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발밑을 조심해야!!

2015. 8. 18. 10:10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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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보는 순간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두려운 상대도 아니다. 대체로 내 상식으로는 밤에 뱀들이 이동하지 않는데 이 독사는 뭔가 급한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웃에 사는 독사가 술좌석에 동석하려고 불렀는지 아니면 지 어미가 죽었든지

 

태어난 지 약 1년이 된 듯한 크기가 중간쯤 되는 독사인데 컴컴한 시골 포장길에 나왔다. 저녁을 먹고 산책하다 하마터면 밟을뻔 했다. 인근 농가의 대문 앞인데 독사가 간도 크다 농가 주인이 물릴 수도 있을 것이고, 그곳을 지나던 길손도 만약에 밟았다면 팔자에 없는 119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달려가서 해독제를 맞거나 했을 것인데 30cm 간발의 차이로 화를 모면했다.

 

미물의 생명을 경시해서가 아니다. 시골에서 자란 길손은 독사에 물려 고통받는 사람들을 가끔 보았다. 손가락 마디가 독 때문에 거의 떨어지기 직전으로 발전하거나, 발목이 괴사하여 여러 달 고생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자랐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뱀은 다른 나라의 코브라나 방울뱀처럼 치명적인 독으로 현장에서 사망케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단지 독으로 고생하지만 죽는 경우는 드물어서 그래도 나은 편이다.

 

그런 연유로 길손은 어릴 적부터 독사를 보면 끝까지 추적하여 죽였다. 살생을 즐겨서가 아니고 그 독사를 살려두면 후일 누군가 물려서 고통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다. 이번도 그렇다 놀란 것도 놀란 것이거니와 작은 도로에서 틈을 주면 금방 달아나기 때문에 주변에 막대기가 없나 하고 두리번거렸으나 아쉽게도 그것은 없다. 뱀은 자신의 독을 믿고, 꽃뱀처럼 전광석화와 같이 달아나지 않고, S자로 구불거리면서 서서히 도망친다. 뱀과 조금 떨어진 곳에 둥글게 생긴 검은 것이 있다. 볼펜의 1/4 직경에 60cm 길이의 고무보다는 딱딱하고 플라스틱보다 부드럽게 생긴 것이 눈에 보여 그것으로 뱀을 잡기로 했다. 그러나 탄력이 매우 좋으니 뱀을 두드려 잡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래도 시간이 없다. 휘청거리는 채찍 같은 것이지만 뱀을 내리치는 순간에 뱀이 달려들면 손을 물릴 수도 있다. 10여 차례를 내려치니 뱀의 동작이 눈에 띄게 느려진다.

 

이렇게 해서는 뱀이 죽지 않는다. 잔인하지만 운동화 뒤꿈치로 머리를 한 번 지그시 눌렀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10분이나 흘렀을까? 시골집에 들어가서 카메라를 가지고 나오니 직감적으로 이상한 것을 느꼈다. 운동화 앞으로 꼬리 부분을 슬쩍 건드리니 아니 이것이 살아나서 도망치려고 한다. 어두운 데서 소름이 돋는다. 다시 그 플라스틱 가는 회초리로 수십 번을 더 두드린다. 그리고 다음 동작은 너무 잔인하여 생략한다. 힌트를 준다면 뱀은 머리부분에 독이 있어 위험하지만, 역설적으로 머리가 가장 취약하다.  다시는 살아나서 후손을 보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앞의 사진과 비교하면 다시 살아서 도망치려고 하는 것이 완연하다. 사진을 더 찍으면 옆논으로 도망갈 것이다. 사진은 이쯤하고 회초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