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23. 12:24ㆍ지난 날의 추억
지난 여름 저녁을 먹고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 운동장으로 걷기운동을 가던 차에
길옆에 있는 자전거 점에 눈이 간다.
평소에 별 관심없이 지나다니는 곳인데 그날은 자전거를 막 타고온 듯한 중년의 부부와
일행 들이 몇명 있고, 산악자전거 2대가 작은 철봉같은 곳에 메달려 있어 호기심이 동했다
보통 우리들은 자전거를 옆으로 세우는데 안장을 철봉에 메달아 놓은 폼으로 보아
애지중지 하는 듯도 보이고... 자전거 받침대도 없는 것 같고....
해서 자전거 메달아 놓은 받침대 옆에 앉아 있는 주인보고,
요즘 산악자전거가 비싸다는 얘기를 얼핏 들을 것도 있고 해서
내딴에는 조금 넉넉히 잡아 "300만원 정도 나가나요?" 라고 물어보자
주인 왈 "1300만원 짜리인데요!!" 라면서 힐끗 쳐다본다.
허걱~~
이런 젠장~ 빌어먹을~~
소형자동차 값이네???!!!!
시간을 지체하면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 취급받을 것 같아 급히 그 자릴 떴다.
참 세상 많이 좋아졌구나~
내가 살던 고향은 작은 국민학교가 1키로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고
그곳을 졸업하면 같은 면에 중학교가 없어
가까운 인접면에 있는 곳이 10리(4키로~5키로미터)되는 곳에 남녀공학 1개
30리 떨어져 있는 읍내에 5곳(남자학교 3, 여자학교2)이 있었는데
나는 그 중에서 시골에서도 명문으로 알아주는 중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었다
(1개 학년이 7개 학급으로 그 당시에 제법 규모가 큰 공립학교 임)
그곳은 다른 곳보다 다시 3키로 정도를 더 가야하는데
통학수단이 10리 떨어진 곳은 여학생들은 도보로 주로 다녔고(편도 약 1시간 걸렸음)
남학생들은 도보나 자전거로..
30리 떨어진 5곳은 도보는 2시간이상이 걸려 도보는 무리이고
여학생들은 읍내에서 자취를 주로 하였으며,
남학생 들은 무리지어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하였다.
그 당시 가장 좋은 자전거가 일본산 후지제품인데
양조장집 주인, 정미소집 주인, 돈 있는 자영업자 등이나 탈까
학생들은 언감생심 꿈도 못꾸고....
그 다음 좋은 것이 '삼천리표 자전거', 그 다음이 '삼광자전거'였던 것 같다.
시골에서 조금 산다는 학생 아니고는
주로 중고를 사서 타고 다녔는데
나도 당근 중고 자전거였다
지금의 자전거처럼 기어10단 20단 하는 자전거도 아니고
달랑 기어 1단으로 타고 다니니 오로지 힘으로 높고 낮은 산모퉁이를 돌아
학교를 다녔다
타이어는 왜 그리도 빨리 닳는지
뱀 개구리 잡아 먹은 것처럼 불룩나오면
수명이 다 된 것이므로 그 부분에 자전거포에서 타이어를 한뼘정도 잘라서
덛대어 다시 사용하는 수밖에 없지만
타이어의 높낮이가 달라 이건 마치 말타는 느낌이다
비포장길에 있는 아카시아 가시때문에 빵구는 왜 그리 잘나는지
중고등학교 6년간 자전거를 타서 질렸는지
이젠 자전거엔 도통 관심이 없다
어쩌다 시골에 가보면
내가 다녔던 굴곡지고 무서웠던 산길이
그 험한 산길을 깍아내고 낮춰서 아스팔트로 멋지게 포장을 해놓았건만
자전거 통학하는 학생을 한명도 보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분명히 학교는 다니는 것 같은데 뭣으로 다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세상을 30년 뒤로 되돌릴 수 있다면
지금의 멋진 20단 자전거로 휭~하니 달려가고 싶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