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2015. 9. 7. 16:05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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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거제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길손은 개가 가축인 줄 알았다. 그래서 마땅히 보신탕을 위해 개를 도축한다면, 일정한 시설에서 허가를 받고 도축하는 줄로만 알았다. 실제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도 그렇게 길손처럼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길손이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면서 지났던 거제수협 장승포 공판장 옆에 강아지 가족이 살고 있었다. 선박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아저씨는 자신의 허름한 사무실 앞에 개를 키우고 있었는데 길손은 객지의 무료함을 달래려고 개들과 한참씩 놀다 가곤 했었다. 이렇게 이쁜 강아지도 있었다.

 

 

 

 

 

 

오늘 사연의 주인공은 수작거는 검은 개가 아니고, 앞에서 못난 얼굴을 쳐들어 길손을 보고 있는 이 암놈이다. 이름이 있었는데 지금은 가물거린다. 어느날 그가 기르던 개가 몽땅 어디론가 사라졌다. 조용한 퇴근길에 사장에게 말을 건넨다.

 

"사장님! 개들이 모두 어디 갔네요? 혹시 파셨어요?"

 

"판 것은 아니고, 어미 개는 통영에 있는 아는 사람에게 주었고, 작은 개는 산에 텃밭을 경작하는 사람이 밭에 내려오는 고라니 때문에 가져간다고 해서 주었어요" 

 

아순이는 저 못난이 강아지의 어미다. 어쩌면 못생긴 것도 그렇게 빼닮았던지~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집에 가지 않는 주말에 느태방파제 주변 작은 오솔길을 도는 능포산책로를 가는 길이었다. 그 산책로 옆에는 귀신이 나올 것 같은 판잣집이 있고, 그곳에는 보신탕용으로 팔려나가는 개 사육장이 있었다. 말이 사육장이지 입구에는 어디서 얻어왔는지 늘 쉰 냄새가 진동하는 개죽을 끓이는 솥이 있고, 안쪽으로는 허리를 굽히면 들어갈 수 있는 판잣집이 있는데 온갖 잡동사니가 있고, 산비탈을 따라 어두컴컴해서 낮에도 개들이 잘 보이지 않는 얼기설기 얽어 만든 개집에는 정신이 온전치 못하게 보이는 개들이 더러운 배설물과 같이 살고 있다. 그곳의 개 사육장에 비하면 제일 위에 있는 개사육장 사진(오마이뉴스)은 5성급 호텔이다. 

 

그날도 우연히 지나치다가 사육장 입구의 철창 안에 작은 개 세마리가 보인다. 아무런 생각없이 다가서니 유독 한마리가 난리가 났다. 얼마나 허리와 꼬리를 흔드는지 허리 부러지겠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자세히 보니 아니 이게 누군가? 길손과 자주 만났던 그 못생긴 강아지가 아니던가? 주인은 없고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다음날 선박수리를 하는 아저씨를 찾아갔다.

 

"사장님! *순이 새끼가 산에 있지 않고, 개 사육장에 갇혀있던데요?"

 

 

"그럴 리가 없는데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나?" 하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그리고는 그의 언성이 높아진다. 왜 개를 개장수에게 팔았느냐는 거다.

 

그리고 그 사장과 함께 예의 그 사육장을 찾아가서 개를 보더니 자기 개가 틀림이 없으니 자신도 이럴 줄 몰랐다며 혀를 찬다. 그러나 어렵게 통화가 이루어진 늙은 개장수 할아버지는 막무가내다. 개를 절대 내어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개 주인과 개장수는 장승포 바닥에서 서로 아는 사이니 그렇게 언성만 높이고 말았다.

 

그렇게 또 보름정도 흘렀나 보다.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사육장 옆을 지나는데 그 개장수(다음부터는 영감탱이로 칭함)가 구부리고 뭔가 열심히 일을 한다.

