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3. 16:32ㆍ맛집과 요리
평소 보신탕을 먹지 않는다. 네팔인지 어딘지 그곳에서는 개가 사람으로 윤회하여 태어나기 직전의 동물이라고 한다. 꼭 그것을 믿어서가 아니라 희로애락을 표현하면서 가족과 같은 동물을 먹는다는 것이 왠지 죄책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교의 영향을 조금 받은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지만, 그렇다고 보신탕집에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행이 간다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
이곳은 불로동에 있는 보신탕집이다. 동촌 군사비행장이 생긴 이후로 폭음과 진동으로 고생하고 과거 불로 초등학교 학생들은 지금은 K-2 비행장에서 퇴역했지만, 팬텀기가 이륙할 때는 수업을 잠시 중단했다고 한다. 활주로가 북서 방향으로 길게 이어진 관계로 주로 바람이 북서풍이 많이 부니 당연히 항공기는 맞바람을 맞으면서 이륙을 하게 되고, 거의 80% 정도의 항공기들이 최대의 추력으로 불로동 위를 낮게 지나가니 찢어지는 폭음에 주민들은 엄청나게 시달렸다고 본다. 그대로 요즘의 F15K는 그런 째지는 폭음은 없으니 조금 나을 것이다.
아무리 폭음이 심해도 먹을 것은 먹어야 하니 이곳에도 먹거리는 있다. 이 은행나무집은 보신탕 매니아들의 입소문 때문에 문전성시는 아니지만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이 방문은 대문을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여닫이문이다. 옛날에는 주인장 내외는 안쪽에 기거하고, 아들이나 딸이 이런 방에 기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딸이 바깥에서 접근하기 좋은 이런 방에 기거하면 완고하기 이를 데 없고 성질 고약한 처녀 아버지의 눈을 피해 창호지에 침을 바른 손가락으로 뚫는 만행을 저질러거나 혹시나 사이가 좋으면 몰래 들어가서 속닥거리다가 나왔던 그런 추억이 어린 창호 문이다. 이제는 그 처녀도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을 테고 지금은 보신탕을 먹는 손님들이 술 마시고 내는 술에 취한 소음만 바깥으로 삭막하게 들린다.
보신탕과 염소탕이 나왔다. 사진 위쪽이 보신탕이고 아래쪽이 염소탕인데 구분이 어렵다. 보신탕 앞에는 맛보기로 개수육이 몇점 나온 것으로 구분을 하는데 사실 염소탕 먹겠다는 사람에게 보신탕을 줘도 알 길이 없다. 그저 식당주인의 양심을 믿는 수밖에
보신탕 국물 색깔이 약한 붉은 빛을 띤다. 그리고 수요가 많았는지 대파가 비교적 싱싱하다.
염소탕은 수요가 없어서 며칠을 묵혔는지 대파의 모양이 후줄근하다. 빛깔도 연한 붉은 빛이어서 보신탕보다 약간 맛이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염소탕도 준비 안하는 집도 있는데 이 은행나무집은 그것이라도 준비하였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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