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30. 19:57ㆍ살아가는 이야기
지난 6월 27일 "경비견을 괴롭히는 '작은 소 참 진드기' " 제목으로 포스팅했던 늠름한 라이카 경비견은 어디 가고 없고, 대신 검은 암캐가 길손을 보고 트위스트를 춘다. 처음 보는 사람을 이렇게 환대하니 훌륭한 경비견이 될는지 마는지 정말 아리송하다.
내가 '작은 소 참 진드기'를 잡아주었던 라이카 수컷은 어디를 갔나? 주말농장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산돼지에게 받혀서 죽었다고 한다.
바로 이 친구다. 저수지 갔다 내려오는 길에 새로 들인 개들을 산책시키고 있는 주인에게 물었더니 얼마 전에 아침 일찍 주말농장 옆에 있는 산으로 산책갔다가 어린 멧돼지를 발견하고, 추적하다 수컷멧돼지의 날카로운 송곳니의 공격을 받고, 배가 찢어지는 사고를 당하여 그만 애석하게 죽었다고 한다. 지나다니면서 한 번 만지려고 하면, 좀처럼 곁을 주지 않았던 친구다. 용맹하게 생겨서 정말 좋았는데 산돼지 때문에 죽었다니 오늘은 기분이 조금 우울하다. 다음 생에서는 축생의 몸을 빌리지 말고, 좋은 몸을 빌려서 태어나길 빈다.
이제 태어난 지 2개월 된 라이카 종 수컷이다. 어려서인지 싹싹하기 이를 데가 없다. 생긴 것이 몽골에 사는 야생 늑대의 새끼처럼 보인다. 무럭무럭 빨리 자라서 이곳을 지키다가 비명에 간 너의 선배 몫까지 열심히 살고, 또 못된 산돼지를 혼내주어 다시는 주말농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여라.
지금은 자리를 비운 누런 색의 작은 발바리 잡종견의 새끼들이 태어났나 보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한 것이 잠시 산책 나간 어미를 찾느라고 낑낑거린다. 어미가 본능적으로 땅을 파고, 저렇게 새끼를 낳았다. 이놈들도 빨리 자라서 수컷 라이카를 도와 산돼지를 무찌르기 바란다.
한 사람은 운동화를 신고, 또 한 사람은 힐을 신었다. 욱수저수지를 가는 길은 시멘트 길에 거리도 제법 된다. 연인인지 아니면 부부인지 산책길에 어울리지 않는 외출복을 입고 힐을 신은 것이 어쩐지 조금 어색하지만, 아마도 여자가 외출을 갔다가 이곳 욱수골 입구에서 만났나 보다 어찌나 다정한지 손을 꼭 잡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면서 여자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날 순간이 없다. 어떤 좋은 일이 있기에 옆을 지나면서 곁눈으로 본 여자의 얼굴이 저렇게 밝을까? 길손이 지나치는 순간에는 둘 다 약속이나 한 듯이 아무런 말이 없이 조용하다. 이상하다 싶지만, 뭐 다정한 부부겠지!!~~ ^^*
이 배설물의 주인공들이 아직도 다리 밑을 지키는 것일까?
예전에는 한 쌍이었는데 이젠 두 쌍으로 늘었다. 천적이 접근할 수도 없고, 비도 맞을 수 없는 천혜의 장소에 둥지(?)를 만들었다.
"우리도 위에 다정하게 손을 잡고, 데이트하는 아저씨, 아주머니처럼 아주 정답고, 오손도손 사랑을 느끼면서 살고 있으니 염려 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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