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이 보내준 두 권의 책

2015. 7. 16. 17:17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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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詩集이 나오면 보내주던 시인이 인생 2막을 위해 정든 직장을 떠나면서 보내준 두 권의 책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맑으면서도 판단력이 남달리 돋보이던 그이가 또 책을 낸 것이다.

 

 

 

 

 

 

이 책 '독도의 별주부전'은 시집이 아니라 그의 자서전으로 보인다. 그동안 그에 대해 알았던 것이 5%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기도 하고, 그이의 치열한 삶을 늦게나마 접하니 존경심이 절로 인다.

 

책 이름에 '독도'가 들어간 것은 어떤 연유일까? 그이는 독도지킴이도 아니다 그는 책의 서문에 그 이유를 이렇게 썼다.

 

 

독도는 육지와 뚝 떨어져 있다.

그래서 그곳만의 단단하고 작은문화가 있다.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곳

하지만 독도는 누가 뭐래도 엄연히 대한민국 영토다

우산국의 깃털이 아니라

한반도의 영롱한 사리가 들어 있는 몸이다.

바위가 아니라 조국의 땅임을 외치며

진정 우리의 국토를 지켜 낼 수 있어야 한다.

동떨어진 바위섬같이 우뚝한 세상의 모순들

별의별 모순을 바로잡으며

두 번째 서른 살을 맞는

남다른 주인의식을 가진 나의 유별난 생각

그것을 별주부전이라는 이름의 책으로 엮어본다.

망망대해의 작은 파도가 될지언정

작은 바람으로 날기 시작하여 태평양을 횡단하는

나비의 날갯짓을 시작해 본다.

 

 

 

 

 

 

 

 

'자유로의 귀환'은 아무래도 그이가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서 새로운 세상에 접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로 보인다.

 

책 전문 '시인의 말'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산에서 내려와 들길을 걷다 보니 저만치 한강이 보인다. 강을 따라가는 자유로의 길, 나는 지금 그 길을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자유로에는 자유가 없고 오직 직진 뿐, 삶은 언제나 푸른 신호등임을 안다. 아무리 지쳐조 쉬어 가는 것을 허용하지않는 것이 인생아닌가.

 

나는 그동안 철저히 시간의 포로로 살아왔다. 그러면서 늘 자유를 꿈꾸며 긴 강과 넓은 바다를 그리다가 이제사 만난 다리 하나, 다시 돌아오지않는 인생의 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제 두 번째 서른살, 무한 자유로의 귀환을 꿈꾸며 새로운 시인으로서 자유로를 달려갈 것이다. 삼십오 년의 세관 생활을 마감하며 전직 세관원인 헤밍웨이의 노인과 다다 대신 난 사랑과 시를 꿈꾼다. 텃새에서 나그네새로의 비상을.

 

                                               자유로가 보이는 파주에서

 

                                                                        김병중

 

 

 

 

길손은 많고 많은 시간을 낭비한 것이 마음에 걸리고, 후회가 밀려온다. 저렇게 치열하게 산 사람도 있는데 이 길손은 무엇을 했던가? 시간은 낭비하라고 있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이제 자유로운 영혼으로 귀환한 그이의 '자유로의 귀환'에 있는 시를 옮겨본다.

 

 

 

高等語고등어

 

언어에도 등 푸른 놈이 있다.

세상 물살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며

그물에 잘 걸리지 않는

등은 푸르고

배가 흰 물고기가

하늘과 바다색을 만든다

아주 물 좋은 놈은

날로 먹어도 되지만

굽거나 조려야 더 맛있는 고등어를 잡는

청정해 외로이 지키는 시인의 낚시 찌는

한 번의 입질도 없다

어물전에서 소금물 뒤집어쓴 고기가

두 눈 멀뚱히 사람을 노려보아도

밥심으로 살아온 시인은

독한 십구공탄 불에 노릇하게 구워

무딘 젓가락으로 뼈를 바른다

익은 살이 떨어져 나가고 남는

앙상한 언어의 가시

비로소 고등어는 먹이사슬 상위의 시인이

꿈에 그리던 詩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