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10. 17:45ㆍ지난 날의 추억
그의 이름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지만 여기에서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기에
그저 B조기장이라고 해야 하겠다.
그 조기장은 기관부에서 근무하였던 사람이었는데, 85년도 경 그의 나이 30초 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참으로 씩씩하고 인간미가 넘쳤던 사람이다.
보통의 일반적인 가정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남편이 출장을 가더라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길어야 며칠 정도이고 출장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가뭄에 콩나듯 자주 일어나지 않는
실정인데 뱃사람들은 오히려 집에 있는 날들이 적고, 외국을 다니기 위해 바다에 나가 있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가족들이 늘 떨어져 살아서 집에서 살림하는 선원 아내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애들끼리 싸워도 어른들이 개입하게 되면 가장이 집에 없다고 업신여기고,
함부로 대하는 것에 마음의 상처를 많이 가지고 살고 있는 듯 보였다.
그와는 여러차례 만나서 쓴 소주라도 같이 기울이다 보니 그 특유의 바다사나이 향취가 물씬
풍겨서 좋았다.
세상을 복잡하게 보기를 싫어하고 단순 명쾌한 것, 그저 안전한 항해를 마치고,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며, 세상에 대해 어려운 환경이지만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 모두 시원시원해서
그와 의기투합하여 그가 귀국했을 때 항구 옆의 조그만 주점에서 함께 사나이의 정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정이 들어버렸다.
그가 집에 가지 않고 당직이라도 서는 날이면 함께 가까운 대폿집에서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애환을 얘기하곤 하였는데,
어느날 그의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아무래도 집사람에게 남자가 생긴 것 같다고 우울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의 말을 빌리자면 자기 집사람은 남이 관심을 둘 만한 인물이 아니고, 소위 추녀 축에
속하여 전혀 그런 걱정은 하지를 않았는데 사람팔자 모른다고 바람이 난 것 같다고 했다.
그날 그렇게 술을 마시고 출항하여 1달이나 되었을까 그가 다시 내앞에 나타났다,
다른 항구를 전전하다가 이번 항차에 이곳에 왔다면서~
그리곤 더 기막힌 얘기를 한다. 여자가 집을 나갔다고, 아이들을 두고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였지만 그가 배라도 타질 않으면 호구지책을 따로 마련할 길이 없으니
배운 도둑질이라고 아이들을 친척에게 부탁하고 다시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단다.
달리 위로해줄 말은 없고 오직 힘내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 또 1~2개월 잊혀질만한 시간이 지난 뒤에 운항스케줄이 변경되어 이곳에 다시 왔다면서
웃는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K형! 조만간에 선원수첩을 찢어버리고 포항에서 돼지갈비집을 해볼까 합니다.
터가 잡히면 K형을 꼭 우리 식당에 초대를 해서 제가 한 상 잘 대접을 하겠습니다"라고 하면서
웃는 얼굴로 출항을 하였다.
그리고 1주일이 되었을까?
어느날 집에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데 일본 NHK에서 생방송 했던 화면을 내보내고 있었는데
아니 이게 왠 날벼락인지~
침몰한 배는 바로 그가 타고 있던 제7** 호가 아니던가!!!!!!
화면에는 일본 연안의 양식장에 있는 부이에 메달린 선원 한명을 헬리콥터로 구조를 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면서, 다른 선원들은 거의 실종하거나 사망을 하였다고 방송이 된다.
기가 막힐 일이다. 떠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선원 17~8명 중에서 살아난 사람이 달랑 2명 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죽은 사람중에는 물론 그도 포함되어 있었고~
참으로 세상 덧 없음을 느꼈다.
그가 나에게 의리의 징표로 준 검은색 카시오 알람 손목시계가 내 손목에서 영문도 모르고
잘도 가고 있다. 그 손목시계를 보니 이 시계가 그가 나에게 남긴 마지막 흔적이구나 라고
생각을 하니 참으로 비감한 생각이 들었다.
( 그 시계가 나중에 이상한 일에 등장하게 된다. 참으로 묘한 일이 부산 구포의 한 술집에서
일어났다)
그 배에 탓다가 요행히 살아난 1타수(고다 마스타, 쿼터 마스타)에게 나중에 사고 경위를 들었는데
풍랑이 많이 치는 일본근해를 항해하다가 큰 파도를 맞고 갑판 홀더가 벗겨져서 화물칸에
바닷물이 침수되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바닷물이 차자 복원력을 상실한 배가 기울기 시작을
하였는데~
선장의 퇴선 명령이 있은 후, 죽은 사람들은 급하게 구명정을 내려서 먼저 타고 떠나 버렸고,
통신장은 서류 챙긴다고 늦게 배에서 나오고, 자기도 조금 늦게 나오는 바람에 구명정이 조류와
바람을 타고 멀리 가버려 그들은 하는 수 없이 바다로 그냥 뛰어 들었다고 한다.
다행이 근처에 양식장이 있어서 양식장 그물을 묶어 놓는 부이로 헤엄쳐가서
부이에다가 자신의 혁대를 감아 물위에 떠 있다가 일본해상보안청 헬기에 구조가 되었단다.
- 오늘도 여기까지 다음에 계속 -
(328) Demis Roussos Goodbye My Love Goodbye - YouTube
- 가사 -
Hear the wind sing a sad,
old song
It knows I'm leaving you today
Please don't cry
or my heart will break
when I go on my way
Goodbye my love goodbye
Goodbye
and au revoir
As long as you remember me
I'll never be too far
Goodbye
my love goodbye
I always will be true
So hold me in your dreams
till I come back to you
See the stars
in the sky above
They'll shine
wherever I may roam
I'll pray every lonely night
That soon
they'll guide me home
Goodbye my love goodbye
Goodbye and au revoir
As long as you remember me
I'll never be too far
Goodbye my love goodbye
I always will be true
So hold me in your dreams
till I come back 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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