 

가까이 가보았더니 커다란 개 한 마리가 가스 토치 불에 구워져서 더럽고 지저분한 판자에 옆으로 죽어 누워있는데 옆에는 녹이 슨 드럼통에 기름이 둥둥 뜨는 더러운 물이 가득 담겨있고, 그곳에서 영감탱이는 개를 해체하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이곳에는 수도시설도 없고, 산에서 내려오는 물도 없어서 물을 길어와서 보관하는데 더럽기 짝이 없었다) 

 

일단 사진을 찍으니 영감탱이가 하던 일을 중단하면서 식칼을 들고 벌떡 일어서는데 70세 넘은 영감탱이라도 기골이 장대하다.

 

"왜 사진을 찍소?" 하며 화를 낸다.

 

(속으로 칼 든 것이 의식되어 약간 긴장하면서)

"왜 이런 지저분한 곳에서 개를 잡는지요? 신고하려고 그럽니다."

 

"뭐 이런 씨발 ** 가 있어? 니 맘대로 해라!!"

 

"알았어요 신고하지요"

 

 

그렇게 해서 거제시청에 신고하게 되었다. 개 잡는 사진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니 시간을 내어서 단속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며칠 지나서 단속결과를 알려주는데 한심하기 이를 데가 없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가축은 아무 데서나 도축을 할 수가 없지만, 개는 가축이 아니므로 어디서든지 도축을 해도 상관이 없으니 고로 처벌할 수가 없다.'

 

 

이런 된장할 일이 있나? 참으로 한심한 결론이다.

그러니 요약하자면, 개는 가축이 아니므로 개를 재래식 더러운 화장실 안에서 도축하든지, 쓰레기더미 구더기가 우글거리는 데서 도축하든지 산 개를 도축하든지 죽은 개를 도축하든지 병든 개를 도축하든지 바다에서 도축하든지 산에서 도축하든지 도로 한가운데서 도축하든지 물구나무를 서면서 도축하든지 댄스를 하면서 도축하든지 하수구에 내려가서 도축하든지 발가벗고 도축하든지 웃으면서 도축하든지 아니면 울면서 도축하든지 페인트로 발라서 도축하든지 벙커씨유를 발라서 도축하든지 립스틱을 발라서 도축하든지 어떻게 도축하든지 개는 가축이 아니므로

 

 

 

 

 

 

① 가축의 도살·처리, 집유, 축산물의 가공·포장 및 보관은 제22조 제1항에 따라 허가를 받은 작업장에서 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1.11.22.>

 

1. 학술연구용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도살·처리하는 경우

2.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이하 "시·도지사"라 한다)가 소와 말을 제외한 가축의 종류별로 정하여 고시하는 지역에서 그 가축을 자가소비(自家消費)하기 위하여 도살·처리하는 경우

3. 시·도지사가 소·말·돼지 및 양을 제외한 가축의 종류별로 정하여 고시하는 지역에서 그 가축을 소유자가 해당 장소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조리하여 판매하기 위하여 도살·처리하는 경우

② 제1항제1호에 따라 가축을 도살·처리한 자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지사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개정 2013.3.23.>

③ 제1항제1호에 따라 도살·처리한 가축의 식육은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개정 2013.3.23.>

④ 제1항제3호에 따라 소·말·돼지 및 양을 제외한 가축을 도살·처리하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여 고시하는 바에 따라 위생적으로 도살·처리하여야 한다. <개정 2013.3.23.>

⑤ 제1항 각 호 외의 부분 본문에도 불구하고 부상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한 기립불능 가축은 도살·처리하여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

⑥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5항에 따른 기립불능 가축에 대하여 질병검사를 실시한 후 적절한 방법으로 폐기처리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발생한 가축소유자의 손실에 대하여는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

⑦ 제5항의 적용 대상 가축 및 제6항에 따른 가축별 질병검사 항목 및 검사방법, 보상 기준·절차와 보상가격 산정 및 폐기 방식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전문개정 2010.5.25.]