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4. 22:28ㆍ살아가는 이야기
올해 4월 19일 포스팅한 '송어장 주인과 음향 전자기기 수집 마니아' 그 집을 지나치다가 살짝 들어갔다. 못 보던 물건이 감나무 아래 풋감이 떨어지는 후미진 자리에 예전에 흔히 시골에서 볼 수 있었던 정미소 직립 발동기가 있다. 아마 주인장이 그동안 이것을 장만하여 이곳으로 가져와 저렇게 기름으로 반짝반짝하게 닦아놓았다.
플라이휠에 발동기를 수동으로 돌리는 레버가 장착되어 있다. 저 금속 레버 손잡이 부분에 밧줄을 감아서 오른쪽 앞쪽에서 한사람이 밧줄을 잡아당기면서 레바 돌리는 사람과 같이 호흡을 맞춘다.
힘겹게 서너바퀴를 돌리면 "치~쿵"하는 소리와 함께 플라이 휠은 스프링에서 튀어나가는 물건처럼 탄력을 받아 순간적으로 휘리릭 돌아간다. 그러면 손잡이 레바의 결합부분이 뒤로 풀리면서 휠에서 이탈된다. 이 발동기는 친구 집에 있던 발동기보다 마력수가 적고, 크기도 작다.
왼쪽 휠에는 정미소 피댓줄이 걸리는 작은 휠이 달렸는데 피댓줄을 걸어놓고 발동기 시동을 거는 것은 무리다. 왜냐하면, 주(主) 피댓줄과 모든 정미 기계들이 같이 작동하기 때문에 보통은 피댓줄을 벗겨놓고 시동을 건 다음 피댓줄 안쪽에 작은 막대기로 끈적끈적한 콜타르를 바르고 손으로 피댓줄을 잡고 작은 휠을 감싸듯이 돌리면서 넣는다. 이것이 굉장히 어려운 고난도 작업이다. 잘못하면 손이 딸려 들어가거나 옷깃이 딸려 들어가면 피댓줄을 타고 몸이 공중으로 올라가면서 정미소 천정과 부딪쳐 사망하는 일도 벌어진다. 길손의 친척도 그렇게 유명을 달리하셨다.
이 발동기의 피댓줄이 감기는 곳을 보니 V형 고무벨트가 여러 개 걸리게 되어있다. 이것은 길손이 어릴 적 보았던 것이 아니고, 한참이나 후에 만들어졌던 것으로 짐작된다. 원래 피댓줄이 감기는 곳은 저것보다 훨씬 더 폭이 넓었다. 피댓줄의 폭은 약 30cm 정도 였고, 길이는 20m 길이의 원통형 무한궤도 벨트였는데 연결부위는 볼트나 리벳을 사용하여 연결했기 때문에 피탯줄이 돌아가면서 "타닥" "타닥"하는 규칙적인 소음이 났다.
기계 몸통에 TAE GU 라는 글씨가 보인다. 지금은 DAE GU 라고 공통으로 쓰이는데 그래도 대구사람으로서 반갑다. 지금은 대구경제가 형편이 없고, 굴지의 대기업도 없는 풍토에도 그래도 지금껏 대도시의 면모를 보이는 것은 저런 기계를 만든 장인들의 숨결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직립발동기의 상단부는 공기 흡입기와 냉각수 조절기, 흡배기 밸브를 작동시키는 기다란 암이 보인다. 친구의 방앗간은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온 동리를 울리던 1기통 발동기 배기음은 지금도 내귀를 울린다.
www.youtube.com/watch?v=BeaiivCsMS8
https://www.youtube.com/watch?v=Ic3_-g6aBbY
옛날 친구네 방앗간에 있었던 것과 모양이 비슷하다. 큰 덩치에서 나오는 '쿵쿵'하는 배기음의 간격은 비록 느렸으나, 묵직한 배기음은 온 동네를 진동시키기에 충분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VyVNmqfe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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