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흘리개의 追憶이 서린 시골을 둘러본다!!

2014. 2. 2. 17:11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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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이다. 바다에서 일출을 보다가 내륙에서 일출을 보니 그것도 새롭게 느껴진다.

 

 

 

 

 

 

 

서울에서 왔다는 젊은 作家가 여름에 작품 활동하는 작은 터에 이름 모를 작은 새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면서 날지 못하고, 깡총깡총 뛰어간다.

 

 

 

 

 

오른쪽 날개 끝이 떨어져 나갔다. 야생동물의 공격을 받았는지 이제는 나는 것이 불가능하다.

 

 

 

 

 

 

 

 

부상당한 몸으로도 걸어 다니면서 먹이활동을 하였나 보다 작은 눈은 초롱초롱하고, 팔딱거리는 심장박동과 따뜻한 체온이 느껴진다. 가끔씩 부리로 손가락을 쪼아대는 것이 아직은 힘이 있다. 이 새가 텃새인지 아니면 철새인지 모르지만, 마음의 갈등이 생긴다. 이것을 데려가서 야생동물구조센타에 넘길까? 그러나 하찮은 새 한 마리를 가지고 별나게 한다고 핀잔을 듣지는 않을까? 그렇게 한참 고민하다가 자연의 법칙에 맡기기로 하고, 물을 조금 먹인 후에 그곳에 다시 풀어놓는다.

 

 

 

 

 

작은 언덕에 올라서니 들판을 수놓은 짚을 비닐로 감싼 소먹이와 멀리 갑장산이 보인다.

 

 

 

 

 

 

이곳은 옛날 2~3가구가 살았던 곳이지만, 외딴곳이어서 그랬던지 모두 나가서 지금은 옛집 터는 허물어지고 없어지고, 제사를 지냈던 제실만 덩그러니 폐허 상태로 있다.

 

 

 

 

 

집이 허물어진 그 자리엔 돼지감자로 불리는 '뚱단지'만 무성히 자라고 있다.

 

 

 

 

 

이곳 언덕넘어 청당골 외딴집에 사는 형을 찾아온 동생들이 이곳에서 뚱단지를 캔다. 예전에는 구황식물이었는데 지금은 당뇨병에 효험이 있고 웰빙작물이라면서 재배도 하고, 무분별하게 채취도 하는 실정이다.

 

 

 

 

 

 

서울에서 귀농한 젊은 사람이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옛날에는 일찍 햇볕이 가려지고 습한 이런 곳에 집터을 잡지 않았는데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객지인은 오후면 그늘이 지는 이곳에 삶을 터전을 정했다. 부디 저 젊은 귀농인에게 신농씨의 축복이 내리길 기원한다.

 

 

 

 

 

 

이곳 청당골에도 세 가구가 있었지만 모두 떠나고, 한 집만 남았다.

 

 

 

 

 

 

 

여름에는 차고, 겨울에는 따뜻하며,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이 웅덩이는 여름에 땀띠가 나거나 옻이 오르면 이곳 웅덩이 물로 목욕을 하여 치유했다. 옛 모습은 어디가고 지금은 시멘트 웅덩이로 남았다.

 

 

 

 

 

보이는 곳마다 감나무다. 멀리 보이는 빨간 건물이 있는 곳은 상주곶감공원이다.

 

 

 

 

 

 

 

근처에 있는 많은 묘소와 다르게 유달리 봉분이 큰 무덤이 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규모가 약간 작은 왕릉정도의 수준이다. 비석의 글씨 마모상태를 보니 어림잡아 200년은 넘은 듯하다. 최근에 만든 동자 문무석(?)이 부조화를 이룬다.

 

 

 

 

 

'가선대부 이조참판 회산 김공지묘' 라고 적혀있는데 이조참판(吏曹參判)의 조()字가 한 획이 없는 듯하지만, 당시에는 사소한 일에도 트집을 잡아 당파싸움으로 번질 때라 시퍼렇게 쳐다보는 선비들의 서슬에 오자가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 가선대부는 종 2품의 벼슬아치를 말한다는데 지금으로 치면 안전행정부 차관에 해당하는 이조참판도 가선대부에 속한다. 당시에 이조참판의 세도가 얼마나 센지 무덤의 크기로 보아 대충 짐작된다.

 

 

 

 

 

 

이조참판 밑으로는 그의 후손으로 보이는 이들의 무덤도 있다. 그것의 크기도 일반 무덤의 5~7배는 족히 커 보인다.

 

 

 

 

 

 

 

 

 

정6품 벼슬인 '증조훈랑사헌부감찰'이었던 이의 무덤이다. 정육품은 지금의  5급 사무관 정도라고 한다. 지금의 사무관은 워낙 많아서 그 존재가치도 미미하지만, 당시엔 이런 벼슬도 백성의 눈에 얼마나 높아보였으면 이렇게 비석을 세워 두고두고 후손들의 자랑으로 여기게 하였겠는가?

 

 

 * 蛇足

 

무덤을 사진에 담으니 어떤 분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겠다. 산 者와 죽은 者는 원래 한 몸이었으니 그렇게 두려워하거나 께름칙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면, 반드시 죽게 되어있다.

 

불교에서는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고도 한다. 내가 가끔 무덤 사진을 싣는 것은 귀신을 쫓는 것도 아니요 흠모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죽은 이들의 행적을 보고, 이해하면서 그들의 죽음이 또 다른 생명을 태동하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저곳에 홀로 앉아 밤을 새운다 한들 한치의 두려움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