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4. 14:01ㆍ살아가는 이야기
거제도는 진해만의 만구에 가로놓여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60여 개의 작은 부속도서를 가지고 있고, 면적은 378.14㎢, 인구는 현재 약 25만 명으로 추산하는데, 사실상 이곳에 살지만, 주소를 옮기지 아니한 사람들을 합친다면
약 30만명 정도 지 않을까 하는 추정도 한다.
거제시 동부면을 지나다 보면 산세가 강원도처럼 험하고, 기상이 있는 산이 많다.
제일 높은 산은 거제도의 남단에 가라산(加羅山, 580m)인데 내륙의 산 높이를
예상하고 이곳에 등산을 왔다면 예상보다 높아서 혼쭐이 날 수도 있다.
그야말로 해발은 해수면에서 시작하니 이곳 500고지는 내륙의 800고지 정도로
생각하고 등반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진 중앙 아래에 '장승포시외버스터미널'우측으로 내려다보이는 산이 해발 220m
'장승포 망산'이다.
그 둘레로는 '장승해안로' 해안가를 따라 자리 잡았는데 장승포에 사는 시민들이
아침, 저녁으로 산책하는 코스로 인기가 높아 많은 사람들이 걷기를 한다.
길손도 아침, 저녁으로 편도 1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를 대마도 쪽 바다를 보면서
걷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지도에서 보다시피 망산은 한쪽은 바다이고, 다른 한쪽은 대우조선해양과
장승포동 등의 주택지가 포진되어 있어 망산은 섬 안의 섬이 되어버렸다.
길손은 거제도에 산돼지도 없고, 뱀도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런 좁은 곳에도
야생은 살아있었다.
어느 날 저녁, 숙소로 돌아가는 길 산책로 바로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소리 나는 곳을 보니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살금살금 위로 움직인다.
급히 사진기를 꺼내서 찍었으나 어두워서 실물이 담기지 않아 아쉬움을 가졌는데~
아침 출근길에 같은 장소에서 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오늘은 그냥 보낼 수는
없다. 배낭을 뒤져서 카메라를 꺼내고, 쳐다보는 그 넘에게 셔터를 누른다.
워낙 좁은 지역에서 인간들과 부대껴서 그런지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고, 빤히
쳐다본다.
아마도 멀지 않는 장래에 이곳 망산에 사는 고라니들은 멸종하고 말 것이다.
인근의 다른 산으로 친구와 애인을 찾아 떠나려 해도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를
감히 횡단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결국 근친교배의 덫에 걸리게 되고, 각종 유전병에 시달리다가 최후를
맞게 될 것으로 본다.
몸체가 드러나는 곳으로 조금 앞으로 이동해도 여전히 경계만 한다. 입을 보니
송곳니가 아래로 길게 나 있다. 성체 수컷이다. 같은 장소에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서식지일 가능성이 높은데, 암컷과 같이 다니지 않는 것 같다. 아니면 암컷들은
이미 멸종을 했거나
이곳 망산의 좁은 산줄기에 이리 가거나 저리 가거나 온통 사람들로 붐비고, 정상에서
사람도 소리지르고, 저도 애인 찾으려고 고래 고래 소리 지르지만, 마음 편히 쉴 곳
없는 척박한 현실에 저 고라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워낙 사람에 부대끼니 만성이 되어서 아예 모든 것 포기하고, 인간과 자연에서
서로 공존하는 이치를 깨달은 듯하다.
불쌍한 저넘을 설득할 수 있다면 섬에서 데리고 나와 내륙의 넓디 넓은 산야에
풀어놓아 친구와 애인을 만들어 주고 싶은데 저넘이 갸륵한 이 사연을 알런지~
부디 천수를 누리길 바란다. 고라니야~~
거제도에서도 멧돼지 때문에 농민들이 골머리를 앓는다. 그런데 섬인 이곳에
멧돼지들이 어떻게 들어왔을까? 교량이 없어도 위의 동영상처럼 통영 쪽에서
견내량을 헤엄쳐 넘어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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