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묘한 동거(同居)

2015. 5. 14. 08:08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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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상적인 것 같지만, 길손의 눈에는 생소하기도 하다. 어느덧 석양 입구를 바라보는 인생살이지만 이런 곳을 보는 것도 어쩌면 행운이다. 평상시 이곳을 지나다녔던 사람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했겠지만, 길손이 느끼는 문화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기묘한 동거로 표현한다.

 

 

 

 

 

 

 

이곳이야말로 삶을 위한 '공존의 현장'이다.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사장님과 룸살롱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삶을 위한 '공존의 현장'이니 그렇다. 또 다른 표현을 한다면 '삶과 죽음의 공존 현장'이라고 하는 게 더 적당할 듯 싶다.

 

여궁(女宮)이란 룸살롱의 상호도 정말 멋지다. 마지막 떠나시는 길의 고온 님도 곱고 행복하게 웃으시면서 가실 것 같다. 

 

 

 

 

 

 

이 기묘한 공존의 현장이 갑자기 전남 진도지방에 내려오는 장례 풍습인 '진도 다시래기' 가 오버랩된다.

 

 

'진도 다시래기' 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 부모상을 당한 상주와 유족들의 슬픔을 덜어주고 위로하기 위하여 벌이는 상여놀이이다.

 

친지와 동네사람들이 출상() 전날 밤에 상가의 마당에서 밤늦도록 벌인다. 전라남도 중동지방()에서는 ‘대어린다’고 하고, 진도에서는 ‘상여흐른다’고도 일컫는다.

 

다시래기놀이는 진도를 중심으로 한 인근 도서지방에서 주로 전승된다. 한편, 경상북도지방에서는 ‘대울’이라고 하는 상여놀이가 행하여지고 있다. 진도의 다시래기는 연극적인 구성을 가진 본격적인 놀이로, 그 절차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사당놀이’로 시작하는데 먼저 풍장을 울려 신명을 돋운다.

 

어느 정도 흥이 나면 목청 좋은 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마당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받는 소리를 제창한다. 부르는 노래의 종류는 <육자배기>로 시작하여 <물레타령>·<산아지타령>·<진도아리랑>·<둥당에타령> 등의 민요이다. 노래가 차차 빨라지면서 춤과 북놀이, 설장고 등이 이어지는데 이 전체를 사당놀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사재(사자)놀이’로 일종의 촌극이다. 도사자가 문서책을 펼쳐 훑어본 다음 일직사자·월직사자를 불러 “아무 데 사는 공방울이란 놈이 부모에게 불효하고, 동기간에 우애 못하고, 일가친척간에 불목하고, 욕심 많아 남의 재물 탐내고, 동네부녀자 희롱하고, 행실이 고약하니 그 놈을 잡아오렷다.” 하며 호령을 한다. 사자들은 장내를 한바퀴 휘 돌아 공방울의 동네에 가서 행적을 알아본다.

 

하지만 공방울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동기간에 우애하며 일가친척과 화목한 착한 사람이라 잡아갈 수 없어 도사자에게 돌아와 문서책을 다시 보라고 한다. 도사자는 문서책을 훑어본 후 건너 마을에 사는 공방울이라고 한다.

 

그 마을에 가니, 마을사람들이 이미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지은 공방울을 잡아 멍석말이를 시키는 중이었다. 주민들은 기꺼이 사자들에게 공방울을 내주고, 꼼짝없이 죽게된 공방울이 신세타령을 부르는 것으로 사재놀이를 마친다.

 

세 번째는 ‘상제놀이’이다. 꼽추로 분장한 남자가 지팡이로 땅을 더듬더듬 짚어가면서 나와 꼽추춤을 건드러지게 춘다. 한참 춤을 추다가 “우리 동네 공방울이 죽었으니 다시래기나 하러 가세.” 하고 제의한다. 동네사람들이 모두 공방울네 집으로 몰려가 문상하는데, 정작 상주역를 맡은 사람은 절을 받지 않고 음식만 집어먹는다.

 

사람들이 야단을 치자, 며칠 동안 곡을 하느라고 배가 고파서 그랬다는 말로 둘러댄다. 가짜 상주는 진짜 상주에게 가서, 흉년에 밥만 축내는 늙은이가 죽었으니 경사라는 장난말을 하고, 이제 다시래기를 할 텐데 만약 우리가 상주를 웃기면 통닭죽을 쑤어달라고 청한다.

 

네 번째는 ‘봉사놀이’이다. 봉사와 봉사마누라가 등장하는데, 장님은 장단에 맞추어 우스꽝스러운 춤을 춘다. 담뱃대를 찾는 시늉을 하기도 하고 오줌을 바지가랑이에 누었다고 법석대기고 하며 마누라를 찾는다고 구경꾼 중 한 여자를 껴안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중이 등장하여 봉사마누라와 수작하고, 꼽추는 봉사흉내를 내면서 독경을 한다. 봉사가 마누라의 바람기를 야단친 뒤 퇴장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상여놀이이다. 잘 꾸며진 빈 상여를 메고 선소리를 메기면서 마당을 돌며 실제 상여가 나가는 과정을 흉내내는 것이다. 놀이가 끝나면 유족들은 이들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여 다음날 상여를 잘 메 달라고 부탁한다.

 

다시래기는 이와 같은 내용을 모두 연희하는 것은 아니다. 상가의 재산 정도, 사회적 명성 등에 따라 연희의 종목 수에 차이가 난다.

다시래기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은 진도읍내와 같이 인구가 많은 고장에서는 상가의 일가친척과 친지, 그리고 그 집과 사교적 교섭이 많은 사람들만이지만, 작은 마을에서는 온동네 사람이 모두 모이게 된다. 이 경우 다시래기 행사는 마을 안의 부정기적 축제 같은 양상을 띤다.

 

상가집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먹으며 흥겨운 놀이를 하고 그것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래기의 내용은 뚜렷이 정하여진 각본에 따라 행하는 것이 아니어서 다분히 즉흥적이다.

 

행사의 종목이나 순서는 일정한 틀을 갖추고 있다고 하겠으나, 놀이에서 이루어지는 노래·춤·대사·동작 등은 즉흥적이다. 촌극은 될 수 있는 대로 웃음을 유발할 수 있도록 꾸미고, 노래·춤·동작을 곁들여 행하는 오락놀이인 것이다.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기예능 보유자로 강준섭(, 보유종목은 거사)과 조담환(, 보유종목은 )이 인정되었는데, 1996년 조담환이 작고한 뒤 1997년 김귀봉(, 보유종목은 사당)이 인정되었다. [원문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언뜻 보면 상극으로 보이지만 그 간극을 뛰어넘으며 공존의 현장으로 자리잡은 이곳을 길손의 보잘 것 없는 블로그이지만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불교에서는 깨달은 자는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고(生死如一)한다. 그래서 이곳은 그런 말씀이 더 엄숙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