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誇)이 지천이다.

2014. 11. 19. 13:35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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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옆 밭둑에 감이 달려있다. 이미 서리가 2~3번 내렸다고 하니 이젠 저 감을 딴다고 해도 곶감도 못 만들고, 저장성도 없으니 홍시는 가능하겠으나 아무도 감을 따가는 사람이 없고, 까치밥으로 남게 될 듯하다.

 

 

 

 

 

 

먹음직한 홍시가 드문드문 보인다. 감나무에 올라가서 한 개쯤 따먹고 싶지만, 옷차림도 그렇고 아무리 따가지 않는 감이지만, 주인 몰래 따가는 것은 혹여 결례라도 될 성하여 그냥 구경만 하고 떠난다.

 

 

 

 

 

 

모두 가난하여 힘들던 시절, 가을이면 국민학교를 다녀온 나는 책 보자기를 아랫방에 내려놓고, 동네에서 제일 부자인 친구의 감나무밭으로 향한다. 작은 고개를 넘으면 외진 곳에 오래된 고목 감나무가 여러 그루가 있었다. 크기도 다양하지만, 감 맛도 다양했다. 감나무는 물러서 쉽게 가지가 부러진다. 작은 체구지만 조심조심 가지 끝에 달린 홍시를 따서 입에 넣으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달콤한 맛에 행복감에 젖는다. 지금은 자식들에게 홍시를 주니 잘 먹지를 않는다. 인공의 맛에 길들여진 입들이 자연의 맛에는 둔감해졌나 보다.

 

 

 

 

 

 

 

 

 

 

가로수로 보이는 감나무에 감이 지천이다. 올해는 감과 배추와 사과가 풍년이란다. 도회지 사람들은 값싸게 사서 먹을 수 있어서 좋겠지만,

1년을 그늘 귀한 땡볕에서 고생한 농심들은 허탈하다. 아무도 따가지 않는 감들이 쳐다보는 길손보고 어서 나를 데려가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