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잡이 어선의 시원한 화장실
2013. 9. 4. 10:44ㆍ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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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어선들은 나름대로 배 안에서 식, 주를 해결한다. 대형 상선도
마찬가지다. 일을 하다가 피곤하면 몸을 눕혀서 휴식을 취해야 하고, 배가 고프면 먹어야 일을 할 수가 있다.
Input 이 있으면 Output 이 있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다. 들어가는 게 있으면 반드시 나오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비싸고 향기롭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일단 입으로 들어가면 창자를 거쳐서 나오는 게 구리디구린 똥이다. 항상 그 구린 것을 뱃속에 담아 다닐 때는 서로 의식하지 않지만, 항문으로 배설되는 순간 역겨움의 대상이 되고 만다. 똥의 입장에선 기분 좋을 리가 없겠다.
아동문학가 오순택(1942~ )의 똥시 한 편을 소개한다.
똥구멍이 벌름 벌름
소가 걸어가면서 똥을 눕니다.
김이 모락모락 난
동그란 호빵 같은
똥을 눕니다.
똥구멍이
벌름벌름합니다.
배설물이란 게 비행기 타고 있다고, 배 타고 있다고, 애인하고 같이 있다고 그넘이 사정을 봐주는 것이 아니다. 고기 잡는 배에서도 어김없이 먹어야 하고, 먹으니 배설해야 한다. 바다는 깨끗한 것이든 더러운 것이든 이쁜 것이든 미운 것이든 사양 않고 품어준다. 이곳에는 정화조도 필요없다. 그냥 배설하고, 바닷물을 양동이에 떠서 그저 배설물 위에 부어주면 된다. 남자들끼리 일하다 생각나면 배설하니 굳이 화장실문을 닫을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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