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이 된 마을 회관

2015. 7. 24. 08:30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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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노모를 모시고 돌아오는 길에 노모에게 은근슬쩍 최근 어느 마을회관에서 일어난 농약 음료수 사건에 대해 말씀을 드리니 뉴스를 보고 잘 아는 눈치다. 지나는 길이기에 한 번 들렀다가 가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대꾸를 안 하신다.

 

노모도 매일 농한기에는 마을회관에 나가서 비슷한 연배의 안 노인들과 어울려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는 국가에서 나오는 쌀을 가지고 같이 밥을 해먹고 하는 사이이니 농약사건은 시골 노인들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마을은 넓은 논들이 있는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고, 제법 부농이 있을 듯한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려니 KBS와 MBC, MBN, 채널 A와 같은 종편 방송국 차량들이 특종을 노리고 마을을 배회한다.

 

그냥 서 있어도 땀이 나는 뜨거운 날씨에 마을회관 옆의 가정집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나오자 모 방송국에서 나온 젊은 처녀 기자 두 사람이 주민을 만나 인터뷰를 시도한다. 그러나 그 아주머니는 "경찰이 물으면 대답을 하겠으나 방송국에는 절대 말을 안 한다"하면서 현관으로 다시 들어가 문을 잠가버린다.

 

평화롭던 시골 마을에 워낙 큰 사건이 터지니 외지에 나가 있던 자식들이 부모들에게 단단히 입단속을 시킨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 추정으로 어쭙잖게 말했다가는 명예훼손 등 눈앞에 닥칠 큰 낭패에 대해 어느정도 아는 눈치다.

 

 

 

 

 

 

뉴스에 의하면 같은 동네에 사는 할머니를 피의자로 특정하여 구속하였는데 피의자 본인도 부인하고, 할머니 가족들도 필사적으로 할머니의 무고함에 대해 백방으로 알리는 중이다.

 

길손은 SBS에서 토요일 늦은 밤에 방영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즐겨보는 편이다. 그곳에서는 경찰이 채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을 예리하게 찾아내고,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참으로 세상에 이로운 방송 프로그램이다.

 

수사기관이 초동수사를 소홀히 하여 엉뚱한 사람을 잡거나 아니면 어느 한쪽으로 심증이 굳게 경도되는 바람에 다른 각도에서 사건을 보지 못하고 경도된 그곳에 온통 신경을 쓰는 바람에 정작 진범을 놓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보았다.

 

너무나 많이 알려진 것이니 진부한 점도 있지만, 백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억울한 단 한 명의 피해자도 만들어서는 아니 된다. 모든 증거가 구속된 할머니가 범인이라고 단정 지을만 하더라도 피의자와 피의자 가족이 주장하는 것도 귀담아들어서 다시 현장 주변을 찬찬히 살피고, 탐문수사를 강화하여 혹시 모를 어느 한쪽으로 필이 꽂혀서 다른 증거가 있는 것도 간과하는 외눈박이 수사가 되지 않도록 수사기관의 현명한 수사를 바란다. 그리하여 전국의 할머니들이 마음 놓고 마을회관에 모여 음식도 나눠서 먹고, 편안하게 담소도 나눌 수 있는 그런 제2의 가정 같은 공간이 되도록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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