 견고한 담장이 된다고 하였는데 이곳에서는 둥근 돌로도 잘 쌓아 놓았다.

 

 

 

 

 

 

뱃머리 위로 멀리 보이는 작은 반달처럼 보이는 섬이 해금강이다. 

 

 

 

 

구조라 방향

 

 

 

비밀정원의 전체모습

 

 

 

 

어마어마한 돌담이다. 엄청난 노동의 산물이다.

 

 

 

돌담을 보노라니 저 돌담을 쌓으려고 노력한 그분이 존경스럽다.

 

 

 

농원에서 정원수를 실어낼 때 이 해안을 이용한다는데 작업용 모노레일의 끝이기도 하다.

 

 

 

 

모노레일 삼거리 길, 왼쪽으로 가면 비밀정원으로 올라간다.

 

 

 

 

살짝 재치있게 담을 넘은 모노레일

 

 

 

 

 

모노레일을 따라 다시 돌아가려니 수령이 많고 포스가 있는 고목이 있다. 이 비밀화원의 터줏대감이 틀림없다. 두 아름정도 되어보이는 나무는 죽었는지 아직 싹을 틔우지 않았다.

 

 

 

그런데 반갑게도 여러갈래로 갈라지는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잎이 보인다.

 

 

 

'팔손이' 가 틀림없다. 아니면 기생나무이든지!! 어떻게 보면 후박나무처럼 보이기도 하고, 팔손이가 우리의 토종나무던가? 외래종이라면 이렇게 크려면 족히 150년은 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도무지 상상이 안된다.

 

 

 

 

 

부디 古死하지 말고, 命대로 오래오래 살거라!

 

팔손이 특징

경상남도 남해와 거제 일원의 해변에서 자라는 상록관목이다. 생육환경은 물이 잘 빠지는 경사지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자란다. 키는 2~4m이고, 잎은 가지 끝에 달리며 잎끝이 7~9개 정도로 갈라지고 지름은 20~40cm이다. 잎의 표면은 진한 녹색으로 광택이 나고 뒷면은 황록색이다. 꽃은 백색으로 가지 끝에 지름 5~8cm가량으로 펼쳐지듯 핀다. 열매는 이듬해 5월경에 검게 익으며 지름이 약 0.5cm 정도이다.

팔손이가 꽃이 필 무렵이면 꽃 전체에 파리들이 많이 달라붙어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그 이유가 향에 의한 것인지 당분에 의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출처 : 야생화 도감]

 

 

이 사진은 지심도에서 찍은 팔손이 나무 안내 사진이다.

 

 

 

 

길손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밟는 이 모양없는 돌들도 수십년 배고픔을 달래면서 한땀씩

쌓았을 이곳 주인장의 노고를 생각하니 경건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이분이 이 비밀의 정원을 조성한 강명식 선생이다. 거제 8경으로 회자되지만 입장료 수입도 없고, 고맙게 보았다고 인사하는 이 없지만 그저 이 일이 그의 천직으로만 생각하시는 훌륭한 분이다.

 

수선화와 천리향 등을 무인판매대에 비치하고 그저 작은 화분 한개에 2,000원씩을 받고 있다. 좋은 구경을 하고 난 양심있는 관광객들이 조금씩 사주어 용돈벌이는 할 것으로 보이는데 생활비로는 어림도 없다고 한다.

 

혹여 공곶이를 구경가시는 분이 계시다면 비밀정원 구경을 마치고, 무인판매대를 지날 때 그 분의 노고와 구경 값으로 한뿌리라도 사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