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 외로이 선 한전 본사

2015. 2. 23. 10:10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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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 불회사를 가는 길이다. 운전하는 여동생이 황량한 곳을 가리키며, 저 벌판에 외로이 서 있는 것이 한전 본사 사옥이라고 한다.

 

 

 

 

 

 

추수를 끝낸 겨울 들판 저 멀리 작은 비석 같은 고층 건물이 있다. 저 건물이 서울 강남 삼성동에서 이사 온 한전 본사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다. 한전 삼성 사옥을 사기 위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시세보다 몇 배나 많은 금액을 내고 입찰에 성공한 일이 작년에 있지 않았던가? 현대자동차 그룹은 예상 밖의 금액을 써내서 결국 승자의 저주를 받고 몰락할 수도 있다는 호사가들의 입방아도 있었던 그 한전 본사가 아닌가?

 

'천당에서 지옥으로' 이 말을 실감하는 사람들이 저곳으로 이주한 한전 본사 직원들과 그 식솔이 아니겠는가? 지역 간 균형발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저렇게 황량한 들판에 거대 공기업 본사를 옮겨놓는다고 지방이 발전하고, 나주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인가? 그것은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바라보는 길손의 마음은 착잡하다.

 

 

 

 

 

 

길손의 오랜 사회 경험으로 봐서는 아마도 거대 공기업인 한전에서 그동안 선망했던 본사 근무는 이제는 기피 대상 1호로 회자하리라고 본다. 광주에 두어도 기피했을 본사를 나주에 두니 그 충격이 얼마나 깊고,  넓겠는가? 그냥 체념하기를 기다린다? 제풀에 지치기를? 한전의 낮은 경쟁력은 종국에는 국가의 낮은 경쟁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본사에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지 않으면 한전의 미래도 없다. 그렇다고 인센티브만 남발할 것인가? 지역 균형발전이 저렇게 황량한 벌판에 본사 달랑 이전한다고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앞으로 지방에서도 저렇게 무리한 일들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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