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13. 13:42ㆍ살아가는 이야기
술을 마신 사람이 이 정도의 정성을 가졌다면 가방 속에 되가져 가든지, 아니면 가까운
재활용 쓰레기통에 조그만 수고로도 해결될 터인데
누구보고 치우란 것인지, 얌전하게 맥주병에 고깔을 씌워놓고, 그리고 비밀봉지가
행여나 날려갈까 봐 세심하게도 신경썼다.
원래 큰 기대를 안 한다. 화이트 칼라하고, 블루 칼라는 그냥 희고 푸른 차이만이
아니고, 저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어떤 문화의 차이라고도 할 수가 있다.
내가 푸른색을 경멸하거나 폄훼해서가 아니라, 과연 흰 칼라 문화라면 이렇게 했을까?
도시 전체가 블루 칼라 물결이니 이렇게 해도 죄의식도 못 느끼고, 그저 이런 문화에
젖어 평범한 일상으로 자리매김 될 뿐이란 생각만 든다.
바닷장어를 잡기 위해서는 낚싯줄을 정리해야 하는데 이렇게 여러 사람이 앉아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꼼꼼하게 작업한다.
이 어선은 통발로 장어를 잡지 않고, 낚시로 바닷장어를 낚는다. 저녁 무렵 어장에
나가기 위해 낚시채비를 단단히 하고, 출항시간을 기다린다.
굵은 헌 밧줄에 흰색의 작은 줄로 느슨하게 묶는데 길손은 모든 게 그저 궁금하여 말을 붙이려고 다가선다. 일에 열중한 나머지 아저씨 엉덩이 나온 줄도 모른다.
어망 밑에 이것을 달면 밧줄 무게에 의해 어망이 가라앉도록 하기 위해 큰 밧줄 2개를 흰색의 작은 줄로 얼기설기 묶는 작업을 한다. 즉 저인망 어선 흉내를 내기 위함이다.
부둣가 바로 앞에서 개가족(?)이 살고 있다.
이넘은 애교가 철철 넘치는 암놈인데 이름이 '아순이'라고 한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눈길이 마주치니 친밀감을 느꼈는지 퇴근하는 나를 따라나선다.
낯선 길에 개가 들어설 때는 자신의 소변으로 표시하여 자신이 출발한 장소로 돌아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길손은 수컷만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오늘 보니
내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암컷도 저렇게 표식을 한다.
덩치가 큰 왼쪽은 장승포 호텔의 마스코트 골든 리트리버種의 '예슬이' 둘 다 암컷인데
첫날은 아순이가 겁을 먹고, 근처에도 못 가더니 이번에는 안전거리 밖에서 조심스럽게 탐색을 한다.
저들도 미물이지만 끈에 묶인 행동반경 계산은 정확히 해서 위험반경 안으로는 진입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비록 개 머리지만 머리에 생각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순이의 수컷친구로 보이는 누렁이도 따라왔다.
자신들만의 비밀 포인터를 찾아 아순이가 표식을 남기자말자~
수컷도 뒤질세라 같은 장소에 표시를 한다. 이중으로 표시했으니 이젠 안심이다.
꼴에 숫넘이라고 그래도 앞장을 선다.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한 수컷, 낯선 길에 낯선 사람에 대한 믿음이 아직 없는 듯하다.
수컷이 도로를 잠깐 벗어나 안쪽으로 데려갔으나 암컷이 돌연 되돌아 나오니 숫컷도
덩달아 나온다. 수컷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쯤 해서 이넘들을 돌려보냈다.
"쿠쿠릉~ 쿠쿠릉~ 쿠릉~ 쿠릉~ 쿠쿠릉" 예인선의 독특한 엔진음이 바다에 가득
찬다. 작은 예인선이 제 덩치보다 20배나 더 큰 바지를 끌고 간다.
대우조선해양에 하청업체에서 생산한 블록 같은 선박 중간제품을 운반해주고,
다시 원래의 하청공장으로 되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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