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떠나간 두꺼비가 오리오 마는

2015. 4. 26. 14:08살아가는 이야기

728x90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오. 마는~ "  '애수의 소야곡'의 한소절이다. 운다고 두꺼비가 많이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아무리 울어도 산으로 들어갔던 두꺼비들은 나타날 줄도 모르고

 

 

 

 

 

 

 

 

 

 

 

불광사에는 사월초파일을 앞두고 부처님을 칭송하는 대신에 느닷없이 어떤 이들의 글인지 두꺼비를 주제로 한 글들이 터널을 이루고 나부낀다. 이 사찰하고 두꺼비는 무슨 상관관계일까?

 

 

 

 

 

 

길손이 20년 전쯤 처음 이곳 시지 아파트단지로 이사를 왔을 때,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고, 봄기운이 살랑살랑 번질 때가 되면 저수지 뒤편의 산에서 여름과 겨울을 보냈던 두꺼비 성체들이 내려와서 이 망월저수지 안이나 둑 밑의 배수로엔 짝짓기하는 두꺼비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물론 당시에는 이 망월지가 국내 최대의 두꺼비 산란지 라는 것을 잘 몰랐었지만, 아마도 그 당시에 양서류를 연구하는 생태학자들이나 환경주의자들에 의해서 이곳이 그런 엄청난 곳이라는 것을 알고는 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알렸다.

 

 

 

 

 

 

 

 

두꺼비를 걱정하는 현수막이 있는 저곳은 원래 올챙이 시기를 지나고 꼬리가 막 떨어지기 시작한 새끼 두꺼비들이 완만한 경사를 타고 산으로 오르던 길이었다. 당시는 이 사찰이 없었던 때이다. 사람의 눈으로 보면 작은 축대에 불과하겠지만, 새끼 두꺼비들의 입장에서는 중국 장가계처럼 어마어마하게 솟은 절벽으로 보였을 듯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두꺼비의 로드킬을 방지키 위해 그물 펜스를 쳐놓았다. 예전 같았으면 지금 시기에 저수지 가장자리에는 큰 함지박만 한 검은 올챙이 무리로 만들어진 덩어리가 헤엄쳐 다녔겠지만, 지금은 길손이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그런 낌새는 전혀 없다. 길손이 누차 이곳을 포스팅 하면서 두꺼비 보호 행정에 대해 시니컬한 비판을 해 왔으나 파워블로거가 아니어서인지 사태의 심각성이 제대로 전달이 안된다. 6~7년 전에는 그래도 모 환경단체가 저주지 주변 공터에 천막을 치고, 두꺼비를 보호한다면서 사람이 주재하더니 그것도 금방 사라지고 지금은 두꺼비 로드킬 방지펜스만 치고 모두 나몰라라 한다.

 

이곳이 두꺼비 보호 저수지라는 안내판 설치와 경고만 한다고 사라진 두꺼비가 돌아오겠나?  이미 저수지에는 몰상식한 사람이 넣은 배스와 블루길이 토종 물고기와 작은 올챙이들을 무차별하게 살육하고 있다. 슬로건만 내건다고 배스와 블루길이 올챙이들에게 은전을 베풀까?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 나쁘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부처님처럼 무념무상으로 있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 옛날에 누군가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하면서 정치를 했던 사람이 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한 때다. 이렇게 흰 천에 두꺼비를 걱정하는 시를 쓰고, 절 마당에 건다고 사라진 두꺼비가 돌아온다면 욱수골 전체에 마치 노란 손수건을 오크 나무에 거는 것처럼 온 산에 이런 깃발을 나부끼게 할 수도 있다.

 

이보시오!!  벗님네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주시게나!!

 

저수지에 득세하는 블루길과 베스를 축출하고, 접근로인 사찰의 축대를 낮추거나 경사를 완만하게 해서 새끼 두꺼비와 성체 두꺼비가 손쉽게 내려오거나 올라갈 수 있는 활로를 열어주자.

 

이제 꼬리를 막 뗀 새끼 두꺼비들이 손쉽게 산으로 갈 수 있도록 사찰에서는 주요 통로에 잔디를 살리고, 사람과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그런 결정부터 하자.

 

 

 

 

 

 

 

 

석물 두꺼비들이 바라보는 방향이 두꺼비들이 살아가는 산등성이 방향이다.

 

 

 

 

 

 

 

 

 

우연히 어떤 이에게서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이곳은 사찰과 이 저수지의 소유자 7~8인과의 이해관계가 대립한다는 그런 얘기였다. 사실관계는 확인할 수가 없겠지만, 길손의 약간 우둔한 머리를 굴려서 생각하니 이런 상상이 된다.

 

'몽리 자'는 이곳을 개발하여 부를 갖고 싶고, 사찰에서는 이런 좋은 경관을 포기하기 어렵다. 개발을 원하는 쪽에서는 환경보호종인 두꺼비들이 성가실 듯도 하다. 두꺼비는 양 쪽에 낀 불쌍한 샌드위치 신세가 아닐까? 그래서 그것을 눈치챈 두꺼비들이 스스로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사라진 것은 아닐까?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수성구청 측에서는 망월지에서 배스나 블루길 낚시대회를 자주 개최하거나 민물고기 어부를 초빙하여 그물로 배스와 블루길을 멸종시켜주기 바란다.

 

 

 

 

 

 

 

 

 

 

* 이글을 올리고 망월지를 인터넷에 검색하니 지난 4월 19일 이곳 불광사 경북불교대학 주최로 '제1회 섬섬제(蟾蟾祭)'를 열었다고 한다. 그 결과물이 이런 천에 두꺼비에 대한 글로 올려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