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3. 15:35ㆍ여행이야기
콘도나 리조트에 오면 음식 조리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니 짧은 반바지의 간편 차림으로 음식을 만들어 소주를 곁들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로 남는다. 서울에서 온 여동생들이 푸짐한 안줏거리를 가지고 왔다. 술을 마시는 남정네는 2명이고 나머지 4명은 모두 늘 큰 가슴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시골에 사시는 노모는 깐마늘을 푸짐하게 가지고 오셨다. 길손이 생마늘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아셨는지 고맙기 이를 데가 없다.
도착한 첫날의 소박한 차림 상이다. 홍천에서 면장을 하는 군대 동기 친구가 보내준 곰취로 만든 장아찌도 보이고
옛날 궁핍했던 시절에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경상도 사투리로 '씬내이'로 불렸던 쓴 냉이(씀바귀)를 매제를 위해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뜯어 오셨다.
스테이크용으로 알맞을 소고기가 맛있게 구워지는 있는 중이다. 슈거보이 백종원이가 대세라고 하지만, 젊은 집밥쟁이 세 명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그중에는 가정주부를 하면서 20여 년 전에 조리사 자격을 가진 집밥쟁이도 있으니 그저 아마추어가 만드는 음식이라고 웃어넘기면 곤란하다. 슈거보이의 임기응변도 알아줘야 하지만, 이곳의 3인방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이 부추도 노모가 시골에서 가지고 오신 것이다. 그러니 경북, 대구, 서울에서 온 조금씩 재료가 모여서 호남에서 화합을 이룬다.
둘이서 마실 소주가 냉동실에 6병이 들어있다.
경북 상주 은척에서 생산된 '은자골 탁배기' 2병과 무주 구천동 쌀막걸리와 또 다른 무주의 쌀 막걸리가 냉장실 문에 들어있다. 큰 통이 은자골 막걸리인데 제법 인지도가 높은 막걸리이다. 막걸리들이 영호남 화합에 힘을 보태자고 사이사이에 서 있는데 구천동 막걸리를 마시고 상당히 실망하여 양조장에 전화했다. 막걸리도 그 고장을 알리는 홍보물이니 신경을 써달라고 하니 조금 더 신경 쓰겠다고 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고기가 소주를 부르고 있다. 둘의 환상적인 궁합이 길손의 입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목구멍을 간질이며 넘어가는 소주에 부드러운 소고기가 씹히니 신선이 부럽지 않다.
성기게 보이지만, 생마늘과 흔한 깻잎도 말초신경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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