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8. 23:57ㆍ지난 날의 추억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사는 환경에 따라 습관도 변하고, 행동 양태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믿는다.
조그만 사무실에도 사장의 평소 얼굴이 밝고, 사무실도 통풍과 환기가 잘 되고, 남향으로 밝으면서 빛이 잘들어오는 곳에 있는 사무실 직원들은 그들 사장처럼 인상도 밝고 행동거지도 예의 바른데
사장의 성품이 크래믈린처럼 엉큼하고 사무실도 환기가 잘 안되며,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사장 성품처럼 엉큼하고 불량기가 있는 것을 보고 느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사무실을 구하려거든 풍수지리를 잘 봐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이글에서 선원들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추호도 없음을 먼저 밝힌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과 비록 같이 배를 타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의 애환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많았기에 보통사람들보다는 그들 편에 서서 이해하고 행동하였다고 감히 자부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흔히 말하고 행동하는 가운데 느낀 것과 뱃사람(친근한 의미로 사용하였음)들 사이에서 대체적으로 통용이 되었었고, 인정 되었었던 것을 여기에 옮기니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갑판은 바다위에 있다. 반면에 기관실은 바다 아랫층 물속에 있으며 복잡하고 소음도 심하다.
그래서 우스개 소리로 갑판부 사람들은 갑판에 뭘 숨기려고 해도 숨길 곳이 없어서 자칭 '화끈하다'라고 한다. 그리고 감추려고 하지말고, 솔직히 이실직고 하는 것이 낫다고도 한다.
숨기는 것이 무엇인지는 각자 상상에 맡기고....
반면에 기관부 사람들은 숨길 곳이 많아서 뭐든 감추려고 한단다. 그래서 화끈하지 않다고 그들끼리 열을 내는 것도 보았다.
선원들이 대개 부산에 주로 주소지를 두고 가족들이 살고 있으며, 특히 영도구에 사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들이 가족들이 있는 집에 가는 때는 일본을 다녀와 한국의 항구에 정박할 때, 당직이 아니면 집으로 돌아갔다가 출항일정이 아침 일찍이면 꼭두새벽에 부산 집을 나서서 삼삼오오 항만에 도착하여 출항준비를 한다. 참 부지런하기도 하지~
그들의 생활을 보면서 돈 벌어먹고 살기가 무척 고단한 직업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우리는 철판하나에 생명을 의지하고 다닌다'라고 자조섞인 말을 하기도 하는데 사실이 그렇다.
철판 두께라야 겨우 2~3Cm에 거친 풍랑과 파도를 이겨내며 항해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 철판에 구멍이라도 나고, 찢어지기라도 하면 그 안에 있는 화물이나 사람은 온전하겠는가~
현해탄에 파도가 2~3미터만 되어도 잘 오질 못하고 어쩌다가 파도를 뚫고 들어온 배의 선원들은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배멀미에 고생을 하면서 온 것이 얼굴에 역력히 나타난다.
'뱃사람도 배멀미를 합니까?'라고 하면 '배멀미는 면역이 되지 않나 봐요'하면서 웃는다.
배멀미는 2~30년 배를 탄 사람도 체질에 따라 한단다.
그냥 누워 있기도 힘든 파도밭에 조타실에서 기관실에서 배멀미 때문에 얼마나 고생들을 할까?
더구나 선원들의 먹는 것을 책임지는 조리장은 구토를 하면서도 흔들리는 배에서 음식을 만들어야 하니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그 괴로움을 모른다고 했다.
전부 배멀미를 해서 밥을 모두 굶는다면 모를까, 한명이라도 '나 밥먹고 싶소'하면 멀미를 하면서도 밥을 해야 하는 고통을 생각하면 그들이 초인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선박 식탁의 가장자리는파도때문에 요동치고 기울어져도 그릇이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막아주는 테두리가 돌아가면서 만들어져 붙어 있다. 평상시는 내려 놓았다가 파도가 치면 그 것을 올려서 고정을 하면 밥그룻이 떨어져서 깨지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남자가 요리를 한 음식이 정말로 맛있다고 느껴진 곳이 바로 선박이었다.
좁은 실내공간과 흔들리는 배에서 개성도 각기 다른 사람들이 먹는 취향도 다를테고~
스트레스 많이 받는 그들에게 왠만한 음식솜씨로 그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
배에서 어쩌다가 얻어먹는 밥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특히 배의 고물(뒷부분)에 현해탄을 건너오며 낚시줄에 미끼를 달아 잡아온 삼치를 가지고 온갖 채소를 넣어 만든 비빔회는 일품이었었다.
그 조리장 출신들이 뭍에서 식당을 한다면 전부 성공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밤이 늦어 다음에 계속 -
[출처 : 유튜브] 파키스탄 선박의 주방 및 조리사
http://www.youtube.com/watch?v=sczwM7Xofhc
'지난 날의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일선원과의 가슴 아팠던 사연(4) (0) | 2011.02.13 |
---|---|
대일선원과의 가슴 아팠던 사연(3) (0) | 2011.02.10 |
대일선원과의 가슴 아팠던 사연(1) (0) | 2011.02.05 |
고향산천 (0) | 2011.02.05 |
내가 보았던 貿易船 에피소드 3 (0) | 2010.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