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2015. 4. 28. 11:10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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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면서 속썩인 적 한 번 없고, 늘 속이 깊고 어른스러웠던 딸이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온종일 뭔가를 가지고 씨름하고 있다. 누가 숙제를 낸 것도 아닐 텐 데 앉아서 힘이 드는지 온몸을 뒤척이면서 종이를 자르고, 붙이고 한다.

 

 

 

 

 

 

 

상자 안에는 형형색색의 작은 알들이 작은 비닐봉지마다 들어있다.

 

 

 

 

 

 

 

 

약사도 아닌데 藥을 제조 한다. 사진을 찍다 보니 길손의 발이 나왔네! 길손의 별 볼 일 없는 블로그엔 내 사진이 한 장도 없다. 블로그로 나를 선전할 것도 없고, 또 상업적으로 하는 포스팅이 아니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옛날 군대생활 때 얻은 무좀으로 30여 년을 고생했지만, 지금은 괜찮은 상태다. 작업하던 딸이 괜한 것을 사진 찍는다고 난리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학생들을 생각하는 갸륵한 선생의 마음을 이렇게라도 남기지 않으면 흔적도 없을 것 같아 나름대로 판단하여 핀잔을 들으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 중이다.

 

 

 

 

 

 

 

봉지마다 어떤 사연이 적혀있다. 희미한 가운데서도 '약'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자기가 가르치는 어린 학생들이 이 초콜릿 약을 먹고, 건강하게 자라서 미래 국가의 동량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들지만, 이런 노고를 알고 먹는 학생은 몇 명이나 될까?

 

노고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이것을 정성껏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주면, 철이 없는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은 현장에서 입에 털어 넣으니 선생님의 깊은 뜻을 모르는 게 야속할 법도 하지만, 딸은 그러거나 말거나 괘념치 않고 묵묵히 제자들을 위한 초콜릿 약을 제조하고 있다.

 

나의 사랑스런 딸아!

이젠 세상도 많이 변하여 스승이란 말도 낯설고, 제자라는 말도 낯설지만 그래도 너와 같은 참 스승들이 있기에 좌절하려는 아이와 빈곤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가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는 숭고한 선생님들의 마음은 시공을 초월하여 꼭 전해져서 말 못 할 어려움을 겪는 많은 아이가 밝은 빛의 얼굴로 학교생활에 매진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