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11. 11:22ㆍ살아가는 이야기
동백꽃이 피고, 벚꽃이 피는가 했더니 거센 비바람에 꽃잎이 떨어지고 산비탈을 올려다 보니 벌써 오리나무 잎파리가 어린아이 손바닥만큼 커져있다. 거제도의 봄은 남쪽의 봄을 선도하는가? 혼자서 봄을 맞고 쏜살같이 여름을 향해 달려간다.
가파른 언덕에 핀 노란 유채꽃의 줄기도 60Cm를 넘었다. 시골농민들은 지금부터 잡초와의 선전포고를 하고, 풀때문에 여름내내 고생을 하시겠다.
능포 양지암 조각공원 100여 미터를 남겨둔 작은 삼거리길에 굿거리장단이 구성지게 들려온다. 사진 중앙에 한분은 앉아서 징을 치고, 한분은 서서 간혹 치성을 드린다.
꽹과리도 아니요, 징도 아닌 것이 징과 꽹과리의 중간 정도되는 것을 무아지경으로 두드리며 불경인지 기도문인지 경쾌하고 구성진 가락으로 뽑아낸다.
단촐한 제물로 보아 어떤 이의 부탁으로 온 것은 아닌 듯하고,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하지 못하는 영험함에 이끌려 이곳에서 치성을 드리는 듯하다.
불경스런 말씀인지 모르나 앉아서 무당으로 짐작되는, 징을 치는 분의 공력이 보통은 아닌 듯하다. 공간을 크게 울리면서 주변에 퍼지는 굿가락이 평상복을 입은데도 불구하고 지나는 길손의 심기를 통째로 흔드니 빨리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굿장단을 듣는다.
시간이 갈수록 지치는 기색없이 더욱 큰 울림으로 퍼져간다.
굿거리 장단소리를 지나자 마자 이제는 어디서 옅은 노랫가락이 울려퍼진다. 처음에는 볼륨이 낮아 능포 양지암조각공원 밑으로 난 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가려 했으나 뭔가
오감을 자극하여 밑에서 보이지 않는 언덕으로 올라섰다.
지금시간은 프로가 아니고 아마추어 기타리스트들의 합창시간이다. 왼쪽과 오른쪽의 박자가 서로 맞지를 않는다. 자신이 없으니 자연적으로 목소리가 작아지고, 그래서 길손이 이곳에서 음악회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뻔 했다.
플래카드가 걸렸는데 '능포 작은 음악회 김도연과 샵앤 플렛'의 글귀가 보인다. 그러니
일요일 오늘 김도연이란 아티스트가 문하생을 거느리고 이곳에서 시민을 위한 작은
콘서트를 여는 공간이었다. 누군가 김도연이란 분과 '들국화'와 음악관계를 얘기했는데 나의 어림짐작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아티스트란 느낌이 온다.
이분이 김도연이란 사람이다. 갑자기 앰프의 출력이 높아지고, 나에게도 익숙한 외국경음악을 멋지게 한곡 연주한다. 부럽다 나도 저분에게 레슨을 받아보았으면~
꽁지머리에 개량한복이 생뚱맞지만 출중한 연주실력이 그것을 커버했다.
그날 날씨가 제법 쌀쌀하여 관객은 별로 없었으나 두 여성의 서포트에 힘입어 비교적
최신곡도 열창한다. 능포동주민센터에서 강습을 한다니 관심있는 거제도 시민들은
참여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